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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은 독하기로 유명하다. 까나리 액젓을 마시고, 확실한 복불복을 하여 시청자들로부터 안타까움마저 이끌어내는 제작진의 독함은 1박 2일의 인기를 유지하던 강력한 요소였다. 여느 버라이어티와 다른 점은 바로 배려와 우대가 절대로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강호동이라도 밥을 먹이지 않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공정한 룰에 의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점을 어필했다. 잠도 한겨울에 야외에서 그것도 비박으로 제우기도 했다. 복불복에서 지면 에누리없이 바로 야외취침을 했다. 심지어 폭우 속에 모든 스태프가 야외취침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가져온 것은 바로 "신뢰"였다. 

그러나 지금의 1박 2일 시즌2는 독함은 사라지고 너무나 약해졌다. 제작진이 출연진이 화낼까봐 노심초사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주에 펼쳐졌던 복불복에서는 조개구이 복불복이 펼쳐졌다. 방을 찾아 들어가는 복불복이었는데 4명 이상이 하나의 같은 방에 들어가면 복불복에서 이기는 게임이다. 게임 자체도 확률이 너무 높은 게임이었지만 막상 게임을 했는데도 복불복에서 지고 말았다.

이수근의 이상한 제안


그러자 이수근은 급 제안을 하게 된다. 이미 조개구이는 다 준비되었고, 조개구이를 소개해야 하는데 복불복에서 지면 조개구이를 소개할 수 없으니 게임을 한번 더 해서 적게 들어간 팀만 먹기로 하자는 것이었다.

게임은 엉성하게 시작되었다. 이미 전 게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겼기에 대충 막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이수근의 제안은 너무나 이상하게 들렸다. 조개구이가 준비되었고 조개구이를 소개해야 하니 조개구이를 위해 복불복을 다시 하자면 애초에 복불복을 하지 않고 그냥 조개구이를 먹는 겻과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6시 내고향처럼 조개구이 먹는 것을 소개하고 끝내지 굳이 복불복을 억지로 맞춰가며 조개구이를 소개하는 것은 기존의 1박 2일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나PD였다면 일언지하에 거절했거나 아니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역제안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는 사람들은 입수를 한다거나 야외취침을 하는 등 조개구이를 먹는 것보다 더 강한 리스크를 지닌 제안 말이다. 그러나 신입 PD는 그냥 받아들였다. 1박 2일의 시청 타켓층은 그냥 조개구이를 연예인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사람들인가보다. 그리고 그 조개구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조개구이가 먹고 싶어서 그곳에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게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더 이상한 조개구이 시식

 


그렇게 해서 얼렁뚱땅 만들어진 게임에서는 차태현과 엄태웅이 이기게 되었고, 둘이서만 조개구이를 먹었다. 다른 멤버들은 군침만 흘리고 있어야 당연한 것일텐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차태현은 조개 5개를 나열해 놓고 다시 게임을 제안한다. 조개가 질렸으니 다른 멤버들에게 하나씩 주겠다는 것이다. 게임의 형식도 5개의 조개구이 중 2개에는 전복을 올려두는 것이었다. 각자 번호를 부르면 그 조개를 먹는 것인데 모두가 기본적으로 조개는 먹게 되는 것이고, 운 좋은 2명은 전복을 먹게 되는 것이다. 시즌1이었다면 이런 게임을 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만약 했다고 해도 2개는 조개 껍질만 두고 3개에만 조개를 얹어 놓는 것으로 했을 것이다. 그냥 애초에 게임을 하지 말고 다 같이 조개구이를 먹는 것이 나을 뻔 했다.

구차한 모습은 주원에서 더 부각되었다. 전복이 들어있는 조개를 선택했음에도 별로 기뻐하는 모습도 없이 그저 관자만 바라보고 있으니 조개 안에 관자를 넣고 조개를 돌려서 입을 벌린 쪽이 걸린 사람이 그것을 먹는 게임을 또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주원이 당첨되었고, 주원은 관자를 먹게 되었다. 먹고 싶으면 다 먹는 것을 왜 굳이 힘들게 게임을 하고 시청자를 기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조개구이가 나오고 나서 칼국수가 나오자 다른 멤버들이 군침을 흘리고, 보다못한 제작진은 밥그릇으로 한공기씩 칼국수를 주게 된다. 3젓갈 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충분히 한끼 분량이 되고도 남는 양이었고, 차태현은 그나마 자기가 먹고 있던 칼국수까지 나눠주었다. 

이로서 모두가 행복하게 조개구이를 시식하게 되었다. 게임은 그냥 먹기 전에 재미있게 분량이라도 뽑기 위해 했던 것인가보다. 멤버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즐기자는 가른 말은 아니다. 1박 2일의 컨셉이 리얼 버라이어티였고,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신뢰를 얻었던 프로그램인데 시즌2에서는 멤버들의 상황과 형편을 봐주며 슬슬 기는 제작진 덕분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그것은 곧바로 시청률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1박 2일 시즌2 멤버들은 독하게 마음 먹겠다며 전원 입수를 하는 등 의지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입수나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고3때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삭발하는 것과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전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1박 2일 멤버들은 힘들다고 그저 편법만 생각하고, 제작진은 멤버들의 사정을 다 들어주며 원칙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수근 말대로 1박 2일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하루에 800만원어치 조개구이를 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다. 1박 2일 몇번만 출연하면 그 정도 출연료는 다들 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하루의 한끼를 안 먹어서 화가 나 있다고 쩔쩔매며 원칙을 다 허물고 프로그램은 망가지는 길을 택하고 있는 1박 2일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글의 법칙

 


얼마 전 고SHOW에 정글의 법칙팀이 나왔다. PD도 나왔다. 그곳에서의 리얼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정글의 법칙에서는 멤버들이 PD를 욕할 정도로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굳이 고SHOW가 아니더라도 정글의 법칙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얼마나 극한 상황에 놓여서 촬영을 하는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어 스틸로 불을 쉽게 붙일 수 있을텐데도 (그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8시간에 걸쳐서 불을 피우기 위해 모두가 협동하는 모습을 통해 불의 소중함도 일깨워주었고, 정글의 법칙의 리얼함도 살려주게 되었다. 또한 정글의 법칙 멤버들끼리도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복불복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서 애벌레나 도마뱀을 먹는다. 그것은 남자건 여자건 차별이 없다. 여배우도 어떤 특별 대우 없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어려움을 겪는다.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고통은 남자보다 2배 이상 될 것일텐데도 말이다. 그것이 정글의 법칙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이다. 그야말로 정글인 것이다. 출연자가 아무리 날고 기는 톱스타라고 해도 예외나 열외는 없다. 봐주기도 없다. 처음에 정한 원칙대로 가는 것이다. 출연진들은 각오를 다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엔 불만도 많고, 화도 내고, 광희처럼 중간에 하차하겠다고도 하지만 나중엔 서로 하나되고, 각본 없는 드라마가 나오고, 시청자들은 그에 감동하고 재미를 느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된다. 원칙을 지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박 2일 시즌2가 좀 더 독해졌으면 좋겠다. 출연진이 힘들어서 하차하겠다고 할지언정 원칙을 지키고 그 과정을 이겨낼  때까지 견딘다면 멤버들끼리의 우애도 깊어질 것이고, 시청자들도 다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것이다. 어설프게 시즌1을 흉내낼 것이라면 차라리 6시 내고향 시즌2라고 했으면 한다. 제작진도 시청자도 출연진 눈치보는 프로그램은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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