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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황금의 제국과 불의 여인이 시작된 것이다. 구가의 서와 장옥정이 끝나면서 새로운 드라마들이 시작되었다. 상어에게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구가의 서는 이승기와 수지의 힘으로 월화드라마 1위를 지켜왔다. 그리고 장옥정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두 드라마 모두 이렇다할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상어에게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 겨울 스태프들이 그대로 왔다는 상어. 김남길과 손예진의 파워에도 상어의 시청률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드라마들이 시작되면서 올라갈 가능성마저 줄어들고 말았다. 

한 모임에서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상어가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해버렸다. "잘 만든 드라마는 재미없어요" 지극히 주관적인 대답이었지만 시청률이 이 아주머니의 대답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쪽대본을 비판하고 드라마 제작 환경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좋아하는 것은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나 쪽대본으로 방금 제작된 드라마들이다. 



상어는 웰메이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우선 영상미를 강조한 부분은 쪽대본이 없는 것임을 나타내준다. 상어의 영상은 색보정이 모두 들어갔다. 몽환적이고 동화같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모두 색보정이 들어간 영상이다. 편집하는 것은 반나절이면 끝낼 수 있지만, 영상의 색을 보정하는 것은 하루로도 모자른 작업이기에 상어는 사전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해외 로케이션까지 있는 상어는 영상 편집 및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꽤 높을 것이다.

스토리도 꽤 흥미진진하다. 나쁜남자와 비슷한 구조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부레가 없어서 계속 헤엄을 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어의 특징을 드라마 속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샤갈의 오르페우스 그림을 스토리에 그대로 넣어서 조해우가 지옥에 있는 한이수를 구하러 가는 남편의 모습을 나타내주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복선들을 찾아내며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런 드라마이다.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고, 살인자 역을 맡은 이정길, 김규철의 연기는 거의 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왜 상어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은 별로 시원치 않다. 웰 메이드 드라마는 시청률이 낮다는 공식을 만들어내듯 말이다. 황금의 제국의 제작발표회에서 손현주는 4회까지만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황금의 제국 또한 웰 메이드 드라마이다. 추적자팀이 다시 모여 만든 황금의 제국. 첫회에 대한 평은 그렇게 좋지는 않다. 과연 4회 후에는 추적자처럼 푹 빠져들게 만들까? 아니면 웰메이드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게 될 것인가. 



웰메이드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제작비도 많이 들이고, 여러 메세지도 담고 있고, 제작 환경도 좋은데 말이다. 아마도 어깨에 들어간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항상 하는 말이 공기 반 소리 반 외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노래하는 것이다. 노래를 잘 할지 못할지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깨를 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성대에 힘이 들어가 소리통이 좁아지게 되고 경직된 상대로 인해 발성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어깨에 힘이 빠져 있으면 최고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웰메이드 드라마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드라마를 복잡하게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과 출생의 비밀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이지만 쉽고 재미있게 보았다.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공주처럼 난해하고 조잡한 막장드라마가 아닌 명쾌하고 발랄한 막장드라마였다. 출생의 비밀은 제목에 아예 대놓고 막장의 기본 요소인 출생의 비밀을 넣기도 했다. 그럼에도 막장드라마같지 않다는 호평을 받기까지 했다.



드라마의 첫회를 보면 시청률이 좋을지 나쁠지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난해하고 어렵고 복잡하고 어두우면 시청률은 낮은 경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나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피곤을 풀기 위해 TV를 켰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그 부담감이 느껴지는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이수의 안타까운 사연과 복잡한 복수의 과정. 김준의 어두움과 항상 안타까워만 하는 조해우의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쪽대본으로 몇시간만에 편집되어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보다 어깨에 힘을 뺀 드라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기 반 소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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