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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해리의 반에서는 반장 선거를 했다. 반장이 되고 픈 해리는 친구들에게 먹을 것도 돌리고, 지키지 못할 공약도 내세우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해리는 단 2표만 얻고 결국 반장에서 떨어지는 고배를 마시게 된다. 분에 못이긴 해리는 자신을 뽑지 않은 아이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되는데, 이에 시름 시름 앓는 해리를 향해 가족들은 집반장을 시켜주기로 한다.

가족들끼리 미리 짜고 집반장으로 해리를 뽑아 반장을 시키자 해리는 그 어떤 일보다 반장의 역할을 잘 해낸다. 학교에 가는 것보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만을 생각할 정도로 해리는 집반장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순수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해리는 절대로 반장이 될 수 없다.

반장에는 조건이 있다. 첫번째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공부를 못하면 인기라도 좋아야 한다. 첫번째는 선생님께 잘 보여 반장이 되는 케이스이고, 두번째는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좋아서 반장이 되는 케이스이다.

그런데 해리는 두가지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지 않다. 공부도 잘 못하고, 친구들에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져서 인기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해리는 절대로 반장이 될 수 없다.

재미있는 점은 해리 외에도 1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반장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반장은 한 반에 딱 한명이기 때문이다. 두가지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 중에 가장 많이 그런 조건을 충족시킨 사람 딱 한명만이 반장이 되는 것이다.

두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도 될까말까한 반장 선거에 해리는 당당하게 도전하다. 그 도전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이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리는 반장에 도전한다.

해리는 왜 반장이 되려 했을까?

왜 해리는 반장이 되고 싶어했을까? 우선 해리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모두 빵꾸똥꾸라고 생각하고, 모든 빵꾸똥꾸를 응징하고 싶어한다. 반장은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대표하여 선생님께 인사하고 인정받고, 친구들에게도 인정을 받게 된다.

반장은 반을 대표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 해리는 가족 해체로 인한 소외된 아이들의 상징적인 캐릭터이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맞벌이 부부가 늘게 되고,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소외받기 일쑤이고,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과 관심은 결핍으로 나타난다. 소외 속에 자란 아이들은 관심과 인정을 받기 원하고, 해리는 바로 그런 관심을 받기 위해 반장 선거에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반장이 되면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고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또한 반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전교생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로인한 권력도 생겨난다. 떠드는 빵꾸똥꾸, 말 안듣는 빵꾸똥꾸, 결석한 빵꾸똥꾸등 세상의 모든 빵꾸똥꾸들을 응징할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

그래서 해리는 집에 와서는 집반장의 권력을 이용해 갈비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 안듣는 사람으로 세경을 적은 것이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필요한 영양분이 담긴 음식이 땡기는 것처럼 권력을 얻고, 인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반장은 해리에게 있어서 꼭 필요했던 직분이었던 것이다.

해리는 반장이 되었다.

비록 반에서는 아니지만, 집에서 집반장을 시켜주었다. 이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이미 소외되어 버린 아이들을 어떻게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 지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그건 바로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다. 소외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인정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채워주는 것인데, 그건 집안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이킥 집안에서 그랬던 것처럼 집반장을 시켜주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지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스스로 반장이기에 떠들거나 결석하거나 말 안듣는 일을 하지 않는다. 바로 책임감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인정받고 있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얼마나 기쁘면 학교에서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왔겠는가.

그토록 원하던 반장이 되자 반에도 다시 평화가 찾아왔고, 집안의 질서도 해리가 잘 정리해준다. 집안에서는 얼마든지 권력을 남용해도 컨트롤이 가능하기에 문제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루었다는 성취감 또한 있을 것이다.

모두가 반장이 될 수 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60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 중 59명은 반장이 되지 못하고 1명만 반장이 되었었다. 요즘에는 한 반에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 29명은 반장이 되지 못하고 1명만 반장이 된다. 59명이든, 29명이든 결국 모두 반장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집반장은 59명 모두 반장이 될 수 있고, 29명이 모두 반장이 될 수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알고보면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60명 중의 1명이 되기 위해, 요즘은 30명 중에 1명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보단 모두가 반장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사족이지만 난 해리가 좋다. 해리의 순수함과 때 묻지 않은 아이다움이 좋다. 해리는 어른들의 모습을 TV에서 보고 친구들에게 뇌물을 주고, 반장이 되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세운다. 아이답게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모습을 스폰지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신애가 그건 잘못된 것이라 알려주고 연설문을 고쳐주자 해리는 선거 연설에서 지키지 못할 공약은 싹 빼고 자신을 잘 PR했다.

만약 해리가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걸었다면 거기에 혹한 아이들에게 표를 몇개 더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리는 그러지 않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알렸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여러 선거들이 있다. 그리고 여러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들을 내세워 서로 헐뜯고 깎아내릴 것이다. 해리가 그들을 보면 이제 아마도 "빵꾸똥꾸들아!"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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