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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예능

군대, 직장, 학교, 체험 삶의 예능

요즘 예능은 참 쉽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얼하게만 하면 되었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처럼 무작정 뛰거나 미션을 수행하고, 게임만 재미있게 넣으면 되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토크쇼와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는 예능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긴 하다. 하지만 관찰 예능이 점차 진화하면서 다양한 삶의 현장들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예전에 예능의 키워드가 재미와 유익이었다면, 지금의 키워드는 재미와 공감이다. SNS에서 공유하기처럼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가 아니라면 시청률도 오르기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점차 예능은 체험 삶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일반인 속에 섞여서 체험을 하는 것이다. 1박 2일 시청자투어만 해도 연예인들 사이에 일반인들이 와서 적응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일반인들이 있는 곳에 연예인들이 적응하며 겪는 애피소드가 공감을 얻고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듯 싶다. 


군대에 가다.

 


진짜사나이가 그 시작을 알렸다. 처음엔 남자 연예인들이 군대를 가게 된 진짜사나이. 남자들에게 군대를 두번 갔다오는 것만큼 큰 악몽은 없다. 그래서 군대를 두 번 보내기로 한 제작진은 일요일 예능을 올킬시켰다. 또한 연예인들은 군대에 대한 병역 비리가 유난히 많다. 하지만 그 중에도 어쩔 수 없이 못간 사례도 있다. 그런 오명을 씻기 위해 진짜사나이를 통해 못다한 군대의 한을 풀어보려 한 연예인도 있었다. 가장 히트를 친 것은 외국인을 군대에 보내는 것이었다. 문화적 충격과 더불어 한국어도 잘 안되는 상태니 군대에서 고문관이 될 것은 뻔할 뻔자였고, 진짜사나이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바로 외국인 투입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색함이었다. 군대에 적응하는 순간 재미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투입은 가장 어색하고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핫한 소재였고, 샘에 이어서 핸리그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더 어색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기본적으로 남자들이기 때문에 기본 체력이나 적응력이 좋아서 금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시 재미는 반감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여자 연예인을 내보내게 되었다. 여군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여자 연예인들이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나 애교를 피우는 모습은 군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상황들이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 또한 대대장급 포스의 군적응자 라미란의 모습도 상반되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군대 속으로 들어간 연예인들. 많은 예비역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이다. 아마도 다음은 외국인 여자들이 여군이 되는 특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학교에 가다




군대만큼 되돌아가기 싫은 곳. 바로 고등학교가 아닐까 싶다. 대학입학으로 인한 스트레스. 꽉 막힌 공간에서 하루종일 공부를 해야 하는 갑갑함. 물론 그 시절만의 추억들이 있긴 하지만, 입시 지옥이 된 요즘 고등학교는 더욱 가기 싫은 것 같다. 그런 고등학교는 오히려 예능에 좋은 소재가 되었다. 연예인들이 1주일동안 고등학교를 다시 체험해보는 것이다. JTBC에서 방송 중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새로운 예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상진, 허지웅, 강남, 성동일, 박명수, 윤도현등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이 다시 고등학교로 들어가게 되고, 심지어 기숙사 생활도 같이하게 된다. 


공부를 잘했던 오상진은 역시 모범생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성동일은 아버지뻘로 재미를 담당한다. 특히 이번 편에서 치킨을 기숙사로 올려보내는 작전은 대범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먹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학창 시절 때의 교칙에 연연해하지 않았을 법한 포스를 내뿜었다. 고등학생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며 연예인들의 학창시절이 오버랩되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계속 성장해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에서 자라온 강남의 경우 문화가 다르다보니 학교 생활에 있어서도 활력소가 된다. 무거운 분위기에 익숙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띄우고 선생님도 방심하게 만드는 특유의 넉살로 재미를 더해준다. 역시 이런 체험 예능에는 문화 차이가 있는 외국인이 재미 요소를 담당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학교 때의 추억이 있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직장에 가다




tvN에서는 연예인들을 직장으로 보내버렸다. 오늘부터 출근은 2회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다. 모델, 가수, 프로게이머, 아나운서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직장으로 보내서 1주일간 근무를 하는 컨셉이다. 첫 근무지는 대기업에서 진행되었고, 팀장 이하 조직 구조가 꽉 짜여진 곳에서 실제로 업무를 하며 직장 생활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해보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2회밖에 안되었음에도 벌써 회사 내에서 다양한 잡음들이 발생하고, 부적응자가 속출하면서 조직 생활의 무서움을 맛보고 있다. 물론 시청자는 그럴수록 재미있다. 


회식 자리에서 만취가 된 홍진호의 모습은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더욱 잘 나타내주고 있어서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웃펐다. 학교에서 라면도 제대로 못먹어가며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간 후 바로 군대로 가서 눈물 젖은 건빵을 먹으며 나라를 지키다가 대학 때 열심히 스펙 쌓아서 직장에 들어가니 군대만큼 힘들고, 학교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하지만 돈줄이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처절하고 절박한 직장 생활


그야말로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닌가 싶다. 아이러니한 것은 연예인들이 체험 삶의 현장에 가면 갈수록 왠지 이해받는 것 같고, 위로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세상에서 단 한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묵묵히 지켜온 곳들이 조명받을 때의 위로같은 느낌 말이다. 그래서 더 애잔하고,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그런 프로그램이 되는가보다. 방송이기 때문에, 그리고 1주일간의 체험이기 때문에 모든 삶의 고충을 말해주거나 대변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색하고 어리버리한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 처음 갔을 때, 군대에서 처음 훈련소 들어갔을 때, 직장에 처음 취직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예능이 어떻게 어디까지 진화할지 모르겠지만, 삶에 지친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우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되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