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드라마

카인과 아벨, 소지섭이 아깝다

이종범 2009. 4. 18. 06:54
카인과 아벨이 이제 2회를 남겨두었다. 17회까지 극 전개가 한창 긴장감있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18회에서 방송사고까지 겹치며 내용이 흐지부지 흘러가고 있다. 카인과 아벨이 유종의 미를 거두긴 힘들 것 같다. 처음부터 쪽대본 논란에 휩쌓였음에도 소지섭의 간지 연기로 잘 넘어가고 있었는데, 18회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결국 카인과 아벨은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모양이다.

18회에서는 30초간 같은 장면이 두번 나오는 방송 사고가 나기도 했다. 방송 사고는 극의 흐름상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흐지부지해진 스토리는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 벌써부터 19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감을 잡아버렸기에 기대감도 없어졌다. 17회까지 열광을 했는데, 18회에서 이렇게 무너뜨릴줄은 몰랐다.

갑작스런 캐릭터의 변화

이선우와 이초인의 팽팽한 신경전이 극에 달하면서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뇌의학 센터 투표에서 응급의학 센터가 이겨버리더니 오 이사와 진료과장은 배신을 때려버린다. 그리곤 우리의 악인 최치수가 허무하게 소지섭의 한방에 힘없이 넘어가게 되고, 국정원에게 잡혀가게 된다. 북한에서 특수부대에 있었다는 최고 악질 악역이 특별한 액션신 하나없이 허무하게 잡혀가다니 최치수가 잡혀간 다음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이초인은 이선우를 찾아가 사과를 받아내려 하지만, 이선우는 끝까지 사과를 안한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같은 장면이 2번 반복되는 방송 사고가 나게 되고, 이선우가 쓰러지면서 갑자기 이초인은 이선우를 고치려 한다. 방금까지 대놓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을 말이다. 더군다나 이선우가 아팠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음이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이선우의 엄마인 부원장도 말 한마디 없이 누워있는 원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다가 갑자기 착한 모습으로 변하는 희안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모든 악역은 사라진 셈이다. 최초로 이초인을 죽이려 했던 오이사는 이미 변심했고, 중국에서의 이초인의 머리에 총을 쏜 깡패들도 모두 죽었다. 오강철을 죽인 최치수도 국정원에 끌려갔고, 이선우도 쓰러져서 입원해있다. 부원장까지 원장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착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제 악이 없어졌으니 선도 없어졌다. 선과 악은 서로 상대적이어서, 악이 강할수록 선이 강하게 대두되고, 악이 약할수록 선도 약하게 비춰지기 마련이다. 선이 없으면, 악도 없고, 악이 없으면 선도 없는 것이 선과 악의 관계인데, 악이 모두 사라졌으니 선도 사라진 셈이다.

19회, 20회는 그냥 그저 그런 밍밍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설령 결말이 그럴싸해도 중간에 한 2회 정도는 빼먹은 듯한 스토리는 찝찝한 결말을 맞이하게 할 것 같다. 그저 소지섭의 간지 연기가 아까울 뿐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인기를 충분히 재연할 수 있을만큼의 소지섭이었지만, 한지민을 제2의 임수정으로 만들지도 못하고, 채정안도 딱히 활약한 것은 없고, 신현준은 어설플 악역을 맡아서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카인과 아벨의 덕을 가장 크게 본 사람은 아마도 최치수가 아닐까 싶다.

소지섭의 명품연기가 쪽대본도 무색하게 만들 줄 알았더니 쪽대본의 힘을 역시 위대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국내 방송가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기에 누구를 탓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시청자의 입장에서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수는 없을까하는 탄식일 뿐이다. 막판에 허물어지는 스토리는 결국 쪽대본에 의해 나오게 된 것일테고, 방송 사고도 쪽대본으로 인해 급하게 찍어 편집을 하다보니 실수가 생겨 나온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카인과 아벨'은 소지섭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인기는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지섭을 이런 허술한 스토리의 드라마에 투입했다는 것 자체가 몹시 아쉽다. 남자이야기나 신데렐라맨에 나왔으면 더 좋았으려나... 카인과 아벨에 기대를 많이 한 탓에 18회는 실망도 크게 했다. 자막에 흘러나오는 다음 드라마 예고를 보고는 한번 더 놀랐다.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에 말이다.

결국 카인고 아벨은 이초인과 이선우의 조금 과격한 우애를 다룬 허무 스토리인 것 같다. 스토리상으로는 한지민도 채정안도 그저 얼굴마담으로 있은 것 같다. 채정안은 이초인과 이선우 사이에서 더 갈등을 유발했어야 하고, 한지민은 오강호였을 때 소지섭과 더 오래 촬영을 했어야 했다. 최치수 또한 이초인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최근 발연기로 인해 배우들이 곤혹을 치루었는데, 이제는 발대본으로 인해 배우가 아깝게 되었다. 소지섭이 다음 번에는 좀 더 스토리가 튼튼히 받쳐주는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