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무한도전이 1박 2일에게 배워야 할 점

이종범 2008. 7. 16. 08:38

무한도전의 아류작이라 불리던 1박 2일이 이제는 어느덧 무한도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예능계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1박 2일을 따라한 포멧이 계속 나올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에 1박 2일이 나왔을 때 우려했던 점은 여행이란 주제로 얼마나 많은 것을 아우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한 듯 다양한 모습으로 여행을 담아냈고, 여행의 가능성들을 계속하여 찾아내고 있다. 이제 1박 2일은 주말여행과 같은 휴식과 즐거움, 그리고 큰 웃음을 주는 일요일밤의 대표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1박 2일은 모태였던 무한도전과 함께 1박 2일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물론 무한도전이 1박 2일을 이끌었고, 아직은 1박 2일이 무한도전에게 배워야 할 점이 더욱 많겠지만, 형님격인 무한도전이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1박 2일에게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빠른 진행
1박 2일은 보통 1박 2일로 진행된 것을 2주에 걸쳐 방영을 한다. 그리고 2박 3일로 촬영한 것은 3주에 걸쳐 방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백두산편은 4박 5일을 촬영하였기에 농담으로 2달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결국 3주만에 끝내었다. 방송분량을 늘여가며 핵심만 보여주는 편집으로 한주더 방영해도 될 것 같은 백두산편을 단시간에 끝내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빠른 진행은 새로운 재미를 계속해서 기대할 수 있기에 좋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백배부담되는 일일 것이다. 특히나 6개월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하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은 백두산편을 3주안에 방영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편집할 때 살을 도려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한도전의 경우 예전에는 빠른 진행이 눈에 띄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특집을 꾸미면서 '다음 주에 계속'이란 것이 자주 눈에 띄게 되었다.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인해 많은 분량을 짧게 편집하기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에 한 '놈놈놈,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는 2주에 끝내도 될 것을 3주에 걸쳐 방송함으로 집중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

빠른 진행은 제작자에게는 부담되는 일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집중도와 충성도를 더욱 높히는 것이다. 1박 2일의 백두산편의 3주 방영은 적당했던 것 같다. 더 길게 했으면 지루할뻔 했고, 더 짧게 했으면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을 것 같다.


감동
1박 2일을 백두산편에는 많은 감동이 묻어나왔다. 그간 1박 2일에 소개되었던 우리나라 최동단의 독도와 최남단의 우도와 가거도, 최서단의 백령도에서 떠온 물을 백두산 천지에 흘려보냄으로 우리나라의 하나됨을 기원하는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애국가도 부를 수 없고, 태극기도 펼칠 수 없는 백두산 천지의 슬픈 현실에 우리나라 꼭지점들의 정기와 염원이 담긴 바닷물은 그보다 더 갚지게 느껴졌다. 또한 1박 2일의 깃발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던 방송이었다.



무한도전에도 물론 감동이 있다. 나무심기의 박명수 물통 옮기기를 통해 석유를 둘러싼 문제들을 비꼰 것도 있고, 놈놈놈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인 이 시대를 풍자한 것도 있다. 김태호피디는 무한도전을 통해 계속하여 사회문제를 다룰 것을 말하고 있고, 무한도전 역시 숨은 곳곳에 그런 풍자의 요소를 잘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의미를 숨겨서 찾아내게 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 또한 좋을 것 같다. 1박 2일처럼 그냥 대놓고 감동과 메세지를 전달하는 편이 더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편할 것도 같다. 꼭 풍자를 통해서 어렵게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보다 에너지절약편 같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메세지나 감동을 전하는 것 또한 필요한 것 같다. 무한도전이 그런 감동을 안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그런 의미들을 꼭꼭 숨겨 찾아내게 만드는 점과  1박 2일 또한 최근들어 대놓고 감동과 메세지를 전하는 것을 놓고 보았을 때 그런 점은 무한도전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무한도전이 예능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 배워가며 상생해나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1박 2일, 무한도전 모두 이제는 예능프로그램들이 부러워하는 대표 프로그램들이 되었다. 토요일 밤을 대표하는 무한도전과 일요일 밤을 대표하는 1박 2일은 최고의 경쟁자이기 하고, 최고의 동반자이기도 한 것 같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MC계의 양대산맥들이 펼치는 리얼버라이어티는 각자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포멧이기에 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박 2일이 무한도전에게 배워야 할 점이 더 많겠지만, 아류작이라는 핀찬을 들어가며 청출어람한 1박 2일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