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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그 1회가 시작되었다. 이전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시작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TV에서 보게 되었다. 꽃보다 청춘은 두개의 팀으로 나뉘어 방송한다. 40대 음악인인 유희열, 윤상, 이적이 남미의 페루로 떠나고, 20대 응답하라 남자 배우들인 유연석, 바로, 손호준이 라오스로 가게 된다. 그리고 1회에서는 40대 음악인인 유희열, 윤상, 이적이 가게 되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만약 후속으로 꽃보다 할매를 내 놓았다면 꽃보다 청춘은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공중파에서 재빠르게 꽃보다 할매편인 마마도를 내놓는 바람에 꽃보다 할배의 후속은 꽃보다 누나가 나오게 되었고, 평소 예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여배우들의 솔직담백한 모습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두번째 번외 프로젝트로 꽃보다 청춘이 나오게 되었고, 이 역시 돌풍을 예상해본다. 


시작하기 전에 꽃보다 청춘은 좀 약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40대 가수들로 어떻게 뭘 해볼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예능에서 여러번 얼굴을 비친 윤상-유희열-이적의 조합으로 어떻게 식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진정한 예능밀당남인 나영석은 달랐다. 그도 좀 루즈해질 것이라 생각했는지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무전여행.. 아니 무짐여행





꽃보다 청춘의 기가막힌 신의 한수는 무짐여행이었다. 무전여행도 아니고 무짐여행이라니... 나영석PD는 사전 모임을 빙자하여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던 것이다. 출연진에게는 사전모임을 한다고 하고, 식당에서 모였다. 지금까지 꽃보다 시리즈에서 항상 사전모임을 했기에 의심의 여지 없이 사전모임의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에 서로 모였다. 하지만 나영석PD는 소속사 사장과 매니저와 은밀한 거래를 통해 여권을 확보하고,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스케줄을 비워놓았다. 사전모임을 하며 식당에서 김찌찌게를 끓이고 있다가 전자 비행기표를 나눠주었고, 잠시 후 출연진들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2시간 30분 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완전히 무방비상태에서 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입고 있는 옷만 입고 그대로 출국하게 된 청춘들은 30시간 넘게 가야 하는 페루로 향하게 된다. 나영석PD도 이 멤버 구성으로는 약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40대면 산전수전 다 겪어 경험도 풍부하고, 체력도 좋기에 최악의 조건을 만들어 놓아야 할배들과 비슷한 처지가 된다. 짐꾼은 커녕 촬영도 각자에게 맡기고, 셀카포드 하나 던져주고 스스로 촬영을 하게 하기도 한다. 페루에 도착하는 것 역시 한밤 중에 떨어뜨려 놓아서 계속 위기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지갑도 다 빼앗고, 돈은 최소한의 돈만 준체 숙소부터 생필품까지 모든 것을 그 안에서 해결하게 하니 무전여행보다 더하면 더한 생고생 여행인 것이다. 또한 미션도 단촐하다. 페루의 마추픽추 입장권을 미리 예매해두고, 예메된 날짜에 그곳에 도착하면 미션이 종료된다. 9박 10일 중 9일을 리마에만 있다가 마지막 날에 마추픽추로 가도 되는 미션인 것이다. 그야말로 자유여행이고, 데드라인이 있는 긴장되는 미션인 것이다. 


다들 고학력자에 경험도 풍부하다. 유희열은 서울대 작곡과를 나왔고, 이적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윤상은 버클리음대를 나와서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나왔다. 다들 영어도 잘하고 스마트하기에 오히려 영어가 통하지 않는 페루가 그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정말 몸만 가지고 가는 여행. 그 안에서 어떤 것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발거벗겨진 캐릭터



몸둥아리 하나만 가지고 간 여행. 그런 환경에서 바로 들어나는 것은 인간성이다. 바로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역대 어떤 꽃보다 시리즈에서도 이보다 더 빠르게 캐릭터가 만들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수많은 방송을 하면서도 캐릭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는데, 꽃보다 청춘 1회만에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특희 유희열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그냥 음악 천재 혹은 무한도전을 통해서 얍삽한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상남자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게 되었다. 또한 유희견이라는 새로운 별명마저 생기게 되었다. 출국 바로 전에 급하게 예약을 하게 된 도미토리. 무려 혼성 도미토리에 하루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도미토리를 예약한 청춘들은 도착하자마자 기함하게 된다. 무려 두번이나 방범창이 있고, 안에는 10명이 함께 혼숙하는 도미토리였기 때문이다. 수돗꼭지는 하나여서 찬물 밖에 나오지 않고, 수건도 3명이 하나를 써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 상황에서 유희열은 금새 적응을 해 나간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혼성 도미토리라는 점에 헤벌쭉해지며, 수건을 1/3로 나눠쓰자던 윤상과 이적의 간곡한 부탁에도 거리낌없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해버리는 대범함은 유희열을 상남자 반열로 올려버렸다. 1회였지만, 유희열의 새로운 면에 대해서 다양하게 볼 수 있었는데, 빠른 판단력과 지리에 강한 인간 네비게이션의 모습, 윤상과 이적의 대립 가운데 시크하게 벗어나 있는 상남자. 바로 유희열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상은 나이가 제일 많음에도 불구하고 리드 당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약간은 새침하고, 화장실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민감한 누나들의 윤여정 캐릭터. 여성성 넘치고 빠지기 잘하고 징징거리는 징징 윤상, 유희열과 부딪할 줄 알았지만 유희열은 상남자라 오히려 신경도 안쓰는 편이라 이적과 부딪힐 점이 많을 것 같다. 


첫회부터 이적은 윤상과 대립구조를 나타낸다. 가장 막내인 이적은 가장 형인 윤상을 배려한다고 1층에서 자고, 프라이빗 화장실이 딸린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유희열을 훈련시키기까지 하지만 결국 윤상은 막내가 1층에서 잔 것에 대해 구박하고, 방을 옮긴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되자 이적은 멘붕에 빠지고 만다. 오히려 이적은 윤상과 비슷한 여리디 여린 성격의 섬세한 남자였기에 상처를 받게 되고, 이에 윤상과의 대립이 시작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30시간 넘게 간 나라에서의 좌충우돌 이야기. 그것의 매력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게 만드는데에 있는 것 같다. 



대기 중인 원투펀치





아직 꽃보다 청춘은 여러 무기를 감춰주고 있다. 첫회에서 보여준 충격과 공포 그리고 스릴은 역시 나영석이라는 엄지를 치켜세우게 한다. 요즘 쇼미더머니에서 유행하는 털ㄴ업인 것이다. 꽃보다 청춘을 제대로 살린 나영석. 하지만 아직 숨겨둔 무기들이 많이 있다. 1회에서 감성을 충만하게 해 주었던 것이 있다면 바로 음악이다. 40대 청춘이라고 하지만, 3명 다 한국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 음악가들이다. 이들이 남긴 불후의 명곡들은 꽃보다 청춘을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유희열이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토이의 "좋은 사람', 페루에 도착해서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했을 때는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시장을 찾아 숙소 밖을 나서며 헤맬 때는 토이의 "그럴 때마다"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윤상-이적-유희열의 노래들을 들으며 저절로 타임슬립을 경험하며 보여지는 40대들이 아니라 20대 청춘 때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또한 40대 청춘들의 이야기 뒤에는 유연석, 바로, 손호준의 응답하라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꽃같은 20대 청춘인 유연석, 바로, 그리고 손호준. 이들이 여행은 꽃보다 청춘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줄 수 있을만큼 강력한 한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프로그램같으면 시청률을 위해 20대 청춘을 앞에 내새우고, 그로 인한 관성으로 40대 청춘까지 끌고 가려 했을 것이나 나영석이 이끄는 꽃보다 시리즈의 자신감은 40대로 시청률을 충분히 끌어올린 뒤 20대로 끝내기 한방을 날려주겠다는 야심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기 좋게 꽃보다 청춘 1회만에 4.6%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만루홈런을 쳤다. 


티저 영상만으로 4.6%를 만들어냈고, 이제 1회의 충격을 맛본 사람들이 퍼트려 나갈테니 2회부터는 승승장구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의 새로운 꽃보다 시리즈인 꽃보다 청춘. 이로 인해 무짐여행 패키지가 생겨나지는 않을지 새로운 여행 문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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