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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가 수방사에 이어 해군에 갔다. 군함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신선하기도 했고, 독도에 가게 되는 것 또한 기대가 된다. 진짜사나이가 육군을 접수하고 이제 해군으로 갔으니 앞으로 해병대와 공군만 가면 될 것 같다. 1박 2일이 대한민국의 구석 구석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것이라 한다면 진짜사나이는 대한민국의 구석 구석 군대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의 군대를 모두 경험하면서 진짜사나이들은 공포의 외인구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도 더 잘하게 되고, 군대에 더 빨리 적응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다 해외로 파병해도 될 정도로 능숙한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진짜사나이는 그럴수록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내무실 생활은 없는 진짜사나이
 


진짜사나이는 보여주기 식 훈련이 너무 많다. 분명 군대에서 미리 준비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잘 하고 있다고 안심하라고 보여주기식 훈련인 것이다. 특히 수방사 때 피크를 달렸다. 국군의 날 행사와 맞물리며 레벨과 버스에서 일어나는 인질극, MC를 몰고 인질을 제압하는 것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2년 내내 그렇게 훈련만 하지 않는다. 반복적인 훈련은 있지만 더 많이 하는 것은 작업이고, 무엇보다 일과가 끝나면 내무실 생활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예비역들이 노가리 대신 안주로 삼는 이야기들은 군대에서 어떤 훈련을 했는지가 아니다. 내무생활을 할 때 선후임간에 에피소드들이 안주거리가 된다. 작은 내무실 안에 남자들만 드글대는 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프렌즈가 저리갈 정도로 네버엔딩 스토리다. 

푸른거탑이 인기를 얻은 이유 또한 바로 이 내무 생활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사나이의 장점은 모든 부대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부대의 1년에 한번 할까말까한 고난도 훈련을 보여주는데에도 1주일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무생활의 이야기는 점점 사라지고, 일과가 끝나면 저녁먹고 점호하고 취침을 하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훈련들은 저런 훈련도 있구나 할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지지만 한편으로 최전방에서 총기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진짜사나이는 그냥 선전용 국방부 홍보 프로그램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필요없다. 허접하더라도 오합지졸들이 왁자지껄하게 지내는 모습이 더 재미있다.

진짜사나이 초반만 하더라도 오합지졸들의 모임이었다. 심지어 쎄 보이는 선임들도 구멍병사였고, 이는 일반인이 캐릭터가 잡힐정도로 강력했다. 바나나라떼를 마시며 맛다시를 비벼먹는 군생활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선임에게 딸랑거리는 캐릭터, 점호 시간 때마다 걸리는 캐릭터등 내무실 안에는 항상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일어난다.



정치도 일어나고 코미디도 일어나며 감동적인 드라마도 만들어진다. 그것을 푸른거탑은 잘 포착해 내었고, 진짜사나이는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모든 훈련에 대해서 말이다. 이는 진짜사나이의 최고 위기라 할 수 있다. 다시 새로운 멤버를 투입한다면 캐릭터 잡는데만 1달이 넘게 소요될 것이고, 그렇다고 계속 이런 식으로 가자니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보여주기 훈련이 필요하고 이는 사고의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 다행히 육군에서 해군으로 가면서 새로운 내무 환경과 방식과 절차들이 멤버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지만, 이는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다. 점차 심재빈 상병같은 캐릭터들은 사라지고 내무실에는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반 병사들은 그저 진짜사나이들을 돕는 가이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진짜사나이가 군생활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대로 상병, 병장이 되면 진짜사나이는 정말 해외 파병이라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 군대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왜 탈영을 하고, 왜 총기사고가 나고, 자살을 하는지, 내무실에서는 도데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짚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훈련이 아니라 내무 생활 안에 답이 있다. 병사들의 이야기,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사연들과 그들의 정치적 암투를 조명했을 때 진짜사나이는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공포의 외인구단보다 오합지졸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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