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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는 마치 추리소설같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의 형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놓고 누가 성나정의 남편일지 추리해가며 보는 예능같은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다. 마냥 웃기는 것도 아니고 감성은 순정만화여서 가을을 흠뻑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응답하라 1997에서도 끝까지 누가 성시원의 남편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게 만들며 마지막에 그 결과를 알려주었는데, 이번 응답하라 1994에서도 역시 남편이 누구인지 찾는 것에 대해서 가장 먼저 다루었다. 

왜 남자 캐릭터들은 이름이 없을까?

 


응답하라 1994의 인물관계도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인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고 닉네임만 적혀 있다는 것이었다. 쓰레기, 칠봉이, 삼천포, 해태, 빙그래라는 닉네임만 있을 뿐 누구도 그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홈페이지에서도 본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들의 본명이 이 드라마의 핵심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회에서 나온 성나정의 남편 이름은 김재준이다. 김재준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성나정의 남편인 것이다. 그럼 이름이 김재준인 사람만 찾으면 된다. 총 20부작 중 아직 4회 밖에 안했는데 마지막회에서 나와야 할 남편의 이름을 초반에 미리 밝힌 것은 제작진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 알레스카편에서 무작정 김상덕씨를 찾았던 그 에피소드처럼 응답하라 1994에서도 이름을 먼저 밝히고 누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인지 추리해 나가며 보는 드라마인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누가 김재준일지 생각하며 보다보면 각 캐릭터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흠뻑 빠지고 만다. 드라마의 곳곳을 유심히 보게 되고, 그것은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증가시킨다. 응답하라 1994에서 가장 강력한 낚시는 아마도 성나정의 남편 김재준은 누구일까요?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기꺼이 그 미끼를 덥썩 물고 싶게 만드는 제작진의 밀당은 응답하라 1994만의 매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남편이라 할 수 있을만한 근거는 무엇이 있을지 한번 샆펴보도록 하자. 

1. 쓰레기의 성은 "김"씨다.



성나정의 친오빠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친오빠의 가장 친했던 친구인 쓰레기. 가장 유력했던 성나정의 남편감이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후보에서 멀어지고 있다. 성나정이 어릴 적 들고 다니던 물개 인형. 자신의 오빠의 무덤에 같이 묻은 물개인형을 아는 사람은 쓰레기뿐이다. 오빠의 기일이 되자 한없이 슬퍼진 성나정에게 쓰레기가 선물을 하나 주는데 바로 물개인형이었다. 소포로 온 물개인형에 적혀 있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김"씨였다. 

성나정 남편의 이름은 김재준. 쓰레기의 성은 김씨. 쓰레기는 과연 김재준일까?

2. 칠봉이는 이름에 "준"이 들어간다. 




칠봉이는 쓰레기와 함께 가장 유력한 남편 후보이다. 야구 선수인 칠봉이는 성나정에게 관심을 보인다. 자신과는 다른 모습인 성나정에게 끌리는 칠봉이는 2013년에서 한가지 힌트를 남긴다. 칠봉이가 졸리다고 하자 들어가 자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갈 때 칠봉이는 마치 자신의 집마냥 편하게 웃옷을 벗으며 잠을 청하러 들어간다. 칠봉이는 나정의 집이 편한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또한 빙그레가 칠봉이를 부르다 안돌아보자 이름을 말하게 된다. "준"이라는 이름은 칠봉이의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외자이거나 이름의 마지막자를 애칭처럼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칠봉이는 김O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3. 빙그레와 칠봉이는 같은 돌림자를 사용한다. 



빙그레와 칠봉이는 이종사촌인데 아버지의 성이 우선 같다. 그리고 이름이 비슷하다는 힌트가 나왔다. 칠봉이의 이름의 끝자가 "준"이기 때문에 빙그레 역시 후보에 들어간다. 빙그레와 칠봉이의 성이 "김"씨이고 돌림자가 마지막자 "준"이라면 김O준으로 김재준이라는 후보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빙그레는 2013년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현관문에 서 있을 때 성나정이 시킨 커피를 사오기도 했기에 빙그레 역시 유력한 남편 후보감이다. 

4. 김재준은 서울 지리를 잘 모르고, 귀찮아한다. 



김재준에 대한 힌트 중 2013년에 성나정이 남편에게 전화를 하며 이사한 집의 자세한 위치를 설명한다. 지하철부터 시작하여 오는 길을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서울 지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블루베리 요거트 및 이것 저것을 주문하자 남편이 무어라고 하고, 성나정은 알았다며 아무거나 사오라며 말한다. 매사에 귀찮음이 있는 사람이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고 귀찮아한다는 점을 보아서는 우선 칠봉이는 제외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칠봉이는 서울지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또한 여자에게 세심한 배려를 해 주는 젠틀남으로서 남편이었다면 성나정의 주문대로 모두 사다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이 이 장면이 나왔을 때는 쓰레기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4회까지 본 후에는 빙그레 역시 그 후보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빙그레는 의대에 들어간 수재임에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간 것이기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길 원한다. TV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PD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의대 수업에 계속 빠지게 되고, 쓰레기가 와서 엄포를 넣자 그제서야 학교에 가기도 한다. 의대 학교 수업을 빠지고, 학교마저 다른 곳으로 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빙그레 역시 복잡한 주문이 오면 귀찮아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현재까지 예측할 수 있는 김재준의 후보는 쓰레기, 빙그레, 칠봉이다. 우선 삼천포와 해태는 김재준이라는 힌트가 나오지는 않았다. 제작진은 아마도 5명 모두를 후보로 올릴 생각인 것 같다. 아직까지 이름을 모두 밝히지 않았고, 앞으로도 알려줄 듯 하면서 알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힌트를 계속 흘리며 나머지 16회까지 시청자와 밀당을 하게 될 것이고, 강력한 반전이 숨어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재준 찾기는 드라마의 재미 요소와 몰입도를 높혀주는 장치일 뿐 핵심적인 내용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재준 찾기라는 놀이를 통해서 응답하라 1994는 드라마의 새로운 공식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수많은 추측들이 나올테고 그것들은 응답하라 1994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누가 김재준일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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