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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KBS의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인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신했다. 그건 내 주변 이야기였다. 이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를 표절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표절 여부를 떠나 현실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매우 현실과 가깝게 쓰여져서 놀랐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 쯤은 들어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특히 부유층들이 사는 곳에서는 더욱 심하다고 들었다. 나 또한 두 아이의 부모로서 이런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를 보면 맞벌이인 부부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게 되는데 아이를 돌볼 틈이 없어서 유치원 재등록도 놓치고, 아이가 청력을 잃을 수 있는 독감에 걸렸는데도 집에서 일에만 사로잡혀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엄마인 정수아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유치원을 알아보다가 2009년에 등록해 두었던 하나 유치원에 들어가게 된다. 



하나유치원은 월 200만원이나 하는 사립 영어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것도 힘든 곳이다. 그곳에 온 정수아는 엄마들의 커뮤니티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이마저 왕따를 당하게 되는 일을 겪게 되면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1회에서 나왔다. 총 4부작으로 그 안에서의 엄마들의 치맛바람과 치열한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예정이다.

1. 맞벌이 부부의 현실

 

우리나라는 뭔가 이상한 구조로 가고 있다. 맞벌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같이 살자고 결혼해 놓고 결혼하자마자 서로 떨어져 지낸다. 오피스 허즈번드와 오피스 와이프를 둔 체 말이다. 이는 결혼할 때 이미 예정된 것이다. 남자는 집을 해오고, 여자는 집을 채울 혼수를 준비해 오는 것이 우리나라 결혼 관례이다.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집이 워낙 비싸다. 서울의 집 값은 30평 아파트가 7~8억을 넘으니 이는 연봉 1억이어도 하나도 쓰지 않고 7~8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전세도 30평 아파트가 3~4억정도 한다. 요즘은 전세난이라 더 비싸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요즘 결혼 풍속은 남녀가 전세를 반씩 내고 혼수는 따로 하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한 사람 당 2억씩은 내야 하는 것이다. 말이 2억이지 2013년 대기업 대졸 초봉이 3695만원이라고 하는데, 그럼 5년을 하나도 안쓰고 모아야만 가능한 금액이다. 맞벌이로 말이다. 그러니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고, 죽어라 할 수 밖에 없다. 

2. 유치원의 현실


 

나라에서 육아 지원을 해 준다고 한다. 나 역시 그 혜택을 받고 있다. 보통 어린이집을 다니고 난 후 유치원을 다니게 된다. 그런데 이게 또 레벨이 있다. 어린이집은 아이를 맡아서 돌봐주는 보육시설이다. 보통 만 1세에서 만3세까지 다니게 되고, 이후에는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특기활동이라는 것이 있어서 체육과 음악, 영어등을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체계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이 연령대 아이들을 위해 놀이학교라는 것이 생겼다. 놀이학교는 과목이 있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용은 보통 월 80~100만원 정도 한다. 어린이집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어 연령별로 다르지만 22만원~30여만원까지 지원을 받아 거의 무료로 다닐 수 있다. 내는 금액은 소풍갈 때나 특기활동 비용만 나간다. 이 또한 강남은 몇십만원을 더 내야 하고, 내가 사는 지역은 5만원정도만 더 내면 된다. 큰 부담없이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놀이학교는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학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월 80~100만원을 내야 한다. 

유치원 또한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고, 영어유치원이라는 곳이 있다. 공립은 서울의 경우 각 구마다 몇개가 없다. 거의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만약 되면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월 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22만원은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보내는 곳이 사립 유치원이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기본인데 비용은 월 60~70만원 정도 된다. 22만원의 지원을 빼면 월 38~48만원 정도 드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퇴근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오후 6시나 8시까지 맡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가격이 물론 올라간다. 월 80~100까지도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영어유치원이 있다. 영어유치원은 최저 월 100만원에서 시작하고, 드라마에서 나왔던 하나유치원은 200만원이었다. 물론 학원으로 분류되어 국가 지원금은 받지 못한다. 놀이학교를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다니게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놀이학교 다음 코스로 보통 영어 유치원을 보내곤 한다. 놀이학교 보내다가 어린이집이나 일반 유치원에는 보내기는 눈이 너무 높아져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아니 어이없는 것은 어린이집, 놀이학교, 유치원, 영어 유치원 모두 자리가 없다.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드라마에서와 같이 보통 대기 100번은 그냥 넘어간다. 유치원에서도 추첨을 할 때 대기 100번까지만 뽑고 나머지는 아예 뽑지도 않는다. 저출산이라고 아이를 낳으라 했는데 교육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3. 엄마 커뮤니티의 현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이야기다. 내 주변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엄마들이 선생님에게 수백만원짜리 백을 사주기로 했는데 그걸 거부하자 커뮤니티에서 왕따를 시켜서 결국 이사까지 가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드라마에서 이 케이스를 제보받은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놀랍게 비슷했다. 어떤 엄마들의 모임은 아이들이 이제 4살인데 SKY라고 한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너무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치맛바람이야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지만 이제 그게 너무 밑으로 내려왔다. 어린이집부터 심지어 산후조리원부터 이런 커뮤니티가 생기니 말이다.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야 소통과 정보 교류를 위해 필요하지만 모든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자신의 아이를 왕따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애초에 한 아이를 엄마 커뮤니티에서 정해서 왕따를 시키며 왕따를 시키는 무리에 자신의 아이를 넣어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레알. 


그녀들이 완벽한 하루는 일본 드라마 표절이 아니라 현실을 표절했다. 일본 사립 학교가 어쩌니 저쩌니해도 지금 현재 유치원의 상황이 바로 드라마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본 드라마와 똑같다면 그것은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가 표절한 것이 아니고 일본 사회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표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아이의 부모이고 육아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는 내게 한 분이 조언을 해 주었다. "부모가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라고 말이다. 그렇다. 결국 부모가 자식 잘되라고 하는 일이라 하지만 그것이 욕심이고, 아이를 망치는 길일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은 내가 호랑이 흉내만 내도 깔깔대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을 짓는다. 그런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부모의 욕심으로 그늘지게 만들기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가 던져줄 메시지가 기대된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이런 드라마같이 이상한 현실에 어떤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인지 앞으로 남은 3회를 보며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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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이 끝났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의학 드라마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응급실의 분위기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한번은 안동에서 아이가 이마가 찢어져서 응급차를 불러서 안동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3살된 아이의 이마를 꿰맬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꿰매야 하는데 잘못될 확률이 20%인가 된다고 했다. 이마 찢어졌는데 전신마취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대구 병원을 소개해주었는데, 전화를 해 보니 9시간은 기다려야 한단다. 이마가 찢어진 채 차를 몰고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분당차병원 응급센터로 갔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성형외과 의사가 있었다. 응급실에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의사는 내려오지 않았다. 응급실에 독촉을 해 보았지만 콜을 했다고만 하고 3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아서 성형외과로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담당 의사는 친구와 노닥거리고 있었다. 골든타임을 보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골든타임은 매우 치밀하고 친절한 드라마이다. 작가가 의사를 종일 쫓아다녔어서 그런지 의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히 알고 있었다. 물론 난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의사인 지인분들의 말에 따르면 매우 잘 그려냈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의 권력 싸움은 하얀거탑보다 더 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골든타임은 현실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잘 보여주며 그린 드라마같다. 물론 심평원같은 곳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심평원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돈 안들이고 마케팅을 한 셈이다.

골든타임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와서 좋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지기에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가지면 연속성을 가지게 된다. 마치 내가 이민우가 된 듯한, 최인혁 교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몰입도를 높혀주었다. 마지막회의 엔딩신 역시 환자들이 쾌유되어 일상의 삶을 살고 있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4년 후 돌아올 이민우의 모습이 궁금했고, 4년간 또 어떤 좌충우돌을 겪을 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환자들이 시간이 흐른 뒤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 전의 장면도 이민우가 병원을 떠나고 다시 바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최인혁 교수와 신은아의 로멘스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니 시작도 아직 안했다. 강재인 역시 서울로 가게 되니 이민우와 만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보았을 때 시즌2를 고려해 둔 엔딩이었다고 생각된다. 궁금한 상황으로 보았을 때는 시즌2, 시즌3까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민우의 4년간 서울 생활이 시즌2, 4년 후 다시 해운대 세중병원으로 돌아오는 시즌3로 말이다. 국내에서 의학 드라마는 종합병원,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산부인과 등이 있다. 이 드라마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시즌제로 나아가진 못했다. 종합병원이 오랜 시간을 두고 시즌2를 내긴 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 차이로 인해 새로운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드의 경우 의학드라마를 시즌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즌9이 지금도 방영되고 있고, 닥터하우스는 시즌8로 올해 초 종영을 하였다. 골든타임과 비슷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레지던트들의 이야기인 ER은 시즌 15까지 방영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이제 이런 장수하는 의학드라마가 나올 때가 되었고, 골든타임은 그 출발점을 산뜻하게 끊었다. 아직 다루어야 할 의학 문제도 많이 있고, 다양한 사례들도 있다. 무엇보다 제2의 이민우, 제3의 이민우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구조이고, 이민우는 처음에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시즌2에서는 레지던트, 시즌3에서는 과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민우와 강재인의 러브라인 또한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 너무 많은 숙제들을 시즌2로 미룬 셈이다. 

시청자의 입장으로 시즌2가 너무나 기대되는 드라마이다. 디테일한 스토리와 성민타임과 선균타임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 몰랐던 문제들을 집어내는 메세지들이 어울어져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경쾌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 같다. 시즌2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더욱 성장한 이민우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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