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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린세스를 보는 순간 쏙 빠져들고 말았다. 옆에서 마이프린세스에 쏙 빠져 있는 나를 본 아내는 그 모습을 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김태희가 그렇게 좋냐며 비아냥거린다. 그렇다. 내가 마이프렌세스에 빠져들게 된 건 김태희 때문이었다. 예뻐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예전의 김태희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란 것도 있었다. 

위대한 탄생에서 이은미가 심사평을 내릴 때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있지만 가슴을 울려서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즉, 사람을 감동시키는 목소리여야 하는 것이다. 김태희는 지금까지 서울대 나온 미녀. 지적인 여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 캐스팅 될 때마다 청순가련한 공주역을 맡았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김태희의 미모만을 부각시킨 작품들이었다. 혹자는 발연기라며 멍태희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지만, 진짜 공주역을 맡은 마이프린세스에서 김태희는 진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쏙 빠져들게 만드는 역을 맡은 것이다. 그리고 잘 소화해내고 있어서 각 언론에서는 망가진 김태희가 마이프린세스를 살렸다고 말하고 있다. 


망가진 김태희라기보단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다. 매우 편해보이고, 보는 사람을 쑥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감동과 웃음이 공존하며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이 이심전심으로 느껴지는데, 정말 지금까지의 김태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마이프렌세스의 경쟁작인 싸인은 박신양의 열연에 의해 첫방송에서 선방을 했지만, 두 드라마를 모두 본 입장에서 싸인이 마이프린세스를 넘어서긴 힘들 것 같다. 마이프린세스의 스토리는 간결하고 흥미롭다. 특히 저녁에 가족끼리 모여 앉아보기 딱 좋다. 신데렐라나 인어공주가 아닌 진짜 공주가 되어 버리는 마이프린세스. 하지만 전혀 공주같이 않은 공주가 나와서 공주과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성장하는 캐릭터라는 트렌드에도 잘 맞는 드라마이다. 더군다나 김태희가 이렇게 잘 해주니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다. 송승헌 또한 전역 후 첫 작품인 에덴의 동쪽에선 긴장해서 그런지 한가지 모습만 보여주더니 마이프린세스에선 좀 더 부드럽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봤으며, 입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첫방에서는 싸인과 비슷하게 나왔지만, 뚜껑이 열린 지금은 아마도 마이프린세스의 압도적인 승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시청률이 오르고 이슈가 될수록 김태희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날 기회가 생기게 될 거고, 그동안 발연기에 대한 오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더불어 송승헌도 같은 혜택을 보게 될 듯. 

싸인의 경우는 장항준 감독이 강심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추리물을 안 좋아한다고 말했듯 싶지 않은 길을 갈 것 같다. 우선 제작비가 너무 적게 들었는지 스토리 전개가 빈약한 점이 많다. 시신의 경우는 너무 마네킹 티가 나서 몰입하기 힘들 정도였다. 더군다나 부검을 해야 하기에 보기에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자극적인 것까진 좋지만, 가족과 함께보긴 힘들 것 같다. 또한 스토리가 건너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몇번 있었다. 2회까지 밖에 안했는데도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이 구멍이 뚫린 듯 뭔가 허전했다. 갑자기 비가 오자 김아중이 멍하니 서 있다가 지문이 지워졌을 것이라는 장면도 좀 당황스러웠고, 실험실에서 청산가리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간을 끄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국내에선 획기적인 소재이고, 박신양의 연기가 유독 돋보이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메니아층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마이프린세스의 깜찍 발랄한 김태희의 연기와 공주가 되어가는 과정과 정치적인 연결, 그리고 러브라인의 찐한 대립구도가 기대된다. 수요일 밤을 다시 기대하게 만든 마이프린세스가 김태희도 살리고, 송승헌도 살리고 시청자도 즐겁게 해주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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