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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가 3회까지 진행되었다. [자명고]는 [주몽]과 [바람의 나라]를 이어 고구려의 태무신왕 시절 낙랑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이야기는 어릴 적 보는 동화책으로 유명하기에 전국민이 알 정도로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리고 자명고는 이런 인지도를 발판삼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너무 큰 신경전을 펼친 것이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에덴의 동쪽]과 펼친 신경전은 결국 [에덴의 동쪽]의 승리로 끝나면서 [자명고]에게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어설픈 스페셜을 급하게 제작하느라 안하느니만 못한 스페셜 방송을 내보내고도 결국 WBC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되었는데 눈치 작전을 펼치느라 시청자들에게 처음부터 안좋은 모습을 보여준데다, 스페셜 방송에서는 처음부터 자명고를 찢는 장면이 나와 김을 세게 만들었다. 물론 그 내용은 극의 초반부 내용이지만, 극의 흐름자체가 시간의 역순으로 흘러가는 구조이기에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자명고]는 스스로 울리기는 커녕 동네북이 되어가고 있다. [꽃보다 남자]에 치이고, [에덴의 동쪽]에게 당하고, [내조의 여왕]이 치고 올라오면서 사방이 우겨쌈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시청률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점이 [자명고]를 동네북으로 만들었는지 한번 살펴보자.

1. 제작비

차라리 제작비라도 낮았으면 그려려니 했겠지만, 100억대가 넘는 제작비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대작으로 그 비용만큼 실망감도 컸다. 아무리 살펴봐도 어디에 그렇게 많은 제작비가 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CG부분은 깔끔하게 처리되었긴 했지만, 마치 [용가리]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은 정려원의 한 회 출연료가 2000만원이라는 것이다. 정려원이 주연인 것도 의아한데 출연료까지, 그것도 동결한 금액이 한 회당 2000만원이라니 말이다. 정려원의 연기력으로 보나 명성으로보나 연기 경력으로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50부작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100억 중 10억이 정려원에게 들어가는 꼴이다.

2. 주연 배우


박민영과 정려원, 그리고 정경호가 주연인 100억대 드라마. 이것만으로도 시청률은 자명하다. 차라리 연기를 잘하는 신인 연기자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신인은 아니지만, 천추태후에서 강한 인상을 보여주었던 최철호가 나왔다면 어땠을까도 싶다. 정경호의 연기는 그렇다해도, 박민영은 신인에다 연기도 영 어색하다. 분명 사극을 보고 있는데 시트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대사 또한 퓨전사극이란 말로 인해 옛말체가 아닌 현대식으로 하고 있는데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연기력이 부족했기에 그런 것은 아닌가도 싶다.

아무런 임펙트가 없는 배우들의 지명도와 연기력은 [자명고]에겐 치명적이다. [돌아온 일지매]처럼 큰 틀을 짜놓고 배우들을 넣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 사극처럼 주인공이 대두되는 구조임에도 카리스마 없는 주연 배우들은 조연 배우조차 희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조연배우는 주연 배우의 역할이 크면 클수록 그 빛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데 주연 배우 자체가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연기력이 좋은 조연배우 역시 묻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무휼 역의 문성근이나 최리 역의 홍요섭, 왕 자실 역의 이미숙, 모 하소 역의 김성령등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이 박민영-정려원-정경호의 그늘에 가려버리고 마는 듯한 느낌이서 아쉽다.

3. 스토리

[자명고]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첫 회에 자명고를 찢는 장면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로비스트]나 [카인과 아벨]처럼 처음에 중간의 장면을 보여줌으로 반전의 효과를 기대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명고]의 경우는 예외인 것 같다. [자명고]가 노린 노림수는 이해가 간다. [자명고]는 첫회에 자명고를 찢는 장면을 보여 줌으로 그 이상의 스토리가 숨이있다는 호기심을 갖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자명고는 북이 아니라 공주의 이름이었고, 호동 왕자는 낙랑 공주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명 공주를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낙랑 공주는 호동 왕자를 사랑하긴 했지만, 낙랑국을 살리기 위해 자명고를 찢었다는 슬픈(?) 뒷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자명고를 찢는 장면을 첫회에 보여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호동-낙랑의 스토리는 자명고를 찢으며 끝난다. 그리고 그 장면 이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어떻게 자명고를 찢게 되었는지, 그리고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사랑은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것에 관심이 있는데 첫 회에 다 나와버렸으니 김이 다 새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 뒤에 또 다른 사랑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해도 일단 관심 밖의 이야기다. 게다가 스토리의 구성이 시간의 역순으로 흘러가게 된다. 낙랑 공주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인형극을 보기 위해 호동 왕자가 극장으로 가자 그 아래 숨어있던 자명 공주의 회상에서 자명고를 찢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자명고를 지키려다 낙랑공주에게 당한 자명 공주를 살리기 위해 머드팩을 시키는 과정에서 다시 타임워프를 하여 아역으로 흘러 들어간다. 시청자는 이제 아역부터 머드팩 장면까지 한번 기다려야 하고, 머드팩부터 인형극장까지 또 한번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된 스토리는 참신해 보이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없어진다. 가장 중요한 자명고를 찢는 장면과 어떻게 찢겨지게 되었는지, 호동 왕자는 누구를 좋아했는지까지 다 알게 되었다. 그 이후의 장면들을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역으로 시작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성인 연기자들의 실망스런 연기는 연기대로 보았고 스토리도 어떻게 흘러갈지 거의 다 알게 되었다. [천추태후] 역시 이런 장면으로 시작하였지만, 바로 아역으로 넘어갔고, 채시라와 최재성, 김석훈의 연기가 훌륭했기에 아역을 보더라도 성인 연기자들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렸다. 게다가 이제 처음의 스토리까지 다 왔다. 하지만 [자명고]는 너무도 자명한 스토리와 연기력을 보여주었기에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기대치를 한껏 낮추지 않았나 싶다.

월화드라마는 충분히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수목드라마의 [카인과 아벨], [돌아온 일지매], [미워도 다시 한번]에 비하면 [꽃보다 남자]나 [내조의 여왕]과의 경쟁은 수월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꽃보다 남자]가 F4의 힘으로 선전을 하고 있고, [에덴의 동쪽]이 끝난 후 그 시청률을 그대로 끌어올 수 있었다. 게다가 후속작인 [내조의 여왕]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자명고]가 치고 올라가면 충분히 [에덴의 동쪽]의 시청률을 끌어 당길 수 있었을텐데 분위기로 보아서는 [내조의 여왕]에게도 밀릴 처지에 놓인 것 같다. 첫번째는 [꽃보다 남자]처럼 강력한 얼굴 마담이 없고, 두번째로는 [내조의 여왕]처럼 김남주나 최철호 같은 주연배우들의 연기 포스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동네북이 되어버리고 만 [자명고]는 앞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해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 나갈 것인지, 자명고가 될 것인지, 동네북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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