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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부상투혼 연기" 체리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 불만을 갖게 되고, 파워가 막강한 소속사를 믿고 무단 이탈하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을 하며 추이를 지켜본다. 침대에 누워 환자복 입고 환자 행세를 하지만, 오징어와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사건이 마무리가 되어 복귀할 때는 매니저들이 보도자료를 뿌려서 부상투혼 연기라는 좋은 말로 포장을 하며 잇속을 챙긴다.


온에어가 까발린 여러 방송사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이다. 드라마의 허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PPL에 대한 작가의 입장이나 네티즌에 대한 방송 관련자들의 생각, 매니저와 드라마의 관계, 비디오의 허와 실, 연예인들간의 관계등 잘 몰랐던 여러가지 방송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친구들끼리 모여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하는 것처럼 재잘거림이 온에어를 보며 느낄 수 있는 쏠쏠한 재미가 아니었나 싶다.

온에어는 그런 재잘거림으로 방송사의 폐해들을 말해주는 것 같다. 저런 것까지 이야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거침없이 말하여 마치 방송사의 잔다르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온에어는 자신들이 주장했던 대부분의 것들을 거꾸로 실천하고 있다.

PPL광고의 패러독스

PPL광고의 문제점에 대해 떠들었지만, 온에어는 광고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PPL로  도배가 되어있다. 심지어 대사에도 PPL광고의 흔적이 역력히 나타난다. 커피를 마실 때면 언제나 던킨도너츠에 가서 먹고, 서영은 작가의 작업실에는 루펜이 제일 선명하게 잘 보인다. 회식을 할 때면 떡쌈시대에가서 꼭 먹고, 오승아 집에는 공기청정기며 프로젝트등의 광고물들이 즐비하다. 로봇청소기부터 화장품까지 오승아가 스타로 나오는 만큼 오승아에게 붙어 나오는 PPL광고가 많은 것 같다. PPL광고의 폐해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PPL을 거침없이 뿌림으로 PPL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스토리의 패러독스

또한 온에어 중 방영되는 티켓투더문은 러브라인과 꼬이는 인간관계등으로 관심을 끄는데만 집착하던 서영은 작가가 작품성에만 집중하여 쓴 드라마이다. 소위 뜨려면 어쩔 수 없이 허무맹랑하고 자극적인 스토리와 대사 그리고 PPL광고를 의식한 상황들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이경민의 설득으로 인해 서영은 작가는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온에어는 거꾸로 처음에 기획할 때 작품성에 의도를 두어 만들었지만, 다큐멘터리 같다며 퇴짜를 맞자, 티켓투더문 전의 작품들과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 PPL광고로 도배하고 꼬이는 러브라인과 톡톡 튀는 대사들로 깔끔하게 시청률을 올리고야 말았다.

OST의 패러독스

서영은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에 배우가 OST를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SW메니지먼트사의 투자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체리가 부른 곡을 OST로 사용하게 된다. 물론 작가와 감독의 마음에 들어했긴 했지만, 서영은 작가는 배우가 OST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반면 온에어는 박용하가 OST를 맡았다. 가수이기도 한 박용하는 최근 화보집까지 내며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온에어를 통해 던졌던 메세지와 현실과의 맞아떨어짐이 독설적이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드라마의 패러독스

이외에도 온에어를 찬찬히 뜯어보면 역설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온에어는 왜 그런 패러독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의외로 쉽게 온에어의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온에어의 홈페이지에 나온 온에어의 기획의도는 한마디로 "왜 드라마를 위기에 빠뜨린 사람들은 반성하지 않는걸까?" 이다.

홈페이지의 말은 좀 빌리자면 아침엔 아침드라마, 매일매일 일일드라마, 월화엔 월화드라마, 수목엔 미니시리즈, 금요일엔 금요드라마, 주말엔 주말드라마 일년 365일 드라마가 방영된다. 대한민국은 가히 드라마 왕국이다. 하지만 한류와 폐인의 광풍으로 과열된 시장에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기 위해 드라마는 작품성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 되어가며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리티는 사라지고, 자극적이고, 연애행각만 부각시킨 것이 한국드라마의 정체성이 되어버렸고, 작품성 있는 드라마는 한자리수 시청률로 쓸쓸히 퇴장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죽게 된 이유는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 탓이라 한다. 한국 드라마의 치명적 결함으로 불리는 '생방송 드라마' 온에어는 어떤 상황속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줌으로 한국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려주기 위해 온에어는 그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온에어는 철저히 작품성보다는 상품성을 택하였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상품화를 택했어야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온에어를 보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온에어의 패러독스는 유효했을까? 기획의도 대로 드라마를 위기에 빠뜨린 사람들이 반성했을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의 현실과 폐해들을 말해주는데는 성공한 것 같다.

한국 드라마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의 책임도 큰 것 같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만 좋아하고, 조금만 작품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외면하게 되는 깊이 없는 안목과 사고가 이런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가벼운 유행어 만들기에 집착하고, 열광하는,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삼각관계에만 민감해진 한없이 경박스러운 나같은 시청자들의 상태가 드라마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 자성해본다.

온에어는 연장방송을 택했다. 3회에서 1회로 줄이긴 했지만, 극중에서 연장방송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것도 하나의 패러독스일까. 다행히 MBC의 <스포트라이트>는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온에어는 1회 연장으로 여러가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온에어는 참 여우같다. 할말은 다하고, 패러독스로 챙길 것도 다 챙겼으니 말이다. 1회 연장속에 담겨진 온에어의 메세지가 어떤 것이든간에 온에어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다. 앞으로 한국 드라마는 계속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살아날 것인가... 온에어라는 드라마가 나온 것 자체가 다시 살아나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한국 드라마에 희망은 있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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