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예능

무한도전 자급자족, 정글의 법칙 서울편을 보여주다.

이종범 2014. 6. 8. 07:47
무한도전의 자급자족, 그것의 시작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박명수의 실언 때문이었다. 요즘 배가 부르다며, 배가 고파야 뭐가 나온다는 박명수의 말이 화근이 되어 정글에서 온 원주민 모습으로 서울을 누비며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하며 웃음을 주었다. 10시간동안 아무 것도 먹이지 않은 후 먹을 것을 두고 게임을 하는 설정은 무한도전의 초창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눈 속에서 바나나 하나를 먹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덤앤더머들의 향연. 그것이 무한도전의 매력이고, 무한도전을 애청하는 이유일 것이다. 



초심을 잃었던 무한도전

무한도전처럼 초심을 많이 찾았던 프로그램도 없을 것이다. 때만 되면 초심을 찾겠다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무한도전. 이미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무한도전을 지금까지 이끌어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엔 초심을 잃은 듯 보였다. 레이싱 특집. 국내에서 열리는 레이싱에 참가하기 위해 서킷을 빌려서 레이싱을 펼쳤다. 뭔가 남자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듯 보였지만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고, 보여주기 위한 허세용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었다.

국내에서 레이싱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있고,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대회를 홍보하는데에도 무한도전이 도움을 주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준비되지 않은 멤버들은 짧은 시간 안에 준프로 수준의 실력을 내야 하니 무리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질만한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에 원하는 도전은 그런 도전이 아니었다.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 국가대표가 되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일상 속의 도전. 소소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우리와 가장 어울리는 도전인 것이다. 무한상사나 선거편이 재미있었던 이유 또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홍철 장가가기 또한 의도는 좋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고, 결국 곤장으로 사과하며 마무리지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길까지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니 무한도전으로서는 초심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정글의 법칙 서울편. 



우스꽝스런 쫄쫄이 패션으로 서울 한복판을 돌아다닌 멤버들. 수렵과 채집을 통해 먹을 것을 구해야 하지만, 서울에서 수렵과 채집은 거의 불가능했다. 가까스로 어설픈 비둘기를 잡기에 성공하지만 잡아놓고도 당황해하는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물도 아리수가 아니면 그냥 먹을 수 있는 물이 없고, 자연보호로 인해 수렵이나 채집 또한 가의 불가능하다.

이들의 모습은 구석기 시대 원시인의 모습이었지만, 정글의 법칙을 떠오르게 했다. 정글의 법칙. 김병만과 함께 아마존 및 각종 오지의 원주민에게 가서 생존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의 자급자족편은 정글의 법칙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글의 법칙과는 반대로, 원주민이 도심에 왔을 때 겪을 혼란과 생존법에 대해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도시인이 정글로 갔을 때는 생존을 할 수 있었으나 원주민이 도시로 왔을 때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은 정글보다 더 생존하기 힘든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글보다 더 정글같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배 고파야 본능이 나오는 무한도전 


그렇게 10시간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여 정말 배가 고파지자 무한도전의 초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초심은 다름아닌 본능에 충실한 것이었다. 이제 무한도전 멤버들은 다들 잘 먹고 잘 산다. 무한도전 초창기 때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이들이 아니라, 연예대상도 받고, 각종 프로그램의 MC도 맡고, CF도 많이 찍는 스타가 된 것이다. 더 이상 그렇게 초심을 찾으며 노력할 필요가 없고, 쫄쫄이를 입고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였을까. 멋진 레이싱카를 타고 서킷을 달려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킷에서의 멋진 자동차보다는 쫄쫄이의 모습이 가장 멋져보이는 것이 무한도전이다. 10시간동안의 배고품 속에 나오는 본능. 배고픔이라는 본능이 무한도전의 초심을 깨웠고, 풍선껌 하나에 사투를 벌이며 껍질채로 먹고, 하체 노출에 질펀한 엉덩이 웨이브까지 1년간 보여줄 빅재미를 한번에 보여주었다. 사탕 하나에 인사불성이 되고, 초코파이 하나가 3등분되어 찢길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벌여진다. 

결국 제작진의 식탁을 덮치며 반란을 일으키는 빅재미를 주는 무한도전. 이성상실, 본능충실이 초심이 아닌가 싶다.




미워할 수 없는 무한도전

 

실수도 많고, 재미없을 때도 많았지만, 무한도전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초심을 찾으며 성장해가는 무한도전이기 때문이다. 초심을 찾는다는 것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지점에 다시 돌아올수는 없다. 초심으로 돌아갈 때마다 실은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날로 성숙해져가고 성장해가는 무한도전, 시청자를 위해서는 언제든 초심으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있는 무한도전이야 말로 대한민국 대표 예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