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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을 빌리자면 리듬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스토리를 가지고 노는 드라마다. 응답하라 1994의 재미는 추리 소설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두뇌 싸움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제작진 VS 시청자



이는 1박 2일 군단이 응답하라 1994를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까지 담당을 한 이우정 작가를 비롯하여 1박 2일 때 그 멤버 그대로가 다시 응답하라 1994를 찍고 있다. 1박 2일에서도 예능으로서는 실험적으로 제작진과 출연진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갔고, 나영석이라는 스타PD를 만들어냈다. 꽃보다 할배 역시 나영석 PD의 주도하에 대결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응답하라 1994 역시 보이지 않는 제작진과의 대결이 있다. 시청자들에게 문제를 내고 풀게 하는 것이다. 질문은 성나정의 남편은 누구일까이다. 성나정이 남편 후보감들을 하숙집에 모아두고 누가 남편이 될지 추측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단서들을 여기 저기 남겨둔다. 이는 응답하라 1997에서 이미 재미를 본 방법이다. 윤윤제와 윤태웅 사이에서 성시원이 누구를 택할 것이냐를 두고 각종 추측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추리 드라마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가장 중요한 단서를 남긴다. 바로 남편의 이름을 미리 밝힌 것이다. 그 이름은 바로 김재준이다. 그래서 이제 응답하라 1994는 김재준 찾기 드라마가 된 샘이다. 이제부터 제작진과 시청자의 머리 싸움이 시작된다. 김재준이 누굴까? "매형 전화받으세요"라고 했을 때 받은 손은 누구의 손인가? "야~ 김재준"이라고 했을 때 쳐다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계속해서 결정적 단서를 남긴다. 

예능에서는 이런 문제를 낸다. 답이 개나리라면 답을 미리 알려준다. 그리고 그것이 1번의 개나리인지, 2번의 개나리인지 맞추게 하는 것이다. 1번의 개나리라고 답하면 틀렸다며 1번은 개날라리 하는 것처럼 답의 결정권은 맞추는 사람이 아닌 문제를 낸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응답하라 1994 역시 문제는 시청자가 아닌 제작진이 내고 맞추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시청자들은 단서들을 모아서 답을 좁혀간다. 점점 좁혀갈수록 제작진이 걸어놓은 덫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반전 드라마



5회 차마 하기 힘들 말에서는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나온다. 푸짐한 아침 식사는 신촌 하숙의 전매특허이지만 특별히 그 날은 더 많은 반찬이 있었다. 이유는 각 하숙생의 부모님들이 각 산지의 특산물들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난 후 모두 배탈이 나고 만다. 과연 누구의 반찬 때문에 배탈이 난 것이었을까? 처음부터 단서를 준다. 삼천포는 평소 예민한 성격으로 간장게장을 맛보고 맛이 상한 것 같다며 투정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괜찮다며 먹게 된다. 그리고 배탈이 나자 간장게장을 보낸 정대만 조윤진만 의심을 받게 된다. 특히 삼천포에게 말이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는 배탈이 같은 타이밍에 나질 않는다. 어떤 사람은 좀 일찍 나고 어떤 사람은 좀 늦게 나거나 아예 화면에서 보여주지 않는 식으로 나온다. 시청을 하면서 시청자들은 배탈이 안 난 것 같은 사람을 찾으며 누구의 음식이 상했던 것인지 추측을 하게 되고, 한명씩 소거해가며 범인을 찾아간다. 끝으로 갈수록 정대만의 간장게장이 확실해진다. 화면에 나오지 않았던 칠봉이도 괜찮아 보였지만 인터뷰에서 초반에 배가 아파서 제구가 잘 안되었다고 나온다. 그리고 이어진 돌발 영상에서는 성동일의 화장실 급한 전력질주가 나오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이 정대만의 간장게장 때문이라고 단정짓는 순간, 결정적인 한마디가 쓰레기에게서 나온다. 성동일은 간장게장을 안먹은 것이다. 먹으려고 입에까지 넣었다가 선수가 다치는 바람에 나가버리고 만다. 그런데도 배탈이 났으니 간장게장은 상한 음식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상한 음식의 정체가 밝혀진다. 허무하게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물이었다. 물이 상하다니... 

추측 + 반전 = 몰입



응답하라 1994는 김재준을 찾게 만든다. 이런 단서도 주고 저런 단서도 준다. 심지어 6회에서는 응답하라 1997에 나왔던 주연과 김종민이 이어지는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카메오로 나오게 된다. 주연은 윤태웅과 결혼하는 준희의 선배 의사로 나온다. 스타킹을 벗는 버릇으로 인해 윤태웅과 친해지게 되었고, 나중엔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응답하라 1994에서 역시 의사로 나온다. 쓰레기와 동기로 말이다. 아직 학생인 주연은 점을 본 이야기를 한다. 용하다는 집에서 점을 보았는데 잘생긴 부자집 사람과 결혼을 하는데 같은 병원에 있다고 한다. 응답하라 1997의 윤태웅과 결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점쟁이는 김일성이 1994년에 죽고, 1994년 여름은 몇십년만에 최고 더위를 기록하는 것까지 맞춤으로 신빙성을 더했다. 

또한 이런 여지도 남겼다. 응답하라 1997에서 스타킹을 아무데서나 벗는 것으로 인해 윤태웅과 인연이 되었듯, 쓰레기 앞에서 스타킹을 벗었기에 쓰레기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여지 말이다. 물론 잘생기고 부자는 아니지만... 

빙그레의 경우도 재미있는 단서를 주었다. 왕 게임을 하여 일부러 정대만과 삼천포를 화해시키려 하지만 엉뚱한 사람들만 뽀뽀를 하게 된다. 칠봉이와 성나정이 그렇고, 빙그레와 쓰레기가 그랬다. 빙그레와 쓰레기의 뽀뽀는 벌칙이었지만 빙그레의 눈빛과 당황한 기색은 빙그레가 게이일 가능성을 가져다 주었다. 



응답하라 1997에서도 게이가 있었다. 바로 강준희. 강준희 또한 의사였기에 빙그레와 겹치는 캐릭터가 된다. 그리고 성나정의 남편 후보인 쓰레기에게 호감을 느낀다. 강준희가 성시원의 남편인 윤윤제를 좋아했던 것처럼 말이다. 빙그레가 좋아하는 쓰레기가 과연 성나정의 남편이 될까? 

이 외에도 재미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넣었다. 6회에 나왔던 아이들이 이름은 박정우와 박선우. 얼마 전 드라마에 한 획을 그었떤 tvN의 나인의 주인공 이름이 박선우였고, 그 형 이름이 박정우였다. 

이런 추측들은 몰입을 하게 만든다. 어떤 드라마가 손이 누구의 손인지 주목하게 만들까? 어떤 대사를 했는지 기억하게 만드는 드라마는 응답하라가 처음인 것 같다. 대사 하나도 신 하나도 놓칠 수 없이 꼼꼼히 보게 만드는 이런 추측들은 극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한다. 아직 6회 밖에 하지 않았는데 20회 이상 한 것처럼 익숙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한 단순히 추측만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전을 준다. 4회까지만 해도 빙그레가 성나정 남편 후보에 올랐었는데 왕 게임 이후로 후보에서 탈락되었다. 하지만 이도 아직 게이임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지는 남아있는 부분이다. 칠봉이와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마지막 장면에는 쓰레기의 손이 매형의 손으로 나왔다. 폐경인줄 알았던 이일희는 임신이었고, 또한 성나정의 아들이라고 생각되었던 쑥쑥이는 성나정의 아들이 아닌 성동일과 이일화의 아들이었고, 성나정의 동생이었다. 

이런 반전들은 단서를 통한 추측이 한쪽으로 쏠렸을 때 균형을 주며 다시 처음부터 추리하게 만든다. 6회까지 보면서 4회까지 결정지었던 단서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다시 원점이 되며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다. 

답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해태가 여자친구와 전화로 싸우게 된다. 왜 싸우게 되었냐고 물으니 여자친구 생일이 금요일인데 금요일에 시험이라 토요일에 내려간다고 했더니 내려오지 말라고 했고, 그럼 금요일에 내려간다고 했더니 또 내려오지 말라고 해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성나정과 조윤진에게 물어본다. 성나정과 조윤진은 다른 예를 들며 설명을 해 주는데 여자친구가 집에 페인트 칠을 했는데 집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니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문을 열어 놓자니 대로변이라 매연이 들어오고 할 때 어떤 답이 올바른 답일까라는 질문으로 설명을 했다. 해태와 삼천포는 문을 닫을지 안닫을지에 대한 답을 했고, 성나정과 조윤진은 "괜찮아"가 정답이라고 했다. 

답은 김재준을 찾는 것이 아닐수도 있다. 응답하라 1994. 그것이 보여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재준 찾기에 열중할 때 실은 아무도 모르게 어떤 메세지를 제작진은 심고 있을까? 사랑? 우정? 

답이 어디에 있건 응답하라 1994의 전략은 성공했고, 김재준 찾기 놀이로 몰입은 최고조가 되었고, 시청률도 최고 6.8%를 찍는 기염을 토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응답하라 1994. 답이 다른 곳에 있을지라도 김재준 찾기는 계속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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