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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100억의 제작비, 손현주, 윤제문, 최원영, 장현성, 이대연, 안길강등 연기파 배우 대거 등장, 한국판 24를 표방한 드라마. 기대를 안할 수 없었던 드라마이다. 소재도 굉장히 독특했다. 대통령 저격 사건과 연관된 배후들에 관한 이야기. 음모론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들이 기대감을 더욱 자극했다. 





어설퍼도 너~무 어설퍼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 그 자체였다. 어설픔의 극치였다. 특히 주연 배우인 박유천, 박하선, 소이현의 연기와 손현주, 윤제문, 최원영의 연기의 차이가 너무나 났다. 박하선, 소이현은 유일하게 나오는 여배우들이다. 그런데 너무 이쁘게 보이는 것에만 신경 썼는지 연기는 극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였다. 맥이 턱턱 끊기는 것은 비단 여배우들의 시트콤 같은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거창한 스케일에 비해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보였다. 


이는 연출에서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신의 선물처럼 연출에 문제가 있어도 스토리와 연기로 밀어붙이면 되는데, 손현주-장현성-최원영등 연기파 배우들이 이끄는 부분에서는 그렇게 되어도, 박유천-박하선-소이현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구멍이 너무 크게 보였다. 아니면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고증의 고증을 거쳐서 디테일의 끝판왕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들인 시간과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저격을 받은 암살 시도인데 모든 것이 너무 허술하게 돌아가고, 증인들에 대한 보호도 어설펐다. 몇명 되지도 않는 시위 현장 사람들이 경찰들의 방어막을 뚫고 몰려와서 칼로 경호팀 실장을 죽이는 장면도 개연성이 떨어졌다. 하나 하나 열거할수도 없을 정도로 각 부분마다 어설픈 장면들이 속출했고, 이는 심각한 표정을 짓는 한태경과 이차영, 윤보원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음모론? 먼저 개연성


음모론은 세계 경제는 대통령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음모론을 계속 탐독하다보면 지구 내핵 쪽에는 내핵이 아니라 외계인이 살고 있고, 그 외계인은 우리가 모르는 정북극의 (음모론에 따르면 정북극은 따뜻하고 나무도 있다고 한다) 한 구멍을 통해서 지구 내부에서 UFO가 들락날락한다고 한다. 


결과만 듣고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음모론이지만, 처음부터 하나씩 파들어가다보면 굉장히 정교한 논리와 개연성을 가지고 지구 내핵까지 접근하기에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선거 때마다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 여기서 음모론이 등장한다. 98년 잠수함 발견이 간첩활동이 아니라 국정원, 군, 정치, 경제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것이 쓰리데이즈의 핵심 내용이다. 그 조작된 사건을 지휘한 사람이 대통령이고, 그 뒤에는 자본가인 재신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음모론을 좋아한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밀문서같은 그런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 음모론은 정론보다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여야 한다. 





하지만 쓰리데이즈가 말하는 음모론은 찌라시보다 못한 신뢰할 수 없는 음모론이다. 대통령 자체가 왜 김도진에 대항하는지도 너무 약하다. 잠수함 간첩 작전은 팔콘의 무기를 매입하기 위해 벌인 조작 사건인데, 그것을 이동휘가 지시했다. 대신 인명 피해는 없고 겁만 주고 가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재신 그룹 회장인 김도진이 그것을 어겼다. 김도전의 말에 의하면 잠수함이 고장나서 다시 돌아가지 못한 북한 간첩이 어쩔 수 없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실수였다고 하였는데, 그에 대해 이동휘는 분개하며 대통령이 되어서 그것을 복수하고, 뒷배경들을 다 까발리겠다고 하는 것이 쓰리데이즈가 지금 전개해가고 있는 스토리다. 이미 대통령은 그럴 자격 자체가 없기에 이동휘의 분노가 개연성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쓰리데이즈라 3회만 기다려보자 했는데, 6회가 지난 지금까지 딱히 나아지는 모습보다는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이제 10회 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뒤에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참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참고 보는 이유는 다른 드라마들은 더 재미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그나마 제일 재미있는 것이 쓰리데이즈이기 때문이랄까. 


감격시대는 점점 산으로 가더니 급기야 제작비 미지급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액션은 볼만하나 한중일 다 묶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개연성으로 따지자면 쓰리데이즈가 훨씬 나을 정도다. 150억의 제작비를 들인 감격시대이니 돈을 더 많이 들인만큼 어설퍼지는 것이 드라마의 법칙처럼 된 것은 아닌가 싶다. 





JTBC의 밀회가 기황후와 신의 선물이 지키고 있는 월화드라마가 아닌 수목드라마로 방영했다면 종편 최초로 공중파 시청률을 뛰어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 수목드라마는 최고의 비용을 들인 최악의 드라마들이 방영 중에 있는 것이다. 


쓰리데이즈가 기사회생할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어설픔을 더 어설프게 만드는 연기자들 비중을 줄이고, 손현주-최원영-윤제문의 비중을 더 높여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히는 방법만이 드라마를 살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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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이 이제 2회만 남겨두고 있다. 아주 느린 아다지오(Adagio)로 시작하여 숨가쁜 프레스토(Presto)로 진행되는 음악처럼 황금의 제국은 지금 숨가쁜 전개가 진행되고 있다. 황금의 제국은 장태주가 말한 괴물이 사는 숲이었다. 사람들은 괴물의 숲에 처녀도 바치고, 조공도 바치며 살아간다. 그 괴물을 본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장태주는 괴물을 잡겠다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도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황금의 제국의 시작은 장태주의 아버지가 철거 건물 농성에서 용역들에게 강제철거를 당하는 과정에서 사망하자 이에 복수를 하기 위해 그 숲으로 뛰어들게 된다. 최서윤은 장태주의 역린이 아버지임을 알아내게 된다. 용의 목이 시작되는 역방향으로 난 비늘인 역린. 건드리기만해도 고통스러워 만진 사람을 모두 죽이기에 절대로 건드리면 안되는 역린. 장태주의 역린은 바로 아버지였다. 



냉정하고 항상 솔루션을 가지고 있던 장태주는 최서윤의 도발에 반응하게 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서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늪을 만들어 장태주가 빠지게 만든다. 20만평의 재개발 지역에 4만평의 늪을 만들어 성진그룹에서 뉴타운 건설에 참여하는 척하며 입찰 가격을 계속 올려 성진건설의 주식까지 담보로 맡기게 만든 것이다. 

성진건설의 주식 반을 사서 성진그룹의 왕이 되고자 했던 장태주는 모든 자금을 부동산 재개발에 투자하게 되고, 서브프라임 사태에 일어나 부동산의 위축되자 모든 돈을 잃고 성진건설 주식까지 빼앗기게 생겼다. 마지막 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보증금은 물론 권리금까지 주기로 했던 거주주민들이었다. 권리금까지 달라는 농성이 시작되었고, 이는 데자뷰처럼 장태주의 아버지가 농성하던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장태주가 숲에 들어온 것은 괴물을 잡기 위해서인데,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의 위에 서 보겠다는 그 초심을 잃고 자신이 아버지를 잡아 죽이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조필두를 시켜서 점거 농성중인 사람들을 모두 강제진압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노인들이 많아 피해가 많을 것이라고 하자 진압하기 더 수월하겠다며 괴물로 변태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앞으로 2회가 남았는데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까? 전개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장태주가 말을 하는 사이에 서브프라임 사건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면 2008년도의 일이다. 5년 전의 이야기로 앞으로 현재까지 오게 될 경우 2회 안에 5년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도 있다. 장태주- 최서윤- 최민재- 한정희- 최원재 중 괴물은 계속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로운 괴물이 나올수도 있다. 하지만 숲은 계속 존재하고, 숲속의 괴물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곳에 재물을 바치는 사람들도 계속 있을 것이고, 자신이 괴물을 잡겠다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이 보여주려고 했던 메세지는 괴물에게도 사연은 있다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황금의 제국의 힘은 바로 금이었다. 직원들에게는 금가루를, 국회의원들에게는 금덩이를, 고위 관료들에게는 금괴를 주어 힘에 굴복하게 만드는 제국이 바로 황금의 제국이다. 지금의 시대에 이 말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금을 돌로 바꿔보면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돌가루에 고개를 숙이고, 정치인들은 돌덩이에 고개를 숙인다. 권력자들은 바위하나 주면 고개를 숙인다. 실제로 금은 돌이다. 굉장히 한정적으로 나오는 금 말이다. 최근에는 바트코인이라는 새로운 돈도 나왔다. 사람들은 금을 이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제한적인 것처럼 속이면서 말이다.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의 연금술사들은 바트코인같은 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권력자들은 이에 동조한다. 바트코인은 벌써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금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돌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다치고 상처받고, 떠날 뿐이다. 사람들은 불빛에 홀려서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불빛이 반짝이는 곳으로 몰리는 주광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불빛이 꺼진 방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 3평 남짓한 곳에 4가족이 함께 살았던 화가 이중섭의 집. 불이 꺼지면 서로의 발가락을 맞닿으며 체온을 느낀다. 부부는 참 친했을 것이다. 싸워도 금방 화해했을 것이다.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서로 그리워했을 것이다. 웃음이 있는 식탁. 그곳에 행복이 있지만 주광성을 가진 사람은 결국 황금의 제국의 숲으로 들어가 괴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황금의 제국을 보며 장태주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왔는데 아버지를 죽인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괴물. 그 모습이 내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하며 말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살아간다. 먹고 살게 없다고 항상 투덜대고 빚더미 속에 허덕이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먹고 살아야 할, 영위해야 할 삶은 황금의 제국이다. 적당히 먹고, 입고, 자면 되는데,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나은 것을 걸치고, 더 멋진 곳에서 자고 싶은 것이 사람의 주광성인가보다.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비싼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돈을 벌고, 항상 쪼들리고, 빚을 진다. 잠시만 방심해도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그랜저에서 BMW로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듯 이 욕심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장태주와 성진그룹 최씨 일가이다. 

황금의 제국. 시청률은 비록 아쉽지만 훌륭한 드라마이고, 최근 본 드라마 중 인사이트를 가져다준 몇 안되는 드라마인 것 같다. 손주현이 제작발표회에서 말한대로 사람들이 4회까지만 보았어도 굿닥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렸을텐데 초반의 아다지오를 시청자들은 견디기 힘들었나보다. 남은 2회라도 본방사수로 황금의 제국의 결말을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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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긴장감 넘치게 보는 드라마는 황금의 제국이다. 황금의 제국이 거의 막바지가 될 때까지 리뷰를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글을 하나 남겨보려 한다. 황금의 제국의 스토리는 왜 손주현이 제작발표회 때 자신있게 4회까지만 봐달라고 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의 숨 막히기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타이트한 긴장감과 마지막회까지 결론을 예측하기 힘든 반전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이 재미있는 이유는 모두가 악당이고, 모두가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장태주인 줄 알았다. 가장 약자였기 때문이다. 성진그룹을 가지고 있는 최씨 일가가 재건축을 위해 건물을 밀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장태주의 아버지가 죽었다. 장태주는 사법고시도 쉽게 통과한 수재였으나 가난 때문에 결국 어둠의 길을 걷게 된다. 장태주의 복수는 장태주를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극은 그렇게 단순하게 가지 않았다. 왜 최민재가 미사일신드롬처럼 악행을 쉽게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온다. 최동성과 최동진 형제간의 알력다툼. 최동성의 딸 최서윤과 최동진의 아들 최민재는 주인과 마부의 관계처럼 항상 궂은 일만 도맡아하고 그 열매는 최동성 일가가 가져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를 밟고 올라가기 위해서 최민재는 더 낮아지고 더 비열해진 것이다. 자신의 아내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 유일하게 사랑하는 아내가 죽을 때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사나이가 바로 최민재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다 이루고도 다 잃은 사람이 바로 최민재였다. 

이 부분에서는 최동성 회장이 악당이다. 하지만 최동성 회장도 사연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수재였고, 동생인 최동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으나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피할 수만 있다면 잔을 피하고 싶다는 고백을 했지만 결국 그 잔은 자신이 마셔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룹의 회장이지만 누구보다 불안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탐냈고, 아들마저도 자신의 자리를 탐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아내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것도 죽음의 목전에서 말이다. 사랑한 줄 알았던 아내는 27년동안 독을 품고 살았고, 최동성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죽음 직전에 알게 되었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의 딸도 지키지 못하고 무력하고 비참하게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최동성 회장 역시 사연은 있었다. 

최동성 회장을 그렇게 죽게 만든 한정희가 악당처럼 보였으나 한정희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한정희의 원래 남편은 천마건설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 사장을 최동성 회장이 죽였고, 그 때 한정희는 배성재를 임신하고 있었다. 한정희는 최동성 회장과 결혼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복수를 꿈꾸며 배성재를 최동성 회장의 아들로 키워나가게 되었다. 



최동성 회장의 딸 최서윤은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된다. 장남인 최원재는 권력다툼에서 밀려나게 되고, 최서윤이 악당처럼 보이지만 최서윤은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딸이었다.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것을 지키고자 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10억달러를 손에 얻기 위해 장태주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비운의 여자가 된다. 

황금의 제국에서 모든 캐릭터는 악당이자 사연을 가지고 있다. 저런 나쁜 놈하면서 보다가도 어느새 그 사연에 빠져들어 그 나쁜 놈의 상대편을 나쁜 놈이라 하며 보게 된다. 하지만 황금에 제국의 모든 캐릭터는 모두 악당이다. 그 이유는 모든 사연을 넘어선 욕심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 황금은 모든 것을 미치광이로 만들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태주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성진그룹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지만 그건 오로지 황금의 제국을 갖겠다는 자신의 욕심만이 남아있다. 한정희는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하는 것 같지만 남편이 신고하려는 것을 신고하지 말라고 설득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었고, 이제는 아들인 배성재가 말한 것처럼 성진그룹을 가지려는 욕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최민재도 마부의 아들이라 자신을 합리화시키만 그 역시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무참하게 비열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절대 권력이자 절대 반지인 성진 그룹을 갖기 위해 펼치는 욕심의 향연이 바로 황금의 제국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기 위해 모든 캐릭터에 사연을 부연하고 심지어 조폭인 조필두에게까지 사연을 만들어준 황금의 제국은 완벽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24부작 중 15회를 마친 지금 스토리는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연 황금의 제국은 누구의 것이 될 것인가. 

살인도 용서되고, 사랑의 배신도 용서되고, 부자간의 혈연도 용납되지 않는 자신이 신이 되고자 하는 바벨론 같은 황금의 제국. 바벨론처럼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인가. 월화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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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중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는 보고 싶다와 대풍수이다. 대풍수는 지진희와 지성의 연기를 보는 맛에 보고, 보고 싶다는 여진구와 전광렬의 연기를 보는 맛에 본다. 대풍수는 일정이 밀리는지 가면 갈수록 설정이 어설픈 점이 보여서 아쉬운 면이 있지만 보고 싶다는 회가 거듭될수록 깊은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가 뒷받침되고 있어서 기대가 된다. 

특히 3, 4회에서는 전광렬의 연기가 극을 리드했다. 전광렬이 맡은 김성호는 형사인데 범인을 잘못 잡게 된다. 그리고 그 잘못잡은 범인은 감옥에서 죽게 된다. 그 잘못잡은 범인은 이수연의 아버지였고, 이수연은 살인자의 딸로 낙인 찍히게 된다. 죄책감을 느낀 김성호는 생활고로 시달렸던 이수연 모녀를 받아주게 되고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다 이수연이 납치되자 김성호는 자신의 딸이나 다름없는 이수연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수사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전광렬의 연기가 빛을 발하게 된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동갑내기의 딸이 있는 아버지로서, 아버지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죄인으로서, 아직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이수연을 찾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해주었다. 

이는 추적자의 손현주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다. 권력에 자신의 딸의 죽음이 묻혀지게 된 아버지 백홍석. 야심 많은 대선 후보 강동윤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는 아버지 백홍석도 형사였다. 추적자가 9%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후반에는 22%의 기록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손현주의 아버지 연기 때문이었다. 오열하며 죽기 살기로 사건을 파해치며 돌진하는 아버지. 부정을 가슴 뜨겁게 느끼게 만들었던 손현주의 연기는 올해 본 드라마 중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었다. 

보고 싶다의 김성호 역시 추적자의 백홍석과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형사라는 점, 김성호는 아버지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복잡 미묘한 애달픈 사연이 있는 관계였다. 그리고 두 프로그램 모두 초기의 시청률은 좋지 않았다는 점과 아버지의 부정과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리드해나가는 드라마라는 점이 매우 비슷하다.

어제 착한남자가 종영을 하였다. 20%가 넘는 인기를 얻으며 종영하였고, 후속으로는 전우치가 방송되는데, 차태현과 유이가 주연을 맡았고, 바람의 나라와 해신의 강일수 PD가 연출을 맡았다. 극본은 내 사랑 웬수와 광개토대왕을 쓴 조명주 작가인데, 코믹하고 가벼운 스토리로 풀어가지 않을까 싶다. 과연 착한남자가 만들어 놓은 시청률을 잘 바톤 터치하여 이어갈 수 있을지는 두고보아야겠지만 대풍수가 뒷심이 약해지고 있는 마당에 보고 싶다로서는 최고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보고 싶다의 여진구 연기는 정말 몰입도가 높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외면해야만 했던 죄책감과 사랑함을 어린 나이임에도 잘 표현해주어 많은 여심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뀌면서 유천과 윤은혜, 유승호가 극을 이끌어나가게 된다. 유천과 윤은혜만으로도 강력한데 유승호라는 카드까지 있으니 보고 싶다가 다음 주부터 착한 남자의 시청률을 흡수하며 수목드라마의 강자로 떠오를 것은 자명한 것 같다. 

또한 초반에 너무 잔인하고 가슴 아픈 내용들이 많아서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여진구와 김소현의 깊은 감정 연기로 몰입도를 높혀 놓아 크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또한 그 이야기들을 초반에 다 풀어내어 다음 주부터는 보다 시간이 흐른 뒤의 로멘틱한 부분이 많이 강조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이런 타이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이 보고 싶다에게 다음 주는 터닝 포인트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추적자의 손현주처럼 보고 싶다에서도 전광렬의 열정적이고 멋진 연기로 극이 리드되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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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의 1위는 빛과 그림자이다. 빛과 그림자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이다. 어른들이 워낙 좋아할만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내용이 가면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특히 장철환 역의 전광렬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안재욱, 남상미, 이필모, 손담비, 전광렬. 연기로 승부하는 빛과 그림자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까지 떠올려주게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6회만 더하면 빛과 그림자는 끝나고 2위와 3위에게 기회가 넘어가게 될 것이다. 바로 추적자와 빅. 빛과 그림자가 19%의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고, 추적자는 11.1%, 빅은 7.9%의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빛과 그림자와 추적자의 간격이 줄어들고 있고, 추적자와 빅의 간격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추세로 6회가 더 진행이 된다면  

 
이런 모양이 될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는 보다 다이나믹하게 되겠지만 추적자는 분명 상승세를 타고 있고, 빛과 그림자는 곧 종영을 하기에 빅은 시청률이 반등하기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토리를 보아도 추적자는 연기력으로 긴장감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고, 힘과 메시지가 담겨 있다. 거대한 권력과 싸우는 힘없는 서민. 하지만 가족과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 권력에 부딪혀서 바위를 더럽히는 것을 넘어 깨뜨리는 작은 모기 한마리의 힘을 보여주는 추적자는 권력, 탐욕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랑을 기반으로 한 분노임을 말하는 듯 하다. 손현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연기와 김상중의 날카로워 찔리면 피가 날 것 같은 연기, 박근형의 능구렁이에 압사할 듯한 연기로 추적자에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 전개도 질질 끄는 것이 없이 폭풍 전개를 해 나간다. 그러면서도 소재는 계속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다시 적이 되는 아찔한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좋은 작품이다. 

좋은 상품인 빅



반면 빅은 시청률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홍자매와 공유, 이민정, 수지의 만남. 수지를 캐스팅한 것만으로 이미 빅은 400만 달러에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었다. 사랑비가 장근석과 윤아만으로 5%의 시청률로도 12개국에 수출하며 500억 달러의 매출을 얻게 되었던 것처럼 빅은 잘 만든 상품이다. 국내에서 빅의 인기가 없는 이유는 우선 홍자매가 트랜드를 잘못 읽은 탓이 크다. 빅이란 영화가 있었다. 어릴 적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인데 13살이 갑자기 30살이 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이다. 그 소재를 그대로 따서 국내 정서에 맞게 살짝 바꿔만 놓았다. 영혼이 바뀐다는 것으로 19살을 30살로 만든 차이만 빼고 말이다. 영혼이 바뀌는 것은 한 배우가 1인 2역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최근에 그런 드라마가 너무 많이 있었다. 시크릿가든도 그러했고, 옥탑방 왕세자도 그러했다. 수목드라마에서 아이두 아이두가 최하위인 것을 보면 로멘틱 코미디 장르 자체가 트렌드에서 이미 뒤쳐진 것이 아닌가도 싶다.

두번째로는 공유의 캐릭터 설정이다. 서윤재는 강경준의 영혼과 바뀌게 되고 19살의 멘탈과 30살의 육체를 가지게 되는데 처음에 나왔던 강경준의 시크한 모습과는 너무다 다르게 서윤재 안의 강경준은 촐싹대고, 어리숙한 캐릭터였다. 미국에서 온 강경준은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다니고 자신감 넘치고, 약간은 애어른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서윤재 안의 강경준은 중학생 정도 되는 캐릭터로 설정하고 있다. 강경준과 서윤재 속의 강경준이 잘 매칭이 되지 않고, 공유의 연기는 좋지만 약간 어색하다 못해 징그러운 면이 있다. 물론 그의 초코렛 복근을 보는 여성들은 좋겠지만...

이민정 역시 초반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길다란과 잘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지는 마치 미저리를 연상시키는 장마리역을 맡았는데 역시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런다보니 스토리와 캐릭터가 따로 놀기 시작하고, 그 언발란스가 계속 보기에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것 같다. 뭐 해외에선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외국인이 아니고서는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으니 좋은 상품으로서는 수지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듯 하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인들이 키아누리브스가 매우 연기를 못한다고 평가하는데 우리는 스피드를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것처럼 말이다)

좋은 작품과 좋은 상품. 당연히 둘의 관계는 좋은 작품이 좋은 상품이고, 좋은 상품이 좋은 작품이어야 하겠지만, 좋은 작품이 아닌데, 좋은 상품이 되기도 하고, 좋은 상품이 아닌데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작품이 좋은 상품이 되어야만 한류도, 한드도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빛과 그림자처럼 과연 추적자와 빅 중 어떤 것이 빛이고 그림자일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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