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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3, 양동근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프로그램

이종범 2014. 8. 26. 07:00

쇼미더머니3를 보게 되었다. 시즌1,2를 보지 않고 바로 시즌3를 보게 된 이유는 양동근 때문이다. 양동근? 골목길의 그 양동근? 구리구리 양동근? 양동근이 왜 쇼미더머니에 나올까 싶었다. 알고보니 양동근도 힙합퍼. 예전에 양동근이 힙합을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긴 한 것 같은데, 워낙 그 쪽에는 문외한이기에 거의 전설 속의 인물 쯤이 되어버린 양동근이 나온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쇼미더머니. 스타크래프트할 때 치트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동근과 같은 세대. 90년대 학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쇼미더머니는 힙합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팀을 나누어 각 팀마다 배틀을 붙어 최종 승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그냥 신기해서 봤다. 방송의 수위가 이렇게 높아졌구나 하는 것도 신기했고, 힙합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욕을 하고 리스펙트라 하는지도 어렴풋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다 쇼미더머니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양동근의 이상 행동 때문이었다. 


쇼미더머니에는 YG의 타블로와 마스타 우, 도끼와 더 콰이엇, 시즌2 우승자인 스윙스와 산이, 그리고 양동근 이렇게 4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4팀의 멘토들은 오디션을 통해 자신들이 프로듀싱을 해 줄 사람들을 뽑고, 각 팀끼리 배틀을 시켜서 자신이 프로듀싱한 사람이 모두 떨어지면 그 팀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모두 2명씩 한 팀의 멘토가 되었는데 YGD의 양동근만 혼자서 팀을 맡았다. 그러더니 이상한 사람들만 뽑기 시작했다. 막귀이고, 힙합을 모르는 (모르기에) 내가 들어도 저건 아니다 싶은 사람들만 뽑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다른 팀과 마찰을 빗기도 한다. 양동근이 너무 이상한 사람들만 합격을 시키다보니 다른 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양동근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양동근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 있어서 더욱 의아했다. 그러나 그 다음 회에서 가장 잘 한 사람이 양동근이 뽑은 사람들이었고, 양동근은 단숨에 예지력을 가진 레전드로 바뀌기 시작했다. 존재감이 확실히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양동근의 리더십


쇼미더머니3가 더욱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양동근의 리더십이 돋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잣대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자신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인지상정인 세상이다. 쇼미더머니에서 다른 멤버들은 비슷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더 잘 따르는 사람을 뽑는 것이었다. 프로듀싱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이니 자신의 프로듀싱을 잘 따를 사람이 필요한 것이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뽑았고, 실력이 좋아도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이 있으면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그런데 양동근은 뭔가 조금 달랐다. 팀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고, 양동근을 예전부터 좋아해서 소신 지원했던 구제 스웨거 아이언에게 홀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좋다고 하는데 일부러 피하는 모습이었다. 편곡이 어떠냐고, 가사가 어떠냐고 물어보려고만 하면 바로 딱 잘라서 "너가 알아서 해"라고 잘라버리기를 반복하고, 누가봐도 아이언이 억울할 정도로 홀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공연 당일에도 리허설에 다른 팀들은 멘토들이 동선이나 주의할 점을 디테일하게 가르쳐주는 반면, 양동근은 아이언에게 리허설에서까지 알아서 하라고 한다. 





아이언은 너무 억울했다. 양동근이 좋아서 힙합을 해 왔고, 양동근이 뽑아주었고, 자신의 실력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데 믿었던 양동근이 자신을 배신해 버렸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리허설 순간까지 자신에게 알아서 하라는 소리를 들은 아이언은 너무 화가난 나머지 무대 구석으로 가서 이제부터 자신만의 스타일로 양동근을 꺾겠다며 다짐을 한다. 그렇게 울분에 찬 무대가 시작되고, 아이언은 양동근이 아니라 아이언만의 스타일로 무대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결과는 1등을 했다. 최고 득표를 얻으며 1등을 한 아이언은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올랐다. 


양동근은 그제서야 인터뷰를 통해 아이언을 홀대한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 이유는 "남자는 강하게~키워! "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양동근이 어릴 적에 아역배우로 세트장에 가면 다들 알아서 하라고 했고, 그 때의 절박함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었기에 아이언에게도 그걸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양동근은 실제로 9살에 드라마로 데뷔를 했다. 동갑이기에 양동근을 어려서부터 드라마에서 봐 왔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아역 배우가 살아남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알아서 하라는 어른들의 말에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고, 지금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온갖 욕설과 디스전으로 쎄 보이고, 강해보이려 한다해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경험한 고수는 존재만으로도 위압감과 포스를 주는 것 같다. 재목을 알아보고,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내공, 리더십은 쉽게 얻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 그건 누구를 강압적으로 끌고 가거나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진심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다. 폭력과 강압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힘의 행사는 리더십이 아니라 폭군일 뿐이다. 자신의 말을 잘 듣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 사람 안에 있는 재능을 끌어내고, 독기를 끌어내고,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언가까지 끌어내어 강함을 드러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고 리더십인 것이다. 


쇼미더머니를 보면 타블로와 마스타 우는 YG라는 대기업의 안정적인 브랜드 네임을 활용하여 리더십을 발휘하고, 도끼와 더 콰이엇은 돈과 물질로 허세를 통해 리더십을 강화한다. 스윙스와 산이는 오직 실력만이 갑이라는 마인드로 리더십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양동근은 자신이 아닌 팔로우를 하는 멤버들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양동근의 리더십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못할 것 같았던 양동근팀이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된 것은 바로 돈과 허세도 실력도 배경도 아닌 멤버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주는 진정한 프로듀싱 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힙합과 락이 뭐가 다른지에 대해 모르면 바보 취급 당하는 이상한 뮤지션들의 디스전이 아니라 자신이 끌고 가는 멤버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주는 리더십을 통해 진정한 리스펙트 받을 수 있는 모습 때문에 쇼미더머니가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워지는 것 같다. 


힙합을 힙합하는 사람만 느끼고 이해한다면 그건 음악이 아니라 외계어에 불과하다. 힙합을 힙합을 전혀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즐기고 열광하고 리스펙트를 외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힙합이 아닐까. 쇼미더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