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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지인이 울지마 톤즈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는 트윗을 읽었다. 울지마 톤즈? 소설인가? 새로 나온 영화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교회에 가서 목사님 설교를 들었다. 목사님께서 울지마 톤즈에 대한 이야기를 짧막하게 하셨다. 다들 알고 있는 듯 말씀하셔서 유명한 영화인가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난 울지마 톤즈를 찾아서 보았다. 

이럴수가... 다큐멘터리였다. KBS1에서 한 다큐. 그런데 아프리카 이야기다. 아프리카는 나와 인연이 깊었다. 10년 전 다녀왔던 아프리카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보았다. 보면 볼수록 난 깊게 빠져들었다. 솟아오르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온 몸에 전율이 계속 흘렀다. 울지마 톤즈를 다보고 2011년을 울지마 톤즈와 함께 시작할 수 있는 건 내게 가장 큰 축복이고 행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故이태석 신부의 삶 그리고 그 후


톤즈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와랍 주에 속한 도시의 이름이다. 그곳에는 이태석 신부가 살고 있었다. 의사였지만, 신부가 되어서 아프리카로 간 한국의 슈바이처. 학교를 세우고, 밴드를 만들고, 병원을 짓고, 엠블런스를 만든 톤즈의 아버지이다. 나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을 찾아가 치료해주고 친구가 되어 준 이태석 신부는 톤즈 사람들에겐 신부님이 아닌 아버지였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던 그는 수단 남북부의 전쟁에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기 위해 악기를 가르쳐주고, 수단 남북부가 평화 협정을 맺었을 땐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총 대신 악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브라스 밴드는 각종 큰 행사 때마다 초청되는 유명 밴드가 되었고,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복을 심어주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성당을 먼저 지었을까, 학교를 먼저 지었을까? 이태석 신부의 생각은 학교를 먼저 지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만들어 교육을 시켰다. 아무런 희망도 없던 아이들에게 수단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중 2명은 현재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집이 먼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만들었고, 기숙사에는 밤에도 전등을 밝힐 수 있도록 하였다. 태양열로 전기를 공급했기에 베터리의 용량이 부족하지만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의 전등에는 전기를 공급한 것이다. 그가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년마다 한번씩 들어오는 한국. 2009년 말에 들어왔을 때 지인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게 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암 말기였고, 이미 온 몸에 전이가 된 상황이었다. 그는 수단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가족들과 의사의 권유로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2010년 1월 14일에 생을 마감하고 주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태석 신부의 죽음은 톤즈 사람들에겐 충격이었고, 눈물이었다. 한센병에 걸린 할머니도, 트럼펫을 부는 소년도, 기숙사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도 톤즈의 사람들은 이태석 신부의 이름만으로도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수치로 여겨 아무리 아파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톤즈 사람들은 이태석이란 이름만으로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건 그가 남긴 사랑이었다. 

왜 아프리카로 갔나요?


그가 투병생활 중에 수단 학생들을 위해 쓴 "친구가 되어주실래요"(인세를 모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한다)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국내도서>종교/역학
저자 : 이태석
출판 : 생활성서사 20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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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그는 그들을 도우러 간게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갔고, 그들의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사랑이 되었고, 그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의사로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불편하고 좁은 길을 선택했다.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수단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고, 수많은 꿈을 이루어나갔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그의 아름다운 씨앗은 수단에서도 점점 자라나고 있고, 한국에서도 영화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통해, 블로그를 통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쇄물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향기를 내고 있나?


아름다운 꽃인 이태석 신부에게선 꿀처럼 단 향기가 난다. 그의 이타심의 사람의 그것을 넘어섰다. 성경에선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낸다고 한다. 사람의 힘으론 그런 이타심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단지 이타심만으로 그런 향기를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친구, 가족, 애인으로서 사랑. 그것이 그를 향기롭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경쟁 속에 살아간다. 네가 지면, 내가 이기는 것이고, 1등을 끄집어 내리면 내가 1등이 되는 경쟁 속에 살아간다. 돈이 된다면 달려붙어 서로 더 끌어내리려 안달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비겔란 작품인 인간 오벨리스크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기심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어떤 향기가 날까? 차마 맡을 수 없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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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elisk by StaneStan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다행인 것은 우린 아직 살아있고, 살아갈 날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을 이기기 위해, 남보다 돈을 더 벌기 위해,남보다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 죽어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주기 위해 살아가면 아름다운 향기가 날 수 있을 것 같다. 

삶은 결승선이 있는 달리기일까? 가끔 미친듯이 달릴 때는 어떤 결승점을 향해 뛰어가는 것만 같다. 모두가 다 뛰고 있으니 나도 뛰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울지마 톤즈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삶은 결승점이 있는게 아니라 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삶이 아름다운 향기를 낸다면 이태석 신부와 같이 행복과 사랑이 함께할 것이고, 악취를 낸다면 불행과 분노가 함께할 것이다.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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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의 2회 역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첫회부터 25%의 시청률을 보이며 수목드라마의 강자로 등장한 아이리스는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미드의 영역이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는 꽤 많았다. 올인같은 흥행 드라마도 있었지만 태왕사신기나 태양을 삼켜라 같은 돈값 못하는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블록버스터급이라는 말은 곧 어설픈 드라마라는 이야기로 들릴 정도로 기대를 안했었는데, 이제야 블록버스터 다운 드라마가 하나 나온 것 같다. 한국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미드에 빠지게 된다. 처음 시작한 미드는 24였는데 젝바우어가 꿈에 나올 정도로 미친듯이 보았다.


문화적인 충격이라 느껴질 정도로 미드의 재미는 상상을 초월했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영화같은 영상과 스토리를 24개의 애피소드로 시즌별로 나오니 말이다. 현재 7시즌까지 나왔으니 24의 인기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24 이후 엘리어스, 몽크, 4400, 히어로스, 브라더 앤 시스터스, 더 힐즈, O.C, 앙투라지등 다양한 미드를 섭렵해오고 그 때마다 밤을 새는 일은 기본이었다. 그만 보고 싶어도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좋은 미드를 발견하면 밤을 새서라도 최신 시즌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이다.

그런데 아이리스에서 이런 미드의 향기가 솔솔 풍겨온다. 아이리스에 대한 평은 둘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나처럼 대박이라는 평가와 또 하나는 여러 미드를 짜집기 한 것이라는 평가이다. 두 의견에 모두 동의한다. 분명 아이리스에서는 미드의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4와 엘리어스를 합쳐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NSS라는 국가안전국은 24의 CTU(대테러본부)와 비슷한 성격을 띄었다. 하는 임무도 비슷하다. 테러범을 찾아내어 테러를 저지 시키는 일이다. NSS의 구성은 CTU의 인원 구성과도 비슷하다. CTU에서도 해커와 필드요원과의 긴밀한 연결이 중요한 요소였듯, NSS에서도 첨단 기법을 사용한 필드 요원과 해커의 관계는 아이리스의 긴장감을 견인해나가는 요소이다.

엘리어스와는 비밀 조직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엘리어스의 묘미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비밀조직의 실체였고, 비밀조직 안에서 나오는 비밀병기들이 큰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강한 음모론이 막판으로 갈수록 산으로 가게 되지만, 엘리어스의 천재적인 재능은 김현준(이병헌)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것만을 가지고 짜집기 했다고 하기에는 아이리스가 너무도 재미있다. 그리고 또 하나, 미드에서는 절대로 다룰 수 없는 북한이란 존재는 아이리스에 더욱 큰 힘을 실어준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아이리스가 해외로 수출되어 시즌제로 아이리스 시즌2, 시즌3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드의 바람을 다시 미국으로 보내었으면 좋겠다.

아이리스에는 충분히 그런 매력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첫 단추는 매우 잘 끼운 것 같다. 미드의 향기를 넘어서 한드만의 독특한 향기를 내는 아이리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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