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예능

생고생에 맞불 놓은 7인의 식객

이종범 2014. 5. 31. 08:58
정글의 법칙. 조작 사건 이후에 안보고 있지만, 대표적인 생고생 프로그램에 해당된다. 오지로 가서 서바이벌을 하는 정글의 법칙은 일반인들이 가기 힘든 곳을 가서 오리지널 자연을 보여줌으로 패키지 여행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중간에 패키지로 판매하는 상품을 리얼인양 다녀오는 바람에 시청률이 급감하긴 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10%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금요일 예능에 맞불을 놓은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어제 새로 시작한 7인의 식객이다. 7인의 식객은 7명의 연예인이 세계의 산해진미들을 맛보며 다니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요즘 유행하는 먹방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으나 보다보니 이건 생고생 먹방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우선 출연은 8명이 한다. 한명은 언제든 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출연진을 보면 이윤석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 아마도 해외로 오랫동안 다녀와야 하는 프로그램인만큼 멤버들의 스케줄 때문에 후보군을 여러명 두고 돌려야 하는 실정인 것 같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팀은 초호화로, 한팀은 생고생으로 비교체험 극과 극처럼 진행이 된다. 첫회에서는 중국으로 갔다. 우선 서안으로 간 다음 둔황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화팀인 테마팀은 서안에서 최고급 음식점들을 다니며 산해진미들을 먹었고, 고생팀인 배낭팀은 22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둔황으로 가며 보통 서민들이 먹는 음식을 먹었다.




정글의 법칙, 이길 수 있을까? 




첫회라 어색한 면이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정글의 법칙보다 훨씬 재미있는 포맷임은 틀림없다. 정글의 법칙은 매우 지루할 수 있는 컨셉이다. 매번 오지로 가는데, 오지의 모습도 거기서 거기고 제한된 환경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또한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거의 멤버들의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갈 수 없는 것이 정글의 법칙의 한계라면, 7인의 식객은 오지가 아니라 전세계 어디든 다닐 수 있다는 다양성이 있다. 유럽이나 남미나 북미같은 곳에 가서도 얼마든지 먹방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이 생고생팀만 보여준다면 7인의 식객은 생고생과 초호화까지 보여줄 수 있기에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포맷이다.

다만 멤버들의 인지도가 약하다는 점이 아쉽다.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이라는 확고한 캐릭터가 있다. 솔직히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그만큼 열심히 하고,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해가며 리더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7인의 식객에는 그 역할을 신성우와 서경석이 하고 있다. 신성우는 룸메이트에 나오고 있지만 크게 흥행하고 있지는 않기에 예능인으로서의 자리매김은 덜 하였다. 서경석은 진짜사나이를 통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먹방 캐릭터나 위기 극복 캐릭터와는 잘 맞지 않는다. 

오히려 김수로나 샘해밍턴이 먹방 혹은 위기 관리에 더 잘 맞을 듯 싶다. 프로그램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캐릭터가 하나 존재하면 좋을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정글의 법칙에서 여전사로 나왔던 이영아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도움이 안되는 캐릭터는 손헌수가 아닌가 싶다. 국악인 남상일도 캐릭터를 잘 잡고 있는데 손헌수는 첫회부터 음식이 안맞는다느니 힘들다니느 비호감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이 김병만과 추성훈같은 강한 존재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나갔다는 것을 보았을 때 7인의 식객의 멤버 구성은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볼만한 생고생, 리얼로 승부하라.



처음엔 그냥 먹방인 줄 알고 과연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니 생고생을 리얼로 보여주었다. 22시간 기차를 타고 간 것이나 사막에서 모래폭풍을 만난 것이나, 다음 주에 있을 교통이 마비되는 상황들은 생고생 중에도 생고생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이고, 리얼한 현지의 상황에 의해 의외의 현장성과 꾸미지 않은 웃음이 발생하는 것 같다. 비록 멤버들과 스텝들은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었겠지만, 급박한 상황 속에서 나오는 인간의 리얼한 반응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준다.

정글의 법칙의 최대 약점은 조작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번 금이 간 시청자와의 신뢰는 쉽게 붙여지지 않고 있다. 7인의 식객은 바로 그 점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리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할수록 정글의 법칙에는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안전에 대한 민감함이 있다. 오지로 간다거나 위험한 상황에 몰리는 것은 시청자를 자극하기보다는 보기 불편해진다. 오지로의 여행인 정글의 법칙은 그런 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모래폭풍은 천재지변이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22시간동안 기차로 이동하는 것은 안전하면서도 생고생에 해당된다. 안전한 루트 속에 생고생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둔다면 충분히 차별화되면서 재미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그런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리얼한 반응들은 7인의 식객을 믿고 볼 수 있게 해 줄 것 같다. 

 
7인의 식객, 정준하같이 먹성 좋은 멤버도 필요할 것 같다. 또한 미식가나 쉐프들이 함께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스타강사 고종훈씨가 세계사를 읽어주는 장면은 신선했으나 경직된 모습이 혼돈스러웠다. 오히려 현지 가이드나 여행가들의 생생한 정보들이 더 낫지 않았을까. 과감히 1인자에 도전장을 던진 7인의 식객, 새로운 시도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