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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100억의 제작비, 손현주, 윤제문, 최원영, 장현성, 이대연, 안길강등 연기파 배우 대거 등장, 한국판 24를 표방한 드라마. 기대를 안할 수 없었던 드라마이다. 소재도 굉장히 독특했다. 대통령 저격 사건과 연관된 배후들에 관한 이야기. 음모론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들이 기대감을 더욱 자극했다. 





어설퍼도 너~무 어설퍼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 그 자체였다. 어설픔의 극치였다. 특히 주연 배우인 박유천, 박하선, 소이현의 연기와 손현주, 윤제문, 최원영의 연기의 차이가 너무나 났다. 박하선, 소이현은 유일하게 나오는 여배우들이다. 그런데 너무 이쁘게 보이는 것에만 신경 썼는지 연기는 극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였다. 맥이 턱턱 끊기는 것은 비단 여배우들의 시트콤 같은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거창한 스케일에 비해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보였다. 


이는 연출에서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신의 선물처럼 연출에 문제가 있어도 스토리와 연기로 밀어붙이면 되는데, 손현주-장현성-최원영등 연기파 배우들이 이끄는 부분에서는 그렇게 되어도, 박유천-박하선-소이현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구멍이 너무 크게 보였다. 아니면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고증의 고증을 거쳐서 디테일의 끝판왕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들인 시간과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저격을 받은 암살 시도인데 모든 것이 너무 허술하게 돌아가고, 증인들에 대한 보호도 어설펐다. 몇명 되지도 않는 시위 현장 사람들이 경찰들의 방어막을 뚫고 몰려와서 칼로 경호팀 실장을 죽이는 장면도 개연성이 떨어졌다. 하나 하나 열거할수도 없을 정도로 각 부분마다 어설픈 장면들이 속출했고, 이는 심각한 표정을 짓는 한태경과 이차영, 윤보원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음모론? 먼저 개연성


음모론은 세계 경제는 대통령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음모론을 계속 탐독하다보면 지구 내핵 쪽에는 내핵이 아니라 외계인이 살고 있고, 그 외계인은 우리가 모르는 정북극의 (음모론에 따르면 정북극은 따뜻하고 나무도 있다고 한다) 한 구멍을 통해서 지구 내부에서 UFO가 들락날락한다고 한다. 


결과만 듣고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음모론이지만, 처음부터 하나씩 파들어가다보면 굉장히 정교한 논리와 개연성을 가지고 지구 내핵까지 접근하기에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선거 때마다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 여기서 음모론이 등장한다. 98년 잠수함 발견이 간첩활동이 아니라 국정원, 군, 정치, 경제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것이 쓰리데이즈의 핵심 내용이다. 그 조작된 사건을 지휘한 사람이 대통령이고, 그 뒤에는 자본가인 재신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음모론을 좋아한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밀문서같은 그런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 음모론은 정론보다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여야 한다. 





하지만 쓰리데이즈가 말하는 음모론은 찌라시보다 못한 신뢰할 수 없는 음모론이다. 대통령 자체가 왜 김도진에 대항하는지도 너무 약하다. 잠수함 간첩 작전은 팔콘의 무기를 매입하기 위해 벌인 조작 사건인데, 그것을 이동휘가 지시했다. 대신 인명 피해는 없고 겁만 주고 가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재신 그룹 회장인 김도진이 그것을 어겼다. 김도전의 말에 의하면 잠수함이 고장나서 다시 돌아가지 못한 북한 간첩이 어쩔 수 없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실수였다고 하였는데, 그에 대해 이동휘는 분개하며 대통령이 되어서 그것을 복수하고, 뒷배경들을 다 까발리겠다고 하는 것이 쓰리데이즈가 지금 전개해가고 있는 스토리다. 이미 대통령은 그럴 자격 자체가 없기에 이동휘의 분노가 개연성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쓰리데이즈라 3회만 기다려보자 했는데, 6회가 지난 지금까지 딱히 나아지는 모습보다는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이제 10회 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뒤에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참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참고 보는 이유는 다른 드라마들은 더 재미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그나마 제일 재미있는 것이 쓰리데이즈이기 때문이랄까. 


감격시대는 점점 산으로 가더니 급기야 제작비 미지급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액션은 볼만하나 한중일 다 묶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개연성으로 따지자면 쓰리데이즈가 훨씬 나을 정도다. 150억의 제작비를 들인 감격시대이니 돈을 더 많이 들인만큼 어설퍼지는 것이 드라마의 법칙처럼 된 것은 아닌가 싶다. 





JTBC의 밀회가 기황후와 신의 선물이 지키고 있는 월화드라마가 아닌 수목드라마로 방영했다면 종편 최초로 공중파 시청률을 뛰어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 수목드라마는 최고의 비용을 들인 최악의 드라마들이 방영 중에 있는 것이다. 


쓰리데이즈가 기사회생할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어설픔을 더 어설프게 만드는 연기자들 비중을 줄이고, 손현주-최원영-윤제문의 비중을 더 높여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히는 방법만이 드라마를 살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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