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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B형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종범 2009. 3. 11. 09:22
마 전 '놀러와'에서 B형 남자 특집을 보았다. 유난히 B형 남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대한민국은 B형 남자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B형 남자의 잘못이란 말인가? 혈액형별 성격은 꽤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작은 백인 우월주의를 증명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우생학에서 비롯되었다. 즉, A형이 많은 백인은 우월하고, B형이 많은 아시아인들을 미개하다는 것인거다. 그것은 자신들의 식민 정책과 전쟁을 합리화하려는 정치적 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일본과 한국에 만연하는 기정 사실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 혈액형별 성격의 가장 큰 피해자는 B형 남자이다. 같은 B형이지만, 여자들은 교묘하게 그 피해를 빠져나가버려 모든 비난과 편견은 B형 남자에게 가해지고 있다. 뭔 놈의 피해망상이나 할지도 모르지만, 대한민국에서 B형 남자로 살아가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피해망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 또한 B형 남자이다. ^^; 그렇기 때문에 B형 남자의 고충에 대해 조금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개팅을 할때

소개팅을 하거나 미팅을 할 때, 혹은 선을 볼 때 B형 남자는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여러 이유 중에 B형 남자는 바람둥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이런 편견이 얼마나 심하면 웨딩전문회사에서도 B형 남자는 감점의 요인이 된다고 한다. B형 남자는 말도 안되는 루머로 평가절하가 되어있는 주식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거꾸로 생각하여 선호도가 낮은 B형 남자를 공략한다면 좋은 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편견은 미디어의 영향이 매우 크다. B형 남자라는 제목으로 영화까지 만들었으니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회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다보니 여자들이 기피하는 혈액형이 되었고, 바람둥이라는 속설과는 달리 오히려 B형 남자라는 이유 하나로 여자를 만나기 조차 어려워졌다. 아마도 대한민국 노총각을 조사해보면 B형 남자가 제일 많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야기는 B형 남자가 바람둥이라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편견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니 B형 남자는 여자를 만나도 바람둥이, 여자를 못 만나도 바람둥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래 저래 욕 먹을 수 밖에 없고, 편견의 악순환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B형 남자의 현실이다.

약간 치사한 이야기지만, B형 여자들은 이 혈액형의 마수에서 잘도 벗어난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누군가 "넌 B형이잖아"라고 말하며 혈액형 공격을 할 때 나도 그녀를 향해 "너도 B형이잖아!"라고 반박하면, 그녀는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 "나는 B형 여자잖아. 여자는 달라" OTL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은 B형 남자가 맞고 있다.

회사에서 일할 때

회사에 취직할 때도 대한민국에는 특별히 혈액형을 적는 란이 있다. 물론 B형은 조직사회부적격자로 분류되어 감점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있을까? 정말 이럴 때면 혈액형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B형이라는 이유로 오해받기 쉽상이다. 조금만 성질을 내도 "저 놈은 B형이라 욱하는 성격이 있어" 이 한마디에 결국 사회부적응자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무언가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저 놈은 B형이라 경쟁심이 쎄서 그래" 라고 말하면 그 열정과 열심도 졸지에 객기로 비춰지곤 한다. 일을 잘해도, 일을 못해도 혈액형이 B형이란 이유만으로 욕을 먹기도 한다.

B형에 대한 편견이 저변확대가 된 이유는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곧 선택적으로 판단한다는 바넘효과로 인해 장난으로 이야기되었던 B형의 특징들만 선별적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B형의 특징이 나쁘게 기록된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백인들이 B형이 많은 아시아인들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열성을 강조해서 그런 것이다. 즉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을 억지로 증명하기 위해 B형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 것이다.


결국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은 바넘효과로 인해 말이 되는 소리가 되기에 이르렀고, 사회적으로 기정 사실로 인식되면서 정말로 B형 남자들은 열성 인자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B형 남자들에게 오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사회적 이지매는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태어날 자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편견의 뿌리는 근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니냐 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보통은 장난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도 나도 한번씩 장난으로 던진 돌맹이는 B형 남자에게 수백개의 돌맹이가 뭉쳐 바위 덩어리로 다가온다. 생각해보자. B형 남자에게 집중되는 편견은 A형, AB형, O형, 그리고 B형 여자에게서까지 온다. 오로지 B형 남자만 모든 장난 어린 바윗덩어리를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B형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때로는 혈액형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누군가 "혈액형이 뭐예요?"라고 묻는 것이 제일 싫다. "제 혈액형은 B형인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성격도 드럽고요, 욱하기를 밥 먹듯 하고, 바람둥이에, 쓸데없는데 경쟁심도 강한데다, 극도의 이기주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 장난처럼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하여 기정 사실처럼 확산시키는 일은 이제 그만하였으면 좋겠다.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믿는다는 것은 결국 백인들의 선민의식과 우생학을 합리화 시켜주어 결국 아시아인들은 미개하다는 것을 증명해줄 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B형 남자들은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비록 열악한 환경 속에 있지만, 이럴수록 더욱 힘을 내어 열심히 살아간다면 이 위기는 곧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B형 남자는 능력있고, 성격 좋고, 한 여자만 사랑하는 일편단심인 일등 신랑감, 일등 사회 구성원이란 소리를 듣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안그래도 어깨가 무거운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특히 B형 남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