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예능

롱런하는 프로그램,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의 법칙

이종범 2014. 9. 10. 18:37

요즘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SBS의 '매직아이'나 JTBC의 '비정상회담', KBS의 '나는 남자다'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 중 롱런 할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지, 그리고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지 알 수는 없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롱런하고 시청률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수많은 기획과 회의 그리고 파일럿까지 내보내며 테스트를 해보고 예산을 받아 제작을 하지만, 롱런하고 시청률도 좋은 프로그램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면서 시청률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그 전에 그런 프로그램들의 특징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무한도전이 있을 것이다. 무려 10년이나 지속하면서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고, 스타까지 만들어낸 것도 모자라 PD까지 유명해진 무한도전. 롱런하고 시청률도 높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는 꽃보다 시리즈가 있을 것이다. 1박 2일을 만들었던 나영석 PD가 만든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그리고 방송 예정인 꽃보다 청춘까지. 꽃보다 시리즈는 해외로 수출까지 하며 해외에서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기도 하다. 특히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중파 못지 않은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출처: 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출처: tvN 꽃보다 할배 홈페이지>


1. 소통,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그 이름. 


시청자와의 소통. 그것은 롱런의 기본 전제이다.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간의 긴밀함이 프로그램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만들어 준다. 무한도전의 경우는 소통의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소통을 잘 한다. 최근에는 무한도전 1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는 선거를 했는데,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하여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마침 6.4 전국 지방 선거 전이라 새로 시행되는 사전투표등, 선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고, 45만명이 참여한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물론 선거특집 이후 시청률도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의 경우 또한 소통을 매우 중요시한다. 특히 꽃보다 시리즈는 SNS를 적극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티저를 SNS를 통해서만 오픈하기도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진들도 SNS를 통해 먼저 유통시킨다. 이는 꽃보다 할배의 PD인 나영석 PD가 1박 2일을 하면서 배운 노하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영석PD가 진행했던 1박 2일은 소통을 유독 강조했다. 심지어 시청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100여명의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여 여러 번에 걸친 시리즈로 방송하기도 했다. 1박 2일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재 방송 중인 시즌3 역시 시청자와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에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무한도전 투표소 현장>                                                                                                                               <꽃보다 청춘 티저 (출처: 꽃보다 할배 페이스북 페이지)>


이처럼 롱런하는 그리고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시청자와 소통하려 노력한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 안에는 시청자의 니즈를 읽는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바둑을 둘 때보다 훈수를 둘 때 더 잘 보이는 것처럼 제작을 하는 연출진들은 재미있다고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와는 동떨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와 소통을 하게 된다면 가까운데서 시청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와 보다 밀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공감 및 재미를 가져다 주게 되는 것이다.


2. 프로젝트로 나눈 프로그램


동일한 포맷으로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는다면 시청자 역시 지루함에 빠질 것이다. 그런 예가 바로 무릎팍도사와 1박 2일이었다. 1박 2일은 복불복-복불복-복불복으로 이어지는 패턴으로 지루함을 주었고, 계속되는 게임이 오히려 식상해지게 만들었다. 무릎팍도사의 경우 또한 기승전결 같은 비슷한 포맷의 질문들로 어떤 질문을 할 지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지루함이 반복되었다. 


무한도전이나 꽃보다 시리즈 같은 롱런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이런 난관을 어떻게 해쳐 나갈까? 그건 바로 프로젝트 별로 나누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맛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프로젝트로 세분화시키는 것이다. 프로그램 안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무한도전의 경우는 장기 프로젝트를 몇 개 깔아 놓고 단기 프로젝트들로 변화의 느낌을 준다. 장기 프로젝트는 하나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개를 진행함으로 매번 새로운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다. 



<MBC 무한도전 레이싱 특집>


이번에 레이싱 특집 또한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던 장기 프로젝트였고, 월드컵과 맞물려 월드컵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중간에 레이싱 특집에 비상등이 켜지긴 했지만, 그간 해 왔던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를 매울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렸기 때문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꽃보다 할배는 아예 여행지 별로 프로그램을 나누었다. 시즌제처럼 만들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기획하고 진행한다. 같은 멤버가 매번 여행하는 것도 힘들고, 체력적으로 부담도 있기 때문에 꽃보다 할배는 시간적인 텀을 두고 이어져 나간다. 그리고 그 사이에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같은 같은 포맷이지만 다른 멤버들을 투여함으로 새로운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준다. 똑같은 할배들이 계속 여행을 간다거나 단순하게 할매들이 여행을 가는 수준에서 끝났다면 꽃보다 시리즈는 롱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예 여배우들을 내보낸다거나 청춘인 남자배우들을 내보냄으로 전혀 다른 느낌의 하지만 익숙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3. 익숙한 것과의 결별, 초심 찾기


소위 좀 뜬다 하는 프로그램들은 곧 매너리즘에 빠지고 만다. ‘진짜사나이’나 ‘아빠 어디가’같은 프로그램은 처음에 매우 주목을 받았다. 군대 리얼리티와 아빠들의 육아 리얼리티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반복되는 패턴과 익숙해지는 포맷에 시청자들은 지치고 만다. 아무리 신선한 아이템이라도 오래되면 질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의 가장 큰 위기는 이런 메너리즘에 빠질 때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롱런하기는 힘들다. 또한 그 변화와 혁신은 시청률을 올릴 만큼의 명분도 필요하다. 


무한도전의 경우는 이런 매너리즘을 다양한 방법으로 탈피하려 시도한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초특급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쫄쫄이를 입고 나와서 옛날 개그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많은 예산을 들여서 엑스트라를 수백 명 동원해 세팅한 방송을 멤버 한 명이 실수하는 바람에 5분 분량 밖에 못 뽑아내더라도 그대로 방송을 해 버리는 파격도 보여주었다. 기존의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실패한 것마저 내보냄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초심 특집이 아닌가 싶다. 무모한 도전 시절, 쫄쫄이를 입고 포크레인과 삽질 대결을 하거나 열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화는 무언가 굉장히 화려해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초심인 것이다. 처음에 시작했던 그 마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얼마나 많은 기대와 설렘과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있었겠는가. 초심으로 돌아가 그 때의 쫄쫄이를 꺼내 입고 신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그 에너지는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마련이다. 지루했던 프로그램도 어느새 활력을 되찾고 시청자 역시 처음 그 프로그램을 보았던 설렘으로 돌아가게 된다. 


꽃보다 시리즈 역시 익숙함을 가장 경계시하는 것 같다. 꽃보다 시리즈를 보면 비슷한 지역은 가지 않는다. 처음엔 프랑스, 그 다음엔 대만, 그리고 스페인, 꽃보다 누나는 크로아티아, 청춘은 라오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여행지에 차별화를 둠으로 익숙함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또한 예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원로배우나 여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항상 나오는 사람만 나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캐스팅함으로 얻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예능에서 검증된 사람을 캐스팅하지만, 결국 그 사람의 이미지가 프로그램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과 오버랩 되거나 익숙한 진행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꽃보다 시리즈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익숙하지만 예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람들을 캐스팅함으로 신선함을 가져다 주었고,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만들어주면서 시청률 또한 견인해나가고 있다. 



롱런하는 프로그램,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았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나오지만 분명 많은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는 프로그램은 이유가 있었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수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내 놓지만, 지속 가능하고, 매출도 많은 상품과 서비스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방송 프로그램이 롱런하고 시청률이 높은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상품과 서비스로, 시청자를 소비자로 치환한다면 롱런하는 상품과 서비스 나아가 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이 글은 전경련 자유광장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freedomsquare.co.kr/2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