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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죄와 길편이 무승부로 끝났다. 죄와 길이라니 이름도 참 잘 지었다. 길이 한번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무한도전 멤버로 쐐기를 박았고, 죄와 길이라는 제목처럼 죄와 벌의 벌로 훈훈한 마무리를 지었다. 

어수선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난 그 어떤 때보다 더 재미있게 보았다. 김태호 피디가 스포에 대해 일침을 가한 메시지도 있었고, 모르던 법률 상식이나 법정 모습에 대해서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자막에 쓰인 실제 법정 절차와 절대로 같지 않기에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께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캐나다에 있을 때 TV의 한 채널에서는 법정의 리얼한 모습을 실시간을 보여주는 채널이 있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채널로 생각보다 의외로 재미있었던 방송이었다. 외국은 고소하는 것이 밥 먹듯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 방송을 통해 법이 좀 더 가깝고 쉽게 느껴졌었다.

무한도전의 죄와 길편은 법정의 모습을 두시간에 걸쳐 방송한 국내 최초의 방송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재미를 위해 실제 법정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어려운 말로 적혀있는 법을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효리, 무한도전에 등장하다.




이와 더불어 한가지 주목되었던 점은 바로 이효리의 등장이었다. 증인으로 참가한 이효리는 패떴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나왔다. 김제동도 함께 나오긴 했지만, 이효리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김제동의 경우는 무한도전의 멤버로 들어갈 확률이 꽤 높지 않나 싶다. 현재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을 뿐더러 정치적으로 상정적인 캐릭터와 이슈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목이 무한도전이다보니 정준하나 정형돈, 박명수 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김태호 피디는 만약 둘 중 한명을 멤버로 투입한다면, 이효리보다 김제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이효리에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현실적으로 무한도전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효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패떴에서 이효리와 친했던 박예진이나 이천희, 대성은 이효리와 더불어 새로운 호감 캐릭터를 만들었었다. 지금도 패떴을 통해 유일하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는 캐릭터는 박예진, 이천희, 대성 정도일 것이다. 이효리는 자체 발광이기도 하지만,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을 밝혀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예능에서 이효리는 철저하게 망가진다. 라면을 먹고 아침에 부은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 거침없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여러가지 굴욕적인 장면과 표정도 가감없이 보여주고 난 후에도 엘범 활동을 하며 섹시한 디바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효리는 그야말로 프로가 아닌가 싶다.


죄와 길편에서 이효리를 주목한 이유는 판사와 더불어 상대편 변호인들까지 모두 매료시킨 이효리만의 매력과 어떤 변호인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센스있게 받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히 유재석과 비견해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포스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다.

유재석과 항상 동행하는 이는 박명수이다. 2인자, 아니 1.5인자로 유재석의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는 박명수.그는 이제 명실공히 점오인자이다. 하지만 박명수 못지 않게 이효리 역시 유재석과 함께 다녔다. 해피투게더 시절부터 유재석과 이효리는 환상의 콤비였다. 박명수보다 더 먼저 콤비였던 것이다.

유재석 옆에 있으면 누구든 자체발광을 하기 시작한다. 유재석에게 어떤 노하우를 배우는 것처럼 재미없던 사람도 재미있어지고, 캐릭터가 없던 사람은 캐릭터가 생긴다. 우쒸~ 박명수가 그러했고, 재미없는 형돈이도 그랬다. 그런데 그와 가장 오래 같이 있었던 이효리는 어떠하겠는가. 아마도 유재석과 동급의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효리가 무한도전의 멤버로 투입된다면?




만약 그런 이효리가 무한도전의 멤버로 투입된다면? 남탕인 무한도전에 새로운 아이템들을 여럿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유재석 중심 구도에서 팽팽한 균형이 이루어진 양동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편을 나누어 싸울 때도 서로 실력이 비등해야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친다. 한쪽이 너무 잘하거나 이길 것이 51% 이상 확신이 설 경우에 그 게임의 긴장감과 재미는 50%이상 반감된다. 무한도전의 현재 모습은 유재석에 너무 편향되어 있는 모습이고, 유재석과 함께한 팀은 동정표라도 얻게 되어있다. 이번 죄와 길편만 보아도 길보다는 유재석측에 심하게 쏠려 있었고, 길이 오줌을 쌌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버렸다.

이때 이효리가 쩌리짱 대신 길의 변호인으로 나왔다면? 길과 유재석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사람들이 유재석의 신뢰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죄와 길 편에서 길이 오줌을 쌌다는 것과 더불어 유재석의 진실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효리의 증언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유재석과 비등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효리가 무한도전의 균형있는 발전을 가져올 것이고, 이에 질투하는 박명수와 이효리의 대결 구도도 흥미로울 것 같다. 또한 이효리는 여자이게 여러가지 핸디캡을 가질 수 있고, 충분이 그 핸디캡을 이용하고 재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효리에게도 득




이효리 자신에게도 무한도전 투입은 그 어떤 예능을 합한 것보다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패떴에서 실추한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도 단번에 회복시킬 수 있고, 방송을 통해 의미없는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정말 가치있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효리가 무한도전에 투입된다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능을 하지 않고 음악인으로만 간다면 현재로서는 이효리는 버거운 걸음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쏟아지는 걸그룹들과 점점 들어가는 나이, 그리고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부담감은 점점 이효리의 설 곳을 밀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능은 이효리를 그 어떤 핑클 멤버들보다 더 오랫동안 인기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안정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무한도전에 이효리가 투입된다는 것은 무한도전이나 이효리이게나 둘 다 이득이 되는 상생의 길이다. 무한도전의 오래된 팬으로서 이효리가 투입되는 것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나 반발감이 없다. 오히려 쩌리짱의 행동이나 하하의 투입에 더 거부감이 들고 반발감이 든다. 물론 피디의 생각과 신념은 다르겠지만, 이효리는 그 어떤 카드보다 무한도전을 더 가치있고 재미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카드라 생각된다.

남자들만 무한도전 멤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편견도 깰 수 있고, 유재석을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강호동 밖에 없다는 것도 바꿀 수 있다. 현존하는 연예인 중 유강 체제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효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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