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야심찬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어떤가요". "어떤가요"는 가요제의 이름이다. 센스있는 작명인 어떤가요는 박명수가 작곡가가 되어 멤버들이 그 노래를 부르는 가요제이다. 박명수는 이를 위해 한달간 열심히 6곡을 작곡했다. 무한도전 달력을 배달하는 과정에서도 어떤가요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계속될 정도로 박명수는 올해 마지막을 어떤가요에 전념한 듯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제 무한도전 하반부에 잠시 나왔다. 박명수의 꿈은 싱어송라이터였다고 한다. 그가 가수로 데뷔했을 때도 의아했고, 앨범을 계속 냈을 때도 의아했는데 작곡까지 하다니 계속 의아함의 연속이다. 또한 자신의 꿈인 싱어송라이터도 이룬 셈이니 방송도 하고 꿈도 이루고 일거양득인 것 같다. 

요즘 대중들은 대중가요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높아졌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 보이스 오브 코리아등 다양한 대중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대중가요를 듣는 법부터, 평론, 연습 방법, 무대 매너나 그 과정들을 모두 학습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미 대중가요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박명수의 도전은 매우 흥미로웠다. 

난데없이 작곡을 하겠다고 나서더니 한달안에 6곡을 쓰는 프로 작곡가들에게도 힘든 과정을 밤에만 시간을 내서 만든 박명수. 왜 박명수는 갑자기어떤가요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정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예능을 하기 위해서였을까. 그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결과물과 그 과정을 보았을 때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기에 어떤가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박명수가 피곤한 모습이 보여지고, 매일 밤마다 키보드와 맥북을 앞에 두고 마우스도 없이 뭔가를 만지작 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박명수는 현재 나는 가수다,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코미디에 빠지다등 다양한 방송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집에서 앉아 있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임을 감안하면 밤이나 스케줄이 비어있을 때에만 작곡을 했을 것 같다. 짧은 기간임을 감안하면 6곡을 모두 소화하기란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결과물은 멤버들끼리도 기피하는 초보적인 수준의 곡이 나왔다. 길의 말처럼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잘 하는 것일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명수가 작곡을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과 경험, 실력이었다는 것이다. 왜 무한도전은 박명수에게 작곡을 시키는 무모한 일을 시도했을까?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능을 강조?



한가지 추측은 만약 길이나 다른 프로 작곡가들이 작곡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흐름이 너무 진지하게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길이가 작곡을 했다면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손해이다. 박명수는 기대감도 없고, 초보이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조금이라도 잘하면 부각되기 때문에 예능으로서 충분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 같다.

설정은 프로 작곡가처럼 했지만 실제로 박명수가 초보 작곡가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니 그 괴리감에서 나오는 유머 또한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그런 점이 부각되었고, 박명수가 드라이 리허설을 한다는 멘트를 할 때부터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리허설 중에 버럭하는 부분들은 매우 웃겼다. 

6개의 다른 곡이 다 똑같게 들리는 현상 또한 박명수가 작곡가이기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특히 박명수의 멘트가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방송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박명수는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 유재석을 향해 "대충 한끼 떼워"라는 멘트를 하며 이 곡으로 데뷔하려는 것도 아닌데 대충 한끼 떼우라고 다그쳤다 .

말 그대로 그냥 방송 한회 떼우기 위한 만든 예능 코너인 것이다. 웃음으로 치면 성공한 프로젝트인 것 같다. 머리 속에 계속 메.뚜.기.월.드.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가 멤도니 말이다. 강북멋쟁이라는 제목도 재미있었고, 유재석과 정형돈, 하하가 서로 자신의 곡을 가져가라는 것도 재미있었다.

혹시 진짠가요? 

그런데 약간 꺼림직한 것이 있다. 그건 박명수의 그간 행적 때문이다. 박명수는 벌써 7집가수로 오랜 시간동안 가수 생활을 해 왔다.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음을 평소에도 항시 보여주었고, 집에도 각종 장비들을 다 갖춰 놓았을 정도로 애정과 열정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중간에 멤버들과 모인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준 동생들께 감사하다고 멘트를 할 때는 잠시 이게 진짜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박명수의 평소 스타일이 대충하는 스타일이니 작곡도 그의 스타일대로 대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 하고 싶은데 방송 스케줄은 너무 짧고, 잡혀 있는 일정은 너무 많아서 남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어려움 속에 작곡을 했을 수도 있다. 마우스를 쓰지 않는 것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곡을 너무 하고 싶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보통 마우스를 쓰지 않고 터치패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컴퓨터를 정말 잘 다루던가, 아예 다루지 못하던가 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인데, 아무리 봐도 박명수는 후자인 것 같다. 터치패드만 사용할 경우는 오작동할 경우가 많고, 실수로 터치하여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조작이 익숙하지 않을때는 더 그러하다. 박명수는 종종 자신이 만든 소스를 날려버리는데 이는 터치패드로 조작하다 생긴 오작동이 아닐까 싶다. 마우스가 없어서인지, 맥북을 산지 얼마 안되서(박명수의 노트북은 나온지 얼마 안된 레티나 맥북 프로이었고, 프로그램은 75만원짜리 로직스튜디오로 추정된다) 마우스가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장비는 다 있지만 역시 허술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을까? 열정이 있으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을까? 왜 박명수는 작곡에 도전한 것일까?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고, 열정이 있으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 더 장기간동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왜 하필 예능에서 2주짜리 방송 분량을 뽑아내면서 보여주었는지가 좀 꺼림직하다.

정말 작곡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이 무한도전을 통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스토리에 누구도 감동받지 않는다. 작곡가의 길을 걷기 위해 꿈을 꾸었을 때부터 계속 노력해 온 것도 아니고(노력해 왔다면 결과물이 그럴수는 없다) 한달 동안 짜투리 시간 쪼개서 무한도전이라는 거대한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유재석과 길, 노홍철, 하하, 정준하, 정형돈의 전격지원하에 6곡을 작곡한 작곡가가 되었다는 스토리에 누가 감동받을까 싶다.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사람이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해서 "그냥 한끼 대충 떼워"라는 말이 나올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무한도전의 어떤가요는 예능인가요, 진짠가요 중에 예능인가요인 것 같다. 가볍게 한끼 때울 수 있는 그런 방송 말이다. 그동안 했던 그 어떤 무한도전 방송들 중 가장 가볍고 성의없게 볼 수 있는 방송이었던 것 같다.

이번 도전은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이 아니라 그냥 무의미한 도전.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