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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홈페이지에서 예전부터 타인의 삶에 대한 모집 공고가 떴던 것을 보았다. 무한도전 멤버와 동갑인 사람들을 뽑아서 서로 바꿔서 생활을 해 보는 것이었는데, 난 하하와 노홍철과 동갑이라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신청 양식이 무척 디테일하게 작성해야 해서 신청을 못하기도 했고, 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할 수 없었기도 했지만, 누가 될지 굉장히 궁금했었고,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그 첫번째 뚜껑이 열렸다. 바로 박명수를 대신하여 재활의학과 교수인 김동환 교수가 체인지를 한 것이다. 박명수는 재활의학과 교수로, 김동환 교수는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되어서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로 오게 된 김동환 교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박명수 연기로 좌중을 폭소케 했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한 배려로 금세 친해져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예능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으며, 보는 시청자도 예능이 참 힘들긴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명수는 김동환 교수의 자리로 가서 재활 치료도 하고, 멘토링도 하고, 회진도 도는 등 그의 삶을 대신했다. 회진을 돌다가 예진이를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가슴 뭉클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무심결에 내뱉은 "멋있다"라는 말에 여자인 예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박명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재활 치료 중이기에 짧은 머리와 거칠어진 목소리 때문에 남자로 오해한 것이다. 안그래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을테고,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었는데 박명수의 "멋있다" 한마디에 속이 상할데로 상해버리고 만 것이다.
어찌할 줄 모르는 박명수는 예진이에게 웃음으로 미안함을 표시했고, 예진이도 박명수의 그런 마음을 받아주면서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었다. 딸이 있는 박명수에겐 더 없이 후회스럽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타인의 삶을 통해 소통하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신의 테두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의사로서의 삶이 어떤지,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어떤지 궁금하긴 하지만 알 도리가 없다.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말이다. 무한도전은 소통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나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한도전은 무한도전만의 방법으로 시청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1박 2일에선 시청자 투어를 통해 프로그램에 멤버와 같이 출연을 했던 것처럼 무한도전은 일대일로 인생을 통채로 바꿔본 것이다. 시청자 투어가 시청자를 프로그램 안에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소통의 메시지를 넣었는데, 무한도전은 시청자를 프로그램 안으로 넣고, 프로그램 안의 캐릭터가 시청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며 쌍방향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소통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소통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고, 우리는 소통을 원하고 있다. 하루 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목표점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이 세대는 교육 받은 혹은 강요받은 메시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문화는 더욱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폐쇄적인 문화는 그 안에서 썩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고, 소외됨을 느낀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나만 살아가기도 벅찬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족의 개념은 핵가족에서 더 잘게 쪼개져 맞벌이 부부가 되어 자녀와 부모의 소통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소통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그 무언가가 되었고, 우리에게 필요한 그것이 되었다. 너와 내가 이어져 있고, 내가 너를 이해하고, 네가 나를 이해하는 것. 그것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블로그와 SNS를 통해 현재 꽃을 피고 있다. 프로그램들도 한방향으로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소통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무한도전은 그런 흐름에 있어서 소통을 시도했고, 과감히 프로그램이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기획을 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소통을 시도했기에 다양한 웃음과 감동이 나올 수 있었다. 교수도 연예인도 서로의 인생을 경험해보며 힘들지만 보람된 것을 느끼게 되고, 보는 사람들은 어색한 만남 속에 웃음을 짓게 된다.
박명수가 의사가 되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병원의 활력소가 되었으며 예진이의 마음을 웃음으로 치료해주고, 문자 친구까지 되었다. 김동환 교수는 과연 어떻게 웃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우리네 아버지 자화상을 보여주듯 친근하고 어색하지만 천진한 모습으로 기분 좋은 웃음을 주었다. 서로 소통함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창의적인 일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우리도 집안에서 한번 타인의 삶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부부라면 아내의 삶을, 남편의 삶을 하루씩 살아보고, 부모라면 부모님의 삶을, 자녀의 삶을 살아본다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으며, 소통하는 가운데 사랑과 애정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무한도전은 나만 살아가기에도 힘든 세상에,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에 도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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