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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제주도편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호강하나 싶었더니 날씨로 인해 결항이 되다니 참 제주도와 1박 2일은 인연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삼고초려 끝에 (MC몽이 정말 모르는 것은 아니겠죠^^?) 제주도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해외 여행의 1/3 가격으로 제주도를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긴 했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서는 좋은 결과는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결국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가서 협제 해수욕장에 잠깐 갔다가 베이스캠프인 게스트하우스로 오는 것으로 한 주 분량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는 제주도로 여행을 가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별로 도움은 안되었던 것 같다. 그냥 홈쇼핑에서 패키지로 갈까..?

이 모든 일의 근원은 강호동이다. 제주도를 더 즐기며 다양한 모습과 1/3 가격으로 제주도를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었는데, 강호동이 다 망쳐놓았다. 하지만 아직 다음 편이 남아있으니 한 주 더 기다려보기로 하겠다.

하지만 1박 2일 내에서 가장 나쁜 놈은 강호동이었다. 여기서 나쁜 놈이란 약간 반어적인 표현이기에 그대로 사용하였다. 나쁜 놈이 있었기에 이번 1박 2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그런 나쁜 놈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였고,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서 방송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었다.

선과 악의 대립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선과 악이 대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악을 자처하려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나쁜 놈이 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악이 강해야 선도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이루어 극적인 재미를 가져다 준다. 천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끔찍한 불지옥이 있기 때문이듯 말이다. 모두가 착한 역할을 맡는다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몰라서 밍밍해지는 효과가 나오지만, 극도의 나쁜 역할이 뒷받침 된다면 선악의 대립 구조는 극적인 효과를 더욱 부각시켜 줄 것이다.

이번 1박 2일은 자칫 착한 사람들만의 밍밍한 여행이 될 뻔했다. 처음 비행기를 출발할 때부터 저가항공을 홍보해주는 착한 역할(?)을 맡았고, 복불복마저 3000원, 30000원, 0원으로 나뉘여 3000원을 가진 연합팀이 구성됨으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줄 뻔 했다. 이대로 그냥 진행되었다면 또 다른 소소한 재미가 있긴 했겠지만, 극적인 큰 재미는 없었을 것이다.

이를 간파한 강호동은 사악한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 30000원을 가진 강호동은 자신의 부를 이용해 사람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한 의도로 뭉친 3000원 연합대는 착한 승기와 선한 김C를 중심으로 버스를 향해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강호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유혹하였다.

만약 여기서 강호동이 30000만원을 가지고 그냥 택시 타고 갔다면 정말 재미없었을 것이다. 역시 노련했던 강호동은 가장 유력한 대상인 간사한 MC몽과 충동적인 은초딩을 집중적으로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이승기로 하여금 MC몽의 엉덩이를 걷어차게 만드는 나이스 플레이까지 펼치며 강호동의 사악한 재치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결국 강호동은 3만원의 힘으로 MC몽과 은지원을 포섭하게 된다.

극적인 반전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소름이 끼칠 듯한 반전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도 그랬고, 식스센스에서도 그랬다.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범인이었다면, 혹은 귀신이었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영화나 드라마 전체가 살아난다.

이런 스릴러같은 반전의 묘미를 끌어낸 것은 강호동의 끈질긴 사악한 유혹 때문이었다. 돈을 흩날리며 김C를 유혹하기 시작하였고, 은지원과 MC몽도 같이 부추기기 시작했다. 이승기가 뒤돌아 있는 사이, 결국 김C는 배신을 때리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리고 만다.

김C가 어떤 사람인가? 아이들을 위해 까나리를 원샷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착한 일은 도맡아 하며, 정의와 의리의 사나이가 아니었는가? 1박 2일에서 뿐만 아니라 명랑토론회에서도 "세계 평화"를 주제를 낼 정도로 정의감에 불타던 김C였다. 그랬던 그가 강호동도 아닌, 은지원도 아닌, MC몽도 아닌, 착한 승기를 배신하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졌으니 그야말로 반전 중에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속으론 '김C가 저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겉으론 통쾌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아마 나도 사악한 무리에 속하는가 보다. 김C의 배신은 1박 2일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장면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강호동이었다. 그래서 강호동이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복잡 미묘해진 관계

요즘 드라마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은 설정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 설정이다. 에덴의 동쪽, 미워도 다시 한번, 아내의 유혹, 카인과 아벨등 유명한 드라마는 모두 복잡한 관계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일부러 그렇게 꼬으려해도 꼬으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관계는 사람들의 관심과 집중을 불러일으킨다.

극적인 반전을 이루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김C의 배신은 이내 평상심을 되찾으며 김C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게 하였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김C는 머리를 쥐어 박으며 뼈져리게 후회해도 돌아오는 것은 시민들의 질책 뿐이었다. 정말 좋은 이미지를 한번에 구긴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착함"과 "성실"의 대명사인 이승기를 배신했으니 말이다.

이승기의 반응이 더욱 재미있었다. 이승기는 자신을 배신한 김C를 향해 큰 배신감을 느끼며 잠시 공황상태에 빠지지만, 시민들에게 형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희생한 것이라 말한다. 이야말로 김C를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말이었다.

이승기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한 김C는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만회해보려하지만,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로 미묘한 감정의 뒤끝이 남아있었다. 김C는 또한 강호동의 무리들에게도 애매한 입장이 되었다. 그들이 유혹하긴 했지만, 선택을 한 것은 김C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또한 강호동의 무리들은 약간 미안함감도 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중간에 버린 것 같은 찜찜한....한마디로 그들이 복잡 미묘한 관계는 화장실 간 후 뒷처리를 잘 못한 껄쩍지근한 관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오며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만든 강호동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의 재치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천하장사급이었다. 제일 나쁜 놈이지만, 그가 있었기에 1박 2일이 더욱 재미있어졌고, 승기는 최고 천사가 되었고, 김C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기회를 주었으며, 은초딩과 MC몽에게는 캐릭터 굳히기를 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이번엔 운전만해서 잘 모르겠다. 이수근은 차라리 뛰어갔으면 더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운전만 해서 좀 아쉽긴 하다.

다음 주가 더 기대되는 1박 2일. 해외여행 1/3 가격으로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제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해외여행은 어디 기준인지... 동남아? 아니면 유럽? 아무튼 최고 나쁜 역을 자처하여 최고 재미있는 장면을 만든 강호동의 재치와 빠른 판단력, 자신감은 국민MC로서 부족함이 없었던 1박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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