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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이 유기견을 주제로 삼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걱정이 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주제는 아무래도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잘하면 훈훈한 것으로 끝나고 조금만 잘못해도 동물학대 및 상식 부족이란 말을 듣기 일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견 특집은 감동 그 자체였다. 저번 주 내용을 보고 걱정되었던 것은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상처 많은 유기견을 잠시 데려다 키웠다가 다시 가져다주는 것은 단지 오락성으로 유기견들을 사용함으로 두번 상처주는 일이라는 의견들이 올라올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제작진 및 멤버들도 미리 인지를 했던지 유기견 보호 센터 관계자에게 질문을 했었다. 이윤석이 질문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유기견과 잠시 같이 있다가 다시 데려오면 다시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관계자는 유기견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이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자의 자격에서 함께 해주는 것만 해도 많은 홍보가 되기에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이라 대답했다. 그 말로 인해 시청자도, 제작진도, 멤버들도 홍보대사로 생각하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말 못하는 짐승이기에 더욱 서러움도 많았고, 학대도 받았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기에 몸으로 말을 하는 그들은 행동 하나 하나로 감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어떤 멤버의 강아지던지 처음 집에 가서 눈치를 살피며 옴짝달싹 안하였다. 주위를 경계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노끈으로 묶어놓아 목에 상처가 날 정도로 학대를 받고 쓰레기 더미에서 살았으니 그들이 사람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했다. 


남격의 숙제는 지금부터였다. 동물이야 말로 거짓말을 못한다. 방송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전에 짜고 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강아지들의 모습이 변해야 남자의 자격 미션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사랑을 나눠주어야 하고, 그 배려와 사랑은 그냥 나오지 않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과 스케줄의 연예인들이 카메라도 없는 시간에 동물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생색만 내고 말수도 있는 것이다. 방송용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랜만에 미션에 참여한 비덩 이정진 역시 이번 미션에는 누구보다 훌륭하게 참여하였다. 이정진이 맡은 강아지가 가장 적응력이 빠르고 활발히 활동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미션은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워보던 사람들이 더 수월하게 미션에 성공했다. 이경규네 집에도 강아지가 2마리나 있었고, 유기견을 다루는 모습도 능숙했다. 마치 가족처럼 말이다. 


이정진도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이번 미션은 누구보다 잘 수행했다. 김성민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던터라 제제를 더욱 잘 돌볼 수 있었고, 건강 검진 및 미용까지 시키며 애정을 과시하였다. 애완동물을 처음 키우는 김태원과 윤형빈, 이윤석, 김국진은 미숙하긴 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며칠동안 꼼짝도 안하던 윤형빈의 강아지는 침대에 올라와 앉아있을 정도로 경계를 풀게 되었다. 

특히 김국진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했다. 크기가 커서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나 기를 수 있을 법한 덕구는 김국진과 함께 하면서 어떤 강아지보다도 애교를 피우며 김국진을 잠 못들게 했다. 김국진이 눕는데로 따라가 가슴 속에 쏙 안기려는 모습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반전


이렇게 아름답게 끝날 수 있었다. 보호센터에 다시 보내고 입양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연결을 해주는데까지가 그들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문제임은 다들 알테니 말이다. 입양도 아무나 하지 못하고 입양의 자격이 주어져야 할 수 있기에 바쁜 연예인들에게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자격이 없다면 입양은 오히려 유기견들에게 안 좋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끝났다면약간은 밋밋했을 것이다. 



그러던차에 먼저 김성민이 자신이 자격이 된다면 제재를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알았다. 방송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몇주동안 맡아서 키울수 있겠지만, 입양을 하게 된다는 것은 현실이 되어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뜻과도 같기에 놀라운 반전이었다. 봉구를 키우고 있던 김성민이기에 제재에게 더 애정이 갔을 수도 있겠지만, 손도 많이 가고 신경써야 할 일도 많기에 김성민의 선택은 감동이었다. 


헉! 그런데 갑자기 이경규도 남순이를 입양하겠다고 한다. 물론 남순이가 원할 경우에 말이다. 남순이는 유독 이경규와 친해보였는데 이경규가 선뜻 입양을 결정하니 더 마음이 훈훈했다. 매사에 귀찮아하고 대충하려던 이경규의 캐릭터이기에 남순이의 입양은 그의 리얼한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들의 결정은 캐릭터나 이미지 때문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반전의 반전


이 정도에서 멈췄어도 충분히 이슈가 되고 훈훈하고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하지만 남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획되거나 연출되지도 않은 리얼한 모습이었는데 이런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이고 재미가 아닌가 싶다. 김국진은 덕구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입양처가 정해졌기에 보내기로 한다. 김국진 자신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기에 덕구와 같이 산다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게 보냈지만 김국진은 태권도 프로젝트에서도 계속 덕구 이야기를 하며 덕구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었다. 이런 애정이 덕구에게도 전해졌는지 입양하려던 사람이 입양을 취소하게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김국진은 아쉬우면서도 안도하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다시 입양처가 정해지게 되었고, 새롭게 덕구를 입양하게 될 사람이 나오는데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다. 



모자이크로 봐서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누구보다 애견을 좋아하게 보이는 즐겁고 가벼운 걸음으로 오는 모습을 보고 덕구가 좋은 사람에게 입양된 것으로만 알았다. 김국진은 좋은 곳에 입양가는 덕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왔기에 방송을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모자이크가 벗겨지자 김국진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정말 감동적이고 눈물 나는 상황이었다. 덕구를 입양하는 사람이 김국진이라니 말이다. 그 결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김국진이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태권도장에서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덩치도 있는 덕구를 애완견을 한번도 키워보지 않았던 김국진이 선택했다는 것은 정말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 따뜻한 마음이 브라운관을 넘어서 전해졌다. 덕구는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단번에 김국진을 알아보았고, 김국진 역시 자신을 알아봐주는 덕구에게 고마워했다. 

명품 버라이어티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것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다. 그 진정성은 신뢰를 가져다 주게 되고, 그 신뢰는 브랜딩이 되게 하고 브랜딩은 가치를 만들어준다. 소통도 진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따라한다고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진입장벽도 높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은 이제 명실공히 명품 버라이어티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어떤 버라이어티에서도 유기견을 입양했던, 입양할 프로그램은 없었다. 남자의 자격이기에 가능했고, 앞으로도 남자의 자격이 이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다면 롱런하며 승승장구해 나갈 것이다. 

어제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참 훈훈했고, 남자의 자격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배웠다. 진정한 남자라면 이런 뜨겁고 따뜻한 마음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이 때, 남자의 자격 유기견편은 남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준 감동의 도가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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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중계로 인해 해피선데이의 시작이 늦어짐에 따라 뜨거운 형제들을 오랜만에 보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은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일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 줄 유일한 프로였는데, 아쉽게도 노력만큼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오랜만에 뜨거운 형제들을 보니 그 문제의 핵심에는 소통이란 단어가 있었다.

런닝맨


뜨거운 형제들을 보다가 넘 지루하고 맥락없는 이야기만 펼쳐져서 런닝맨으로 채널을 돌렸다.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하고 런닝맨을 보았지만, 1분만에 다시 뜨거운 형제들로 채널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마침 본 장면은 송지효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도저히 봐 줄 수 없었다. 송지효에게 프로포즈를 하여 심박수가 130을 넘기게 하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송중기는 기습 뽀뽀를 하며 분위기를 업시켰으나 김종국은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홍보 겸 게임을 하는데 도저히 민망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볼 수가 없었다. 살아나긴 커녕 여전히 딴 나라에 살고 있는 듯한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런닝맨은 패떴 때부터 소통을 금기시해왔다. 또한 게임에 대한 맥락이 없이 그저 자극적이고 관심을 끌 만한 게임만 했다. 그래서 유독 러브라인을 만들려 하고, 쫓고 쫓기며 달리는 액션 및 몸을 부데끼는 게임만 하는 것이다. 시청자와 소통하려 하기보단 그저 자기들끼리 놀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기에 외딴 섬에 홀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뜨거운 형제들


뜨거운 형제들에게 기대를 했으나 뜨거운 형제들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다. 런닝맨만큼은 아니었지만, 왜 저 게임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장어 먹기에 실패하여 산삼을 먹으려 했으나 백화점에 산삼이 없는 관계로 갑자기 장어를 주기로 했고, 장어를 먹기 위한 미션으로 시민들과 묵찌빠를 하여 이기면 먹기로 한 것이다. 무작정 커피숍에 들어가서 묵찌빠를 한다. 시민들의 인터뷰는 커녕 그냥 하나의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이기면 자기들끼리 와~ 하며 즐거워 하고 지면 다른 사람이 다시 도전하는 식이다.

만약 무한도전의 유재석이었다면 시민들 한명씩 간단하게 인터뷰를 하며 어디서 왜 왔는지를 물으며 지금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은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묵찌빠에 임할 것이다. 묵찌빠에 대한 결과 후에도 이기건 지건 감사하다는 말 정도는 건네주었을 것이고, 이는 SNS 및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 시민은 자신이 무한도전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자신이 참여한 프로그램에 대해 자연스럽게 홍보도 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도 마치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뜨거운 형제들에선 갑자기 들이대며 묵찌빠를 하고 이기던 지던 그냥 가버린다. 그나마 박명수가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할 뿐이다. 지나가던 아기를 보고 무리하게 묵찌빠를 하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린다. 김구라는 그 뒤에 아기가 묵 밖에 낼 수 없다는 것을 찡그린 표정으로 나타내며 건성스레 간다. 자막에는 촬영에 협조한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뜨지만 제작지만 감사하지 출연진은 별로 감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도 뜨거운 형제들에서는 길가던 시민을 붙잡고 시간을 내 달라며 막무가내로 끌고 갔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에 나오게 해 줄테니 따라가자며 선의를 배푸는 것처럼 행동했다. 자막엔 어김없이 촬영에 협조해줘서 고맙다는데 그럴 때마다 의도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사전에 촬영 동의를 구했다면 편집의 실수일 것이고, 아니었다면 출연진의 무례함과 교만함일 것이다. 가끔 슈퍼에가서 연예인이라며 하나라도 더 얻어내고 깎으려 하는 모습이 보일 때면 연예인이 뭐 대수라고 생업이 달려 있는 사람들에게 저 딴 행동을 할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전에 이야기가 된 것이겠지 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시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소통을 의도한 것이라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났으니 말이다.

묵찌빠 후 장어를 먹으러 가게 되는데 이기광이 알러지가 있다며 쇠고기를 먹겠다고 하자 다시 게임을 제안한다.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면 주는 것인데 헐리우드 연예인 하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겹치기도 참 힘들다. 즉, 쇠고기를 먹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냥 주면 될 것을 뻔한 게임을 해서 주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것도 3번의 기회나 주며 각 멤버들에게도 1인분씩 추가 시켰으니 말이다. 맥락과 명분 없는 진행은 수많은 게임에도 지루하게 만들었으며 더 이상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남자의 자격



한참을 참으며 보다가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채널을 돌렸다. 다행히도 F1이 끝나고 남자의 자격이 시작했다. 저번 주에 이어 자격증 2탄이 시작되었다. 이윤석의 도배로 시작한 남자의 자격은 벌벌 떨면서 사투를 벌여 도배 시험을 마무리진 이윤석의 인간승리와 곧 이어진 윤형빈, 아니 윤성호의 뜨게질 자격증 성공기, 김국진의 POP 3급 자격증 성공기를 다루었다.

남자의 자격! 그 이름에 걸맞게 자격증을 따기로 한다. 1년간의 노력 끝에 정말 따기 힘든 자격증들에 도전하고 그 결실을 정직하게 얻었다. 살인적인 연예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틈틈히 연습하여 자격증을 획득하는 모습은 자격증의 획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이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가 힘이 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된다. 자격증을 따며 만났던 사람들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을 진심으로 위해주었고, 도와주었고, 소통을 하였다. 김국진의 말처럼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자랑을 받을 자격이 될 사람들이 된 것이다.



명분과 맥락이 있으면 그 안에 일부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넣지 않아도 즐겁고 유쾌한 웃음이 된다. 그 웃음은 일시적이지 않고 힘이 되고 지속적인 메시지가 된다. 남자의 자격의 힘은 바로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통, 아주 간단한 원리


소통의 시작은 관심과 배려이다. 아주 작은 일에도 디테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사람, 그리고 프로그램이 소통하는 사람이고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이 그렇고, 남자의 자격이 그렇다. 자격증에 대한 관심 그리고 혹시나 연예인 특별 대우를 해주지 않을까,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배려가 소통을 낳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형제에는 차가운 소통만 있었고, 런닝맨에는 그나마 소통도 전혀 없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대에만 하니 소통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소통은 공감을 가져오고 공감은 곧 영향력을 의미한다. 방송에서는 시청률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밤이 부활하려면 소통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나마 기회인 것이 런닝맨은 소통의 의지가 전혀 없기에 남자의 자격만큼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뜨거운 형제들이 소통도 뜨겁게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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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남자의 자격은 마이너 프로그램이었다. 경쟁 프로그램은 패떴과 일밤이었고, 후속 프로그램은 1박 2일이었으니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다음 프로그램인 고품격 음악 방송인 라디오스타처럼 남자의 자격의 시작은 볼품없고 초라했다. 이정진과 김태원, 윤형빈과 김성민은 너무도 낯선 예능 신인들이었고, 특히 이정진과 김성민은 어느 예능에도 나오지 않았던 완전 신인 초짜였기에 그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 지 염려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남자의 자격은 메이저 프로그램이 되었다. 경쟁 프로그램인 패떴은 폐지가 실패하였고, 일밤의 오빠밴드도 폐지되었다. 오빠밴드 후속 프로그램도 감동은 있지만 재미는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으니 1박 2일의 성장과 함께 가장 빛을 보고 있는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 밖에 없다.


아마도 1박 2일의 성장 속도와 남자의 자격의 성장 속도를 가속력으로 비교해본다면 1박 2일보다도 남자의 자격이 더 큰 상승세를 타고 있을 것이다.

왜 남자의 자격은 이런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2010년에는 야심찬 5대 계획으로 남자의 자격 해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들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월드컵으로 인해 이경규의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기도 하다.

이런 남자의 자격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실제 남자들의 자격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의리


오해하지 말 것은 여자들도 의리가 있다. 하지만 우선 남자라고 한다면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자가 진정한 의미의 남자일 것이다. 터프가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게 의리를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심지어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의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남자에 있어서 의리는 목숨과도 같은 자격이다.

사전에 따르면 의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객기를 부리는 것이 의리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인 것이다. 세상은 이런 의리를 간단히 무시하기도 한다. 졸부들은 의리를 지키지 않고 배신의 배신을 하여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며 기생충처럼 살아가지만, 진정한 부자, 혹은 진정한 가난은 의리를 지키며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심지를 가지고 있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에서 보여주는 무한이기주의는 이런 면에서 남자의 자격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이지만 말이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멤버들의 의리를 볼 수 있다. 처음엔 모두가 서먹하기만 한 사이였지만, 그간 다양한 미션을 해 오면서 서로를 도와주고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이 자라나며 남자의 의리있는 모습들이 보여지고 있다.

승자에겐 박수를 보내주고 패자에겐 격려를 해 주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아마도 남자의 자격과 천하무적 야구단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약속


의리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겠지만, 남자의 자격은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포함된다. 남아일언중천금이란 말처럼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이 역시 여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남자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수많은 소설과 역사서에서 남자다운 남자로 인정받는 사람들은 문무관을 통틀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쉬운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속이 빛날 때는 힘겨운 약속을 지킬 때이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미션을 통해 다양한 약속을 하고 그것을 실천한다. 금연 프로젝트를 통해 금연을 약속하기도 하고, 마라톤을 위해 쉬는 시간에도 계속 연습을 하며 체력을 만들어 결국 김태원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만다. 김태원 또한 예전에 서지도 못할 정도의 체력에서도 수킬로를 뛰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지리산 등정에선 김태원이 마라톤에서 못다 이룬 약속을 이루기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등산을 하고, 정말 그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국민 할매가 점점 남자로 보이기 시작하고, 수다쟁이 김성민도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 감동을 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도전


남자에게 있어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자격은 바로 도전이다. 남자라면 응당 용기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무섭고 낯선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용기란 남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수많은 동화책에서 왕자가 공주를 지켜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 용기는 바로 도전과 일맥상통한다. 자신보다 크고, 익숙치 않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바로 도전일 것이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도전 정신을 잊지 않을 때 후에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남자의 자격은 하나 하나의 미션이 굉장한 도전이다. 김태원에겐 뛰는 것조차 도전이고, 김성민에겐 침묵이 도전일 것이다. 전투기를 타는데 도전하고, 지리산을 오르는데 도전하고, 수화를 배우는데 도전하고, 알공예를 배우는데 도전하고, 마라톤을 뛰는데 도전하는 모습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모습을 남자답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2010년에는 5가지 큰 약속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또 지켜나갔을 때 그들은 더욱 남자답게 되어 있을 것이다. 꿈같이 느껴지는 것들을 목표로 만들고, 그 목표에 대해 하나씩 준비해 나가며 이루어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남자의 도전 때문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은 참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그저 뛰는 모습만 계속 나오는데 그 안에 감동이 있고 수많은 희노애락이 있으며 메시지들이 있다. 심지어 방송 도중 기절하기까지 한다. 그런 특이함은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시대에 진정한 남자는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하고, 기업 총수들은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가 한다. 비단 그런 사람들이 아니어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남자답지 않은 남자들을 수없이 보고 산다.

남자다운 것은 때려부시고,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고, 술 마시며 돈을 흥청망청 써 대는 것이 아니다. "남자답다"라는 것에는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자답다는 말은 사람답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의리의 뜻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며 산다면 손해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크게 그리고 길게 본다면 가장 오래 롱런하며 대기만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남자의 자격의 시작은 매우 미약했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존재감이 무겁고, 탄탄하다. 올해에는 아마도 남자의 자격이 1박 2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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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대상, 언제나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리고 마는 연말의 가장 재미없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관심있고, 재미있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속한다. 어릴 적에는 방송연예대상같은 어워드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다. 긴장감도 있고, 누가될까 가족끼리 예측해봄과 동시에 중간 중간 나오는 축하공연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잠시 MBC 방송연예대상을 보았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나오기에 관심을 가지고 좀 보다가 역시 영 재미가 없어서 인디아나존스 4를 보았다. 잠시나마 방송연예대상을 보면서 왜 이렇게 재미없게 할 수 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어떻게하면 재미있는 시상식을 열 수 있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

재미없는 이유


방송연예대상을 보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장난친다. 그리고 편파적인 상을 주기도 하고, 최고의 자리를 뽑는 곳에 2명씩 뽑히기도 한다. 영 아니다 싶은 사람들도 주고, 저 사람은 불쌍해서 준 상이구나 하는 상도 있다. 어찌되었든 연예인들 위안하기 위한 어워드이고, 시청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상식이었다.

MBC에서는 그나마 번외편으로 최고의 프로그램과 베스트 커플을 네티즌들이 뽑을 수 있게 하여 참여를 가능하게 해 놓았지만 의미가 있는 상은 아니었다. 선후배 관계만 늘어놓고, 수상 소감도 식상할 뿐더러 자기들끼리 노는 시상식이다보니 별 감동도 없다.

물론 유재석의 대상은 매우 축하하고, 그가 마땅히 대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예측된 상황이었다. MBC에서는 유재석, KBS에서는 강호동, SBS도 유재석. 방송사 대표주자들이 받는 것이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재미가 없다.

왜 방송사마다 따로 시상식을 하고, 각 방송사마다 엄청나게 많은 상들을 뿌려댄다. 그래서 시상식이 권위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 같다.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


시상식이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시상식이 재미있어야 하는지 먼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시상식에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상이어야 상받는 사람도 기쁘고, 그걸 보는 사람도 진심어린 축하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권위는 시청자들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공감하는 시상에는 권위가 있고, 그 공감과 참여는 재미를 이끌어낸다.

즉,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시상식을 즐길수록 시상식에는 권위가 생긴다는 것이다. KBS 연예 대상? KBS사람들끼리의 잔치이다. MBC연예대상? 역시 MBC사람들끼리의 잔치이다. 모두가 즐기고,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상식은 어떤 시상식일까?

재미있는 시상식


재미있는 시상식이 되려면 방송 3사 통합 시상식이 있어야 한다. 왜 KBS,SBS,MBC 다 따로 시상식을 해야할까? 물론 방송사마다의 입장이 있기에 3사 통합 시상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3사 통합 시상식이 없어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3사 통합 시상식을 먼저 시도하는 방송사에게 엄청난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3사 통합 시상식이 시도된다면 최초가 될 것이고, 최초의 프리미엄은 첫 시도한 방송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반응도 각 방송사마다 자기들끼리의 시상식보다는 통합 시상식에 더 의미를 두고,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무한도전과 천하무적야구단과의 대결, 1박 2일과 패떴과의 대결도 흥미로울 것이다. 각 프로그램은 모두 경쟁 프로그램이 있고, 서로를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로는 처참하게 실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업치락 뒤치락 흥미로운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대결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같이 돌이켜볼 수 있다면 의미도 있을 것이도, 재미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각 방송사마다의 시상식은 저절로 질 떨어지는 시상식으로 전락할 것이고, 3사 통합 시상식의 상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인정받는 분위기로 될 것이며, 꾸준히 이어간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도 더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을까? 3사 통합이기에 편항되거나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생각하지도 않을테고, 더 공정하고 권위있는 시상식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3사 통합 방송연예대상은 누구?


2009년에는 3사 통합 방송연예대상이 없으니 그냥 여기서 조촐하게나마 3사 통합 최고의 연예인을 투표해보기로 하겠다. 후보는 매우 공정하게 100% TV익사이팅 주인장의 주관으로 뽑았다. 역시 강호동과 유재석을 빼놓을 수 없다. 양대산맥인 강호동과 유재석, 이들 사이에 낄 후보들은 첫째로 박명수이다. 이번 시상식들에서 박명수만 웬지 찬밥신세인 것 같았다. 올해 가장 수고한 연예인이 있다면 박명수일텐데 말이다. 간염까지 걸려 힘들었는데다가 작년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점에서 박명수를 후보로 넣었다.



그리고 또 한명은 이경규이다. 올해는 이경규 부활의 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MBC에서 버림받고 KBS로 가서 보란듯이 성공한 이경규. 앞으로도 이경규의 활약은 계속될 것 같다. 2010년 가장 기대되는 연예인이기도 하다. 월드컵과 함께 빵 터질 이경규를 후보에 넣었다.


마지막 후보는 이승기이다. 어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여고생들이 방송연예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강호동을 열심히 씹는 중이었다. 이유는 이승기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승기가 부러우면서 한편으로 강호동이 안쓰럽기도 했다. 아무튼 1박 2일과 강심장, 게다가 찬란한 유산까지 폭발적인 시청률을 안겨준 이승기는 2009년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 외에 김태호PD도 넣고 싶지만, PD인데다 PD상을 준다면 100% 몰표로 뽑힐 것이 당연하기에 이 4명으로 투표를 실시하려 한다. 별 의미는 없겠지만, 앞으로 방송사들에서 3사 통합 시상식을 동시방영으로 해 줄 것을 기대하는 의미로 해보려 한다. 누가 2009년을 빛낸 최고의 방송연예대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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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인생을 담고 있다'라는 말처럼 남자의 자격 하프 마라톤은 남자의 인생을 담았다. 하프 마라톤이 미션이었던 남자의 자격을 보고 저번 주에 많은 우려를 하였다. 황영조가 직접 코칭을 맡아주어 각 멤버별 마라톤 체력을 측정하였는데, 예상대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비덩 이정진 외에는 모두 완주할 수 없는 체력이라 판단하였고, 심지어 이윤석은 3km를 뛰고 구토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에너자이저 김성민까지 완주는 힘들다고 판단했던 남자의 자격은 이번 미션에서 각 멤버마다 완주가 아닌 자기만의 미션 완료 거리가 주어졌다.

하프마라톤은 21.097km를 뛰어야 하지만 목표거리는 각자 달랐다. 윤형빈과 김성민, 김국진은 15km, 이윤석은 5km, 이경규는 7km, 김태원은 2km, 이정진은 완주였다. 나 또한 마라톤 대회에 10km를 뛰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게 완주한 기억이난다. 10km를 가지고 완주라 하긴 힘들지만, 어찌되었든 하프는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한 거리이고 황영조의 말처럼 잘못하다간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그리고 고성에서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고통스런 표정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원이 의외로 선전을 하며 5km이상을 달리는 것을 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노력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김태원이 체온으로 인해 포기하고, 이윤석과 이경규도 거의 포기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정진은 선두를 지키다가 페이스 좋은 김국진에게 역전을 당하고, 착한 왕비호 윤형빈은 이윤석을 챙기며 달리다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김성민은 역시 말 많은 마라톤을 즐기며 달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윤형빈이 의외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고, 선두는 여전히 김국진이었다. 이정진은 무릎 이상으로 인해 뛰지를 못하고 걸어가고 있었고, 그 뒤를 김성민이 쩔뚝거리며 헤헤거리고 해맑은 쩔뚝임으로 뛰고 있었다.



김성민은 지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진눈개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자신과의 약속이 있었던 듯 외투도 입지 않고 고통을 참아가며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윤형빈 또한 남모를 지독한 연습으로 김국진을 따돌리고 1등을 차지했다. 김국진 역시 처음과 같은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며 2등으로 들어왔다. 마지막 스퍼트로 이정진이 3등, 그리고 김성민이 4등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까지만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특히 김성민이 느꼈던 여러 감정이 섞인 눈물은 보는 사람도 뭉클하게 했다. 자신과의 싸움,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저런 모습을 배워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었다. 당연히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경규와 이윤석이 끝까지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포기할 듯, 포기할 듯 했지만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남자. 그 남자들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노장의 이경규는 구토증세가 나오는 순간까지 갔다. 다행히 식체였지만, 근육통과 체온은 여전히 문제였다. pd가 나와 포기하라하고, 작가가 나와 그만 뛰라하는 상황이 되자 이경규는 고민한다.

이경규가 고민하게 만든 남자는 바로 이윤석이다. 이윤석이 5km를 넘었을 때, 독감까지 걸렸기 때문에 심히 걱정했고, 저 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몫은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윤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끝까지 뛰고, 또 뛰었다. 나중엔 뛸 기력이 없어서 길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난간에 당기는 배를 기대어 있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아니 걸었다. 나중엔 나무를 지팡이 삼아 걷기 시작했다.


역시 pd가 말렸다. 그만 뛰라고, 몸 상한다고... 작가는 충분하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그만하면 되었다고 말리는데 이윤석은 뛰고 또 뛴다. 아니 걷고 또 걷고, 지팡이와 함께 3다리로 걷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이경규는 포기하려 했던 마음을 포기하고 이윤석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이윤석에게 작가와 pd가 왜 그렇게 뛰려고 하냐고 물었다. 약간은 원망과 속상함이 섞인 질문이었다. 이윤석은 이경규를 위해 뛴다고 했다. 이경규가 뛰니까, 자신도 뛴다는 것이다. 또한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뛴다고 했다. 자신도 끝까지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뛴다고 했다. 이윤석은 지금까지의 미션 중 제대로 끝까지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국민약골이란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체력 때문이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자신도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래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안경에는 김이 서리고, 다리는 절뚝거리고, 얼굴을 창백해져서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달리고 또 달린다. 걷는 것이었지만, 누가보아도 그건 뛰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가장 빠르게 말이다. 이경규는 그런 이윤석의 모습을 보고 또 뛴다. 질 수 없다가 아니라 함께하자는 마음이었다.

이경규와 이윤석의 관계가 참으로 부러웠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올 때 이경규는 이윤석을 하인부리듯 할 수 있기에 좋다고 하고, 이윤석도 자신을 항상 불러주는 이경규가 좋다고 한다. 어찌 볼 때는 이윤석이 이경규의 잔심부름하는 것이 안타까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이경규와 이윤석의 관계가 그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경규와 이윤석이 도착 지점인 공설운동장에 들어온 것이다. 5시간이 채 안되는 하프마라톤 최장시간 기록을 남기며 말이다. 트랙을 도는 이경규는 100m를 앞에 두고 와락 눈물을 흘린다. 김성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그걸보니 눈물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이경규의 삶에 대한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넘어지고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이경규. 한 때는 정말 일어서지 못할 것 같고, 이제 그의 시대가 끝난 줄 알았지만, 그 또한 포기하고 싶을 때가 계속되었을테지만, 다시 일어나고 또 일어나 지금의 이경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윤석도 마지막 완주를 하였다. 정말 최고의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 난 TV를 보며 끝까지 이윤석을 응원했다. 아마도 모든 시청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자의 자격. 오늘 이경규의 눈물로 그 자격이 제대로 세워졌다. 그들은 정말 진정한 남자이다. 모든 남자가 닮고 싶어하는 남자의 모습이 오늘 마라톤과 눈물 속에 있었다.


가시고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아빠 가시고기는 엄마 가시고기가 새끼 가시고기를 낳으면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새끼를 지킨다고 한다. 비늘도 벗겨지고, 흐믈 흐믈거리며 끝까지 새끼 가시고기를 지킨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들을 위해 몸을 내어준다. 그 고기를 먹고 새끼들은 또 다시 아빠 가시고기가 된다고 한다.

남자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가시고기와 같이 보인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또 희생해야 하는 삶. 하지만 오늘 남자의 자격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남자의 삶은 남들에게 빼앗길까봐 가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자신과의 타협을 하지 않으며 끝까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어 본이 되는 삶. 그것이 남자의 삶, 남자의 자격이 아닌가 싶다. 하프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한, 그리고 완주는 아니더라도 체력 이상으로 뛰어 준 김태원과 모든 멤버들에게 당신들이 '최고'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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