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온 일지매를 일컬어 돌지매라 부르는 것 같다. 어감은 별로 안좋지만, 이준기의 일지매와는 확실히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제목인 것 같다. 돌지매가 파격적인 구성으로 시작하여 차별화를 꾀하였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하여 적응하기 불편한 드라마일 뿐이었다. 하지만 돌지매는 드라마 공식에 얽메인 요즘 막장드라마에 경종을 쳐 주는 잘 만든 드라마이다. 생소하고 어색해서 그럴 뿐, 익숙해지면 매우 재미있는 드라마인데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릴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카인과 아벨의 시작으로 인해 돌지매는 위기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목드라마에 강자가 없었지만, 이제 카인과 아벨의 등장으로 인해 돌지매는 약간의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 카인과 아벨은 소지섭의 브랜드 파워와 자극적인 뇌 수술 장면, 희소성 있는 배경등으로 초반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카인과 아벨은 독특한 의학드라마로 돌지매와 충분히 비견될 수 있을만큼 잘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돌지매는 이제 가지고 있는 히든카드를 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카드가 있겠지만, 돌지매를 애청하는 시청자로서 돌지매의 강점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1. 일지매의 활약

줄거리가 너무 길었다. 일지매를 슈퍼맨으로 만들기 위한 여정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일지매가 중국, 한국, 일본을 거치며 온갖 무술을 익히는 과정을 좀 더 길게 만들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우선 그 부분은 짤막한 애피소드 쯤으로 해서 넘어갔기에 슈퍼맨이 되고 나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구자명과 월희에 관한 스토리로 인해 일지매의 활약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제 익힐 무술도 다 익혔고, 구자명과 협력할 명분도 확실히 생겼고, 월희와도 어느 정도 애정을 잘 보여주었으니 일지매의 무차별적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일지매가 재미있는 이유는 러브라인도, 원수를 갚는 것도 아닌 탐관오리들을 보기 좋게 골탕 먹이고 소탕하는 장면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시국이 불안한 상태에 정부에 대한 불신까지 커진 시점에서 일지매의 활약은 사람들에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시켜 주고 감정이입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배운 모든 무술을 다 보여주며 일지매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카인과 아벨의 초반 러쉬를 방어함과 동시에 일지매의 재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 책녀와 배선달


초반부터 문제가 되었던 책녀는 돌지매가 어색한 가장 큰 이유였다.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처럼 은은한 목소리로 깔렸던 책녀는 가끔 엉뚱한 말로 다큐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녀의 시도는 매우 참신하고 새로운 모습인 것 같다. 사극이나 다큐의 나레이션과 같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차이를 뉴스의 자막과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의 차이라 말하고 싶다.

뉴스의 자막은 내용을 함축해서 차분하게 말해주지만, 예능의 자막은 피디의 말을, 혹은 시청자의 말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예능에서 이런 자막 신공은 큰 파란을 가져왔으며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나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기도 하다.

돌지매의 책녀는 이런 예능 자막의 드라마판이라 생각한다. 드라마에 직접 자막을 넣을 수 없기에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PD의 생각 혹은 작가의 생각이 들어간 책녀의 목소리는 분명 새롭고 충분히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배선달의 역할은 일지매 주위를 돌아다니며 그의 행보를 기록하는 역할이다. 즉 3인칭 관찰적 시점으로 극 중에서 일지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서 그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는 책녀와 함께 돌지매를 매우 입체적인 구조를 띄게 만들어 준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한쪽면에서만 보게 하였다면 책녀와 배선달은 위에서 옆에서 보게 만듦으로 시청자에게 3차원적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런 책녀와 배선달의 역할을 십분 활용한다면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를 둠과 동시에 시청자에게 더 큰 재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 정일우의 활약

일지매의 활약과는 또 다르게 정일우의 활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황인뢰 감독의 스타일이 전체의 틀을 강조한다고 해도 정일우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지 꼭두각시가 아니다.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마련이고, 이준기의 일지매가 약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도 시청자들이 심하게 이준기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일우는 차분한 미소 외에는 딱히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없다. 무술도 얼굴을 가리고 하기에 스턴트맨이 했을테고, 몇마디 없는 대사에 침묵이 여백의 미를 장식하듯 일지매로서 정일우의 인간적인 모습이 너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일우의 연기력이 그렇게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꾸 연기를 해야 느는 것이 아니겠는가. 좀 더 밝고 슬프고, 화나고 기쁜 감정의 표현을 하며 농담도 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나가야 일지매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틀을 통해 신인들만 가져다 놓아도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훌륭하다 생각하지만, 너무 부각되지 않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니 드라마도 무미건조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카인과 아벨은 벌써 소지섭의 사막 연기 한장면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시청자들의 강한 신뢰를 얻고 있다. 이제 정일우도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돌지매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만화를 그대로 드라마에 옮겨놓은 듯한 재미를 주는 잘 만든 드라마이다. 이런 드라마가 그냥 묻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분발하여 '카인과 아벨'과 함께 수목드라마를 견인해 나갔으면 한다. 카인과 아벨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어떤 카드이든 가지고 있는 히든카드가 있다면 꺼내어 승부수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