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예능

비주얼로 승부하는 썸타는 룸메이트

이종범 2014. 5. 20. 07:40
SBS에서 새로운 예능을 선보였다. 벌써 3회까지 진행된 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첫회만 보고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11명의 멤버를 소개하는데도 1회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해전술도 아니고, 멤버 소개하는데에만 2회가 소비되는 새로운 예능. 참을 인자를 새기며 보았는데, 인고에 대한 열매인지 3회를 보고 이 예능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예능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해보기도 한다. 

비주얼로 승부한다.



 


룸메이트에는 이동욱(34), 신성우(47), 이소라(45), 홍수현(34), 찬열(23), 박봄(31), 조세호(33), 송가연(21), 서강준(22), 박민우(27), 나나(24)가 나온다. 남자 배우 3명, 여자 배우 1명, 걸그룹 2명, 모델 1명, 미녀파이터 1명, 남자 가수 2명, 개그맨 1명이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40대 2명, 30대 4명, 20대 5명으로 다양한 연령대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각자의 직업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비주얼로 극복했다. 예쁘면 다 된다는 남자의 심리처럼, 능력 좋으면 다 된다는 여자의 심리처럼 이 프로그램은 뭘해도 다 되는 비주얼 프로그램인 것이다. 11명이 같이 살고, 또한 인기 절정의 멤버들도 있기 때문에 스케줄 때문에 줄줄히 못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원도 많고, 예쁘니까 봐 준다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비주얼은 비단 멤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룸메이트가 사는 집.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하나 하나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다. 각 방마다 멤버들의 개성에 맞게 블링 블링한 인테리어를 했고, 공동공간에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인 다트와 당구대가 있다. 1층에는 런닝머신이 있고, 마당도 있고, 통유리로 된 개방된 공간이 있는 이 집의 옆집은 멕시코 대사관이기도 하다. 성북동에 위치한 이 집 자체도 수십억대의 가격에 한번 더 화재가 되었고, 안에 있느 인테리어 또한 또 다시 화재가 되었다. 

룸메이트를 보면 여러 예능들이 떠오른다. 우결도 생각나고, 인간의 조건도 생각난다. 특히 인간의 조건이 가장 비슷하긴 하지만, 미션이 인간의 조건처럼 타이트하지 않고, 어떤 메세지를 찾아내려고 하지 않기에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결이 정해진 각본에 의한 움직임이고, 가상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수용하기 힘든 컨셉인 반면 룸메이트는 현실에도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이고, 관찰 예능의 힘을 빌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썸타는 썸남썸녀들

 


이 예능은 러브라인 예능이 아니다. 이건 썸을 위한 예능이다. 우결처럼 누구와 누가 이어지는 순간 재미가 반감된다. 따라서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처럼 썸타는 정도에서 긴장감을 높힐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썸타는 라인이 거미줄처럼 쳐지고 있다. 첫회부터 홍수현은 서강준과 박민우를 두고 썸을 탄다. 이후에는 박봄이 이동욱을 두고 썸을 타고 있다. 룸메이트의 미션 중 룸메이트 기간 중에 커플이 되면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썸은 끝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런 썸은 룸메이트끼리만이 아닌 시청자와도 썸을 타게 된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됨으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 예능이겠지만, 워낙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아이돌과 걸그룹, 배우들이기에 알아서 각본을 짜서 캐릭터를 만들고 그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 그럼에도 관찰 예능의 힘은 행간을 포착한다는 점이다. 허술한 틈을 통해 룸메이트 멤버들의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점은 룸메이트 멤버들과 시청자간의 간극을 좁혀준다. 



이소라, 조세호, 이동욱, 신성우를 제외하고는 누군지 이름과 얼굴은 알지만 별 관심이 없었던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룸메이트 3회만에 이들과 마치 룸메이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고스톱을 잘 치고, 주당인 홍수현.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엑소의 찬열은 그냥 인기 많은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신성우가 인정할만한 작곡 실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있는 실력파 가수임을 알게 되기도 했다. 배우 아이돌 그룹이라는 것이 있는 줄 서강준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앞으로 차세대로 주목할만한 배우임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푸딩을 먹는 외계인 8차원 박봄, 4차원이고 발랄해 보이지만 뭔가 슬퍼보이는 나나, 남동생같은 송가연등 룸메이트 멤버 하나 하나는 자신만의 개성과 캐릭터를 자연스레 만들며 시청자와도 썸을 타기 시작했다. 

비주얼 예능, 가능성을 보다. 

 


한동안 예능에 아이돌과 걸그룹이 난무하여 지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겉절이에 불과했다. 신화방송 정도가 아이돌이 주도하는 방송이었지만 그나마 케이블이었고, 신화에 국한되었었다. 배우와 가수, 아이돌 , 걸그룹이 모여서 비주얼 그룹을 형성하여 예능을 주도해나가니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조세호가 들어간 것을 보고 MC정도의 역할로 들어갔겠지 생각했는데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일 뿐 오히려 조세호가 자연스런 다른 멤버들에 캐릭터가 밀리는 듯한 느낌도 들 정도로 예능을 잘 리드해나가고 있다.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스케줄이 겹쳐도 티가 나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만으로도 분량은 충분하니 말이다. 보고 나면 재미도 재미지만 안구정화가 되는 듯한 깔끔한 느낌이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그간 예능에 변화가 별로 없었다. 아이들을 통해 관찰 예능을 하는 정도 밖에는 변화가 없었기에 천편일률적인 예능보다는 새로운 듯, 익숙한 비주얼 예능에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과연 앞으로 룸메이트에는 어떤 썸과 어떤 비주얼들이 더 나타날 것인지, 그리고 2기 ,3기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