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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파일럿 프로그램 중에 가장 눈에 띄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복면가왕이다. 무려 9.8%의 시청률을 내며 정규편성의 가능성을 높게 만들었다. 복면가왕은 약간 얻어걸린 느낌이 강하다. 파일럿 프로그램인만큼 힘을 뺀 것이 오히려 적중한 케이스인 것 같다. 포맷은 여러 프로그램들을 짬뽕해 놓은 느낌이었다. 히든싱어처럼 토너먼트 형식과 심사위원, 청중단의 점수를 합산하는 형식을 취하였고, 연예인들만 나오는 것은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과 비슷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로만 승부를 보는 것은 보이스코리아와 비슷했다. 어찌보면 매 명절 때마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특집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여러 프로그램들의 장점만을 가져다가 만들었고, 힘을 좀 빼고 예능적인 부분을 많이 가미하다보니 설명절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인기를 얻은 것 같다. 과연 복면가왕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1.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놀라운 가수들의 가창력으로 청중이 노래에 매료되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감동 코드로 넣는다. 정말 감성이 폭발해서 눈물이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편집에서 항상 들어가는 눈물 장면은 마치 신파극을 보는 듯한 오글거림을 가져다 주었다. 복면가왕은 이름부터가 대충 지은 느낌이 강하다. 복면달호가 떠오르게 되고, 패러디한 제목은 뭔가 웃길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실제로도 복면가왕은 심사위원으로 개그맨을 여럿 넣었다. 김구라를 비롯하여 지상렬, 신봉선, 유상무를 넣었고, 가수도 예능에 자주 나온 광희나 최근 무한도전의 토토가로 코믹 캐릭터를 잡은 터보의 김정남이 나왔다. 계속 토크를 하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업시켰으며, 눈물을 빨리 흘리는 것을 개인기로 밀고 있는 유상무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일부러 흘리며 다른 프로그램들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어처구니 없는 개인기는 김성주가 알아서 단칼에 짤라버리기도 했다. 


김성주를 메인 MC로 둔 것도 신의 한수였다. 복면가왕의 균형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명불허전 명MC로 슈퍼스타K 및 가요광장, 백인백곡등 음악 프로그램에 특히나 특화된 김성주가 복면가왕을 진행함으로 매끄럽게 흘러갔다. 개그맨들의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잘 균형을 맞춘 것 같다. 그 덕분에 그냥 마음 편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 같다. 


2.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보통 연예인들이 나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나가수도 실력파 가수들만 오를 수 있는 명예의 전당같은 느낌이고, 불후의 명곡도 웬만큼 해서는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연예인들만 나오는 그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예능에서 멤버들끼리는 재미있었는데 방송에서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리면 시청자에게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만약 복면가왕이 가수들만의 리그, 혹은 아이돌, 걸그룹만의 리그였다면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연예인들을 불렀다. 연예인이라는 익숙함과 스타성도 겸비하고, 가수 뿐 아니라 배우, 개그맨들도 나왔고, 가수 중에서도 걸그룹이나 아이돌 뿐 아니라 기성가수까지 나왔다. 8명의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아이돌 그룹인 조권, 오랜만에 본 원조 테리우스 이덕진, 뮤지컬 배우 원기준, 개그우먼 신보라, 여배우이자 뮤지컬배우인 김예원, 걸그룹 멤버인 솔지, 트로트 가수인 홍진영, 발라드 가수인 케이윌이다. 어느 한 장르도 겹치지 않는 구성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계급장 뗀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오히려 각 리그마다의 자존심이 달린 대결이 그려진 점이 더욱 흥미를 끌었다. 


3. 가수가 떨어지는 반전의 매력







음악 프로그램인데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가수가 우승을 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축구로 치면 국가대표와 동네 조기축구와 붙는 것이니 말이다. 매일 트레이닝을 하는 가수와 틈틈히 좋아서 연습하는 다른 장르의 연예인과는 노래 대결에서 승부 자체가 안된다. 하지만 가면이라는 도구는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누군지 짐작할 수 없었고, 또한 누가 가수이고 누가 배우인지도 알 수 없었다. 


홍진영이나 케이윌 같은 경우는 개성이 강하여 가면을 써도 누군지 알았지만, 그런 허술함도 반전을 줄 수 있는 매력이 될 수 있다. 기존 가수들에게는 핸디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하면 할수록 가면을 써도 특유의 목소리나 몸짓, 몸매에서 누군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은 가창력보다 오히려 인지도가 낮은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면 덕분에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복면가왕이 노린 노림수였을 것이다. 가면을 쓰고 기존의 인기나 거품은 빼고 진검승부를 벌이자는 컨셉은 반전이 있어야 드라마가 완성된다. 


솔지의 우승은 그 드라마를 그려내주었다. 솔지는 걸그룹이지만 보통 걸그룹이나 아이돌에 대해서 가창력은 떨어진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오랜 연습생 기간과 혹독한 훈련으로 가창력도 많이 보강이 되었다. 솔지는 그런 면에서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핸디캡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10년간 노래를 했는데 가창력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복면가왕에서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또 한명의 반전 드라마는 바로 김예원이었다. 준우승을 한 김예원은 가수들을 다 꺾고 오른 여배우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던 여배우가 노래 서바이벌 프로그래에서 준우승을 하다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기존 가수들에게는 자극을 주고, 대중에게는 신선한 드라마를 선사해준 케이스이다. 




그 결과가 드라마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그냥 설특집으로 만든 이름도 복면달호가 떠오르는 복면가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예원이 조권이나 케이윌보다 노래를 잘하거나 클래스가 다르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저 김예원이라는 배우가 노래도 잘하는구나 하는 것과 솔지라는 숨은 보석을 찾아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약간은 가벼운 느낌이 오히려 복면가왕이 정규편성되면 더욱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정규편성이 된다면 기존 컨셉대로 우승자의 가면은 벗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파일럿이고 1회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면을 벗겼지만, 가면 덕분에 끝까지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승자의 가면이 벗겨지지 않고 그 다음 주에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왕중왕 전으로 붙어서 계속 나오게 만든다면 다음 회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또한 각종 추측들이 중간에 나오게 될 것이고, 스포일러도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도전이나 나가수처럼 스포일러에 대해서 너무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유상무가 가짜 눈물을 흘리며 다른 프로그램들을 패러디했던 것처럼 대충 스포일러도 나오고 각종 추측이 나올 수 있도록 살짝 허점을 드러낸다면 오히려 더 큰 이슈가 되고, 김구라의 말처럼 우승자가 오히려 이슈가 못되고 준우승자가 이슈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차피 지면 가면이 벗겨지고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하등 문제가 없고, 우승을 많이 하면 할수록 가면이 벗겨졌을 때 파급력이 더 클 것이다. 복면가왕, 별 기대 없이 본 프로그램인데, 가족들과 보기에도 재미있었고, 무겁지 않고 가벼운 느낌이 편하게 느껴져서 정규편성으로 더욱 자주 보았으면 하는 기대가 생긴다. 정규편성이 되어 앞으로도 매력 넘치는 복면가왕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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