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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가루지기가 언론에 자주 나온다. 개봉하기 전부터 여기 저기서 많이 봤던 것 같다. 변강쇠에 관한 이야기라는데, 그 변강쇠는 봉태규였다. 처음 나올 때부터 한숨이 나왔지만, 마케팅을 강하게 하길래 뭔가 있나보다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섹시, 코미디, 역사등 웃음과 감동과 진지함을 준다던 가루지기의 지금까지 영화 네이버 평점 4.05로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언론에서 가루지기를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또 봉태규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최신 순으로 두 얼굴의 여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가족의 탄생, 방과후 옥상, 썬데이 서울, 광식이 동생 광태등 여러 영화에 봉태규가 나왔다. 광식이 동생 광태를 제외하고는 거의 흥행하지 못했는데 봉태규는 꾸준히 잘도 영화에 나오는 것 같다. 특이한 외모에 키도 크지 않고, 그렇다고 명석해 보이지도 않는 봉태규를 왜 영화사들은 흥행 실패의 위험을 무릎쓰고 캐스팅하는 것일까?

1. 독특한 외모, 평범한 그 자체
봉태규를 보면 친구 동생처럼 편안하다. 실제로 동대문에서 봉태규를 본적이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만큼 연예인같은 포스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 연예인이다. 배우라기보다는 코미디언에 가까운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봉태규가 맡은 역할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타까운 점도 있다.

방과후 옥상에서는 억세게 운없는 고교생 남궁달 역이었고, 가족의 탄생에서는 사랑 때문에 인생이 편할 날이 없는 경석 역이었다. 그리고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에서는 홀아비 밑에서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외면한 채 별난 진화의 과정을 밟으며 자생력을 키운 동현 역이었다. 두 얼굴의 여친에서는 대학 7학년 백수에 돈 한푼 없어 남들이 먹다 남긴 과자부스러기를 주워먹는 찌질한 인생의 최고봉인 구창 역을 하였고, 이번 가루지기에서는 말이 필요없는 변강쇠역이었다.

봉태규가 하도 영화에 자주 나와서 "애, 빽있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맡은 역할을 보고 나면 "봉태규, 고생하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너도 나도 다 꽃미남이라 개성있으면서도 평범한 동네 친구같은 배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봉태규에게 영화사들이 쏠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루지기에 장동건이 변강쇠역으로 나온다면 그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2. 연기력
봉태규의 연기력.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부 얼굴과 몸매로만 밀어붙이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봉태규의 연기력은 보통 이상이다. 특히나 약간 억울하고, 이상한 캐릭터에 전문화 되어있는 봉태규는 그 분야에 있어서만은 이제 연기력을 인정받을만 한 것 같다. 이번 가루지기가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도 봉태규의 얼굴을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역할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최근 예능프로에 잘 안나오는 것을 보면 연기에 푹 빠진 것 같기도 하다. 예능프로에 나오면 영락없이 개그맨인데, 이젠 점점 배우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가루지기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다른 그의 작품을 보면 가면 갈수록 연기가 느는 것이 느껴진다. 드라마야 연기가 어설퍼도 대충 다음 편에서 얼버무리면 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1,2시간안에 모든감정을 다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연기력은 기본이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영화사들이 봉태규를 자주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성실과 책임
봉태규는 아무래도 인맥관리를 잘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영화에 자주 나올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인맥관리만 잘 한다고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성실과 책임일 것이다. 인맥관리야 열심히 술마시고 연락하고 챙겨주면 되지만, 성실과 책임은 평소에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곡 차곡 쌓여서 성실과 책임이란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일텐데 봉태규에겐 성실과 책임이란 단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 하고,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난 봉태규가 자꾸 영화에 나오는 것이 싫다. 왜냐면 봉태규가 나오는 영화는 죄다 이상한 역할만 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봉태규의 매력은 '나와 같은'이다. 감정이입이 꽤나 잘되는 배우이다. 친구 동생같은 외모에 키도 작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왜 떴는지 모르겠다고 할만큼 평범하기 그지 없는 봉태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봉태규가 나오는 영화는 죄다 이상한 역할이다. 아무리 변강쇠가 역사적으로 곡해가 있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속에 변강쇠는 그저 변강쇠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봉태규가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머리속에 상상이 된다. 난 가루지기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루지기에 대한 평은 하지 않겠다. 다른 영화에서도 봉태규는 항상 그런 역할만 맡아왔다. 이제 이상한 역할로 캐릭터를 굳히기 보다는 예능이나 드라마에도 자주 나와 친근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진지하거나 억울한 모습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영화사가 봉태규에 집착하는 이유는 봉태규를 대신할만한 배우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성 있으면서도 관객들에게 가장 감정이입을 잘 시킬 수 있는 친구같은 배우이기에 봉태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앞으로 봉태규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가루지기도 매니저나 소속사의 반대를 무릎쓰고 맡은 역할이라 들었는데, 소신껏 하지만 관객과 좀 더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그런 친근하고 친구같은 모습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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