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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긴장감 넘치게 보는 드라마는 황금의 제국이다. 황금의 제국이 거의 막바지가 될 때까지 리뷰를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글을 하나 남겨보려 한다. 황금의 제국의 스토리는 왜 손주현이 제작발표회 때 자신있게 4회까지만 봐달라고 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의 숨 막히기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타이트한 긴장감과 마지막회까지 결론을 예측하기 힘든 반전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이 재미있는 이유는 모두가 악당이고, 모두가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장태주인 줄 알았다. 가장 약자였기 때문이다. 성진그룹을 가지고 있는 최씨 일가가 재건축을 위해 건물을 밀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장태주의 아버지가 죽었다. 장태주는 사법고시도 쉽게 통과한 수재였으나 가난 때문에 결국 어둠의 길을 걷게 된다. 장태주의 복수는 장태주를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극은 그렇게 단순하게 가지 않았다. 왜 최민재가 미사일신드롬처럼 악행을 쉽게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온다. 최동성과 최동진 형제간의 알력다툼. 최동성의 딸 최서윤과 최동진의 아들 최민재는 주인과 마부의 관계처럼 항상 궂은 일만 도맡아하고 그 열매는 최동성 일가가 가져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를 밟고 올라가기 위해서 최민재는 더 낮아지고 더 비열해진 것이다. 자신의 아내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 유일하게 사랑하는 아내가 죽을 때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사나이가 바로 최민재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다 이루고도 다 잃은 사람이 바로 최민재였다. 

이 부분에서는 최동성 회장이 악당이다. 하지만 최동성 회장도 사연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수재였고, 동생인 최동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으나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피할 수만 있다면 잔을 피하고 싶다는 고백을 했지만 결국 그 잔은 자신이 마셔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룹의 회장이지만 누구보다 불안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탐냈고, 아들마저도 자신의 자리를 탐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아내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것도 죽음의 목전에서 말이다. 사랑한 줄 알았던 아내는 27년동안 독을 품고 살았고, 최동성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죽음 직전에 알게 되었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의 딸도 지키지 못하고 무력하고 비참하게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최동성 회장 역시 사연은 있었다. 

최동성 회장을 그렇게 죽게 만든 한정희가 악당처럼 보였으나 한정희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한정희의 원래 남편은 천마건설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 사장을 최동성 회장이 죽였고, 그 때 한정희는 배성재를 임신하고 있었다. 한정희는 최동성 회장과 결혼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복수를 꿈꾸며 배성재를 최동성 회장의 아들로 키워나가게 되었다. 



최동성 회장의 딸 최서윤은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된다. 장남인 최원재는 권력다툼에서 밀려나게 되고, 최서윤이 악당처럼 보이지만 최서윤은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딸이었다.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것을 지키고자 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10억달러를 손에 얻기 위해 장태주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비운의 여자가 된다. 

황금의 제국에서 모든 캐릭터는 악당이자 사연을 가지고 있다. 저런 나쁜 놈하면서 보다가도 어느새 그 사연에 빠져들어 그 나쁜 놈의 상대편을 나쁜 놈이라 하며 보게 된다. 하지만 황금에 제국의 모든 캐릭터는 모두 악당이다. 그 이유는 모든 사연을 넘어선 욕심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 황금은 모든 것을 미치광이로 만들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태주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성진그룹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지만 그건 오로지 황금의 제국을 갖겠다는 자신의 욕심만이 남아있다. 한정희는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하는 것 같지만 남편이 신고하려는 것을 신고하지 말라고 설득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었고, 이제는 아들인 배성재가 말한 것처럼 성진그룹을 가지려는 욕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최민재도 마부의 아들이라 자신을 합리화시키만 그 역시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무참하게 비열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절대 권력이자 절대 반지인 성진 그룹을 갖기 위해 펼치는 욕심의 향연이 바로 황금의 제국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기 위해 모든 캐릭터에 사연을 부연하고 심지어 조폭인 조필두에게까지 사연을 만들어준 황금의 제국은 완벽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24부작 중 15회를 마친 지금 스토리는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연 황금의 제국은 누구의 것이 될 것인가. 

살인도 용서되고, 사랑의 배신도 용서되고, 부자간의 혈연도 용납되지 않는 자신이 신이 되고자 하는 바벨론 같은 황금의 제국. 바벨론처럼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인가. 월화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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