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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나 2AM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이었다는 세시봉.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의 놀러와 출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 40년만에 처음으로 예능으로 뭉쳤다는 것은 아예 예능에 출연을 안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송창식의 경우는 공중파에 출연하지 않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모두를 한자리에 모아서 최고의 버라이어티를 보여준 놀러와는 역시 유일하게 순수한 토크쇼임을 증명하는 듯 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걸그룹과 아이돌, 빅스타들을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놀러와는 감히 세시봉을 섭외한 것이다.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도 이런 기발한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놀러와이기에 가능했던 섭외가 아니었나 싶다. 

섭외도 섭외지만 보는 내내 배꼽을 잡았다가 추억에 잠겼다가 했다. 첫 화면에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가 나오자 아내는 "재미없겠다"라고 했지만 5분만에 완전 몰입되어 서로 배꼽이 빠져라 웃게 되었다. 수십년 된 추억 폭로담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막내가 64살인 어르신들의 모임. 또한 그들이 보여준 영혼을 울리는 음악은 어릴 적 추억을 불러 일으키며 그 속에 잠기게 만들었다. 난 세시봉 세대가 아니다. 어설프게 70년대 후반에 끼게 되어 80년대에서야 이 아저씨들의 음악을 어렴풋이 듣게 된 정도이다. 집에 전축을 통해 LP로 종종 듣던 송창식, 김세환, 조영남의 노래는 부모님이 즐겨듣고 부르던 노래이기도 했다. 

노래란 이런 것이다. 

산내리 마을을 찾아갔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예술가 마을에 들어선다. 모든 할머니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고, 방송을 하시는 분은 DJ이다.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생각했던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예술은 특정한 사람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이해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다. 

놀러와를 보면서 또 한번 그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최근들어 노래를 듣고 감명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있다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넬라 판타지아와 에니메이션 테마 정도? 갑자기 요청한 노래에 거침없이 즉석해서 나오는 세시봉의 노래는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하늘이 눈물을 흘린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듣고 멍해졌으리라 생각된다. 

모두가 느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노래. 마치 노래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철이란 이런 것이다. 


60이 훨씬 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청춘이었다. 김세환은 아직도 막내였고, 송창식도 조영남의 말에 꼼짝도 못했다. 그리고 조영남은 윤형주에게 꼼짝도 못했다. 그들의 티격 태격 추억 폭로전은 철이 안든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귀엽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송창식의 한마디는 머리를 띵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신을 기인이라 하고 철이 안들었다고 하는데 자신은 사회의 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얼마나 길들여지느냐가 철이 든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늘 그 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염할 때 철이 들까 싶다는 그의 말은 점차 늘 싫은 사회적 기준에 길들여져가 철이 들고 있는 나의 모습에 경종을 울려주는 듯 했다. 

또한 사회적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이 철이 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철 좀 들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 아닐까. 

시란 이런 것이다. 



윤형주는 윤동주 시인의 6촌 동생이라고 한다. 그 말을 하며 조영남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며 서시를 멋드러지게 부른다. 

윤동주는 서시, 자회상, 소년, 별 헤는 밤, 십자가 등 주옥같은 시들을 남기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해방을 6개월 앞두고 말이다. 그 시신을 들고 나온 분이 윤형주의 아버지였기에 윤형주는 아버지께 윤동주 형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시인이었던 윤형주의 아버지는 딱 한마디를 하셨다고 한다. "시도 노래다"

시도 음이 있고 리듬이 있고 하모니가 있는데 네 잘난 작곡 가지고 시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1400곡의 CM송과 120곡의 가요를 작곡했지만, 윤동주의 시로는 단 한편도 노래로 만들지 못했다고 하자 조영남은 얼굴을 들지 못한다. 

조영남을 꼼짝 못하게 한 윤형주의 모습도 재미있었지만, "시도 노래다"라는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았다. 

놀러와란 이런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주에 2탄이 남아있다. 너무도 기대되는 놀러와의 세시봉편. 이것은 놀러와였기에 가능한 버라이어티이다. 그리고 이런 프로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2탄은 무조건 본방사수를 해야 겠다고 다짐을 한다. 놀러와가 롱런하는 이유는 월요일에 적수가 없기도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순수하고 담백한 맛을 담아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야심만만과 미녀들의 수다를 모두 재치고 홀로 살아남아 월요일의 제왕이 된 놀러와. 앞으로 어떤 게스트들이 나올 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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