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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다. 하지만 2회를 보고 나서 확신이 서는 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참 잘 만들었고, 무엇보다 잘 기획되었다. 나는 가수다는 시청자와 가수와 연출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탄탄한 프로그램이다. 각 포털을 보니 스포일러가 선곡을 다 맞췄기에 탈락자를 예견한 것도 맞을 것이라는 뉴스가 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 스포일러는 나쁜 쪽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나는 가수다. 스포일러가 필요없다. 


나는 가수다의 스포일러는 청중평가단 중에 있다. 기자들이 워낙 스포일러를 좋아하기에(기사의 낚시를 위해서 스포일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도에서는 기자들과의 스포일러 전쟁까지 선포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청중평가단에서 나온 이야기나 각종 게시판에 떠도는 이야기들에 기사들이 난무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가수다에 스포일러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나가수(나는 가수다)는 스포일러가 시청률을 더욱 높히지 기대감을 낮추진 않을 것 같다. 지금 돌고 있는 스포일러는 나가수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핵심인 프로그램에서는 스포일러가 맥을 딱 풀어놓고 만다. 반전 영화에서 반전의 포인트를 미리 알려주면 재미가 없어지듯 말이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같은 경우는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뜨면 재미가 반감되기에 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남자의 자격에서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어떤 모녀가 매년 공연을 보러 온다고 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모녀에게 왜 똑같은 내용의 공연을 매년 와서 보냐고 물어보니 그 모녀는 호두까기 인형은 볼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볼 때마다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나가수는 호두까기 인형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스토리가 핵심이 아니라 컨텐츠 자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가수들이 나와서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예능보다는 가요 프로그램에 더 가깝다. 이름을 붙인다면 프리미엄 명품 가요 프로그램 쯤 될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이 오디션 형식을 취한 것은 가수들이 더욱 긴장하여 최고 퀄러티의 노래를 부르게 하기 위해서이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경쟁과 자극적인 스토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때문에 누가 탈락하고 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1명씩 매번 떨어짐으로 새로운 가수의 최고 퀄러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1등을 뽑기 위해서 오디션을 한다면, 나가수는 새로운 음악을 듣고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오디션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포일러가 악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곡을 부를지, 컨디션은 어땠고, 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정도의 스포일러는 나가수를 더욱 보고 싶은 충동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똑같은 곡이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이소라가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를 불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감동의 도가니였다. 직접 듣지 않고는 어떤 평가도 할 수 없고, 평가 이전에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기에 나가수에겐 스포일러가 노이즈 마케팅으로 다가올 뿐이다. 또한 앞으로도 이런 스포일러는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마케팅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일밤의 시청률이 예사롭지 않다. 돈을 내고라도 듣고 싶은 오디션 공연인데 이런 공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예능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아...


나가수는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진다. 마치 비장한 각오를 한 것처럼 말이다. 예능인을 메니저로 두어 예능적은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메니저 중 박명수가 MC도 같이 맡아 부드럽고 자연스런 진행을 하고 있고, 각 메니저들 또한 메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탈락이 되는 포멧이라 더욱 재미있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나중엔 최고의 가수에 최고의 예능인이 함께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조용필에 유재석 메니저도 꿈꿔볼 수 있는 곳이 나가수인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스포일러가 아무리 많아도...아니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나가수를 시청하려 할테고, 이는 선순환이 되어 결국 나가수가 일밤을 살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중간 점검도 획기적이고 재미있었다. 중간점검 때 가수들의 미묘한 신경전이 느껴졌다. 이소라는 아예 참여를 안했고, 나머지 가수들도 재미있게 즐기긴 했지만, 100%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100%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음은 예고편에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의 한소절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중간 점검을 통해 똑같은 가수가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데도 180도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반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아무리 날고 기는 스포일러가 전달해도 직접 듣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이 역시 스포일러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나는 가수다는 정도를 걸었다. 노래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시청자나 팬은 비주얼을 중요시 할 것이다라든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할 것이다라든지, 멀티플레이어야 좋아할 것이라든지, 그룹으로 나와야 좋아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을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가수는 가수의 본연에 충실할 때 가장 성공할 수 있다는 핵심을 나는 가수다는 정확히 찌르고 들어온 것이다. 

음악계에서도 이를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많다. 예술을 점수로 메길 수 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좋은 노래를 듣고 그것을 들음으로 시청자들은 음악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좋은 음악을 선호하게 될수록 예술은 예술다워질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넬라 판타지를 수백번 들어도 질리지 않았고 오히려 즐겁게 듣고 최고의 시청률까지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을 일밤은 영리하게 잘 캐취한 것 같다. 나는 가수다.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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