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예능의 정석, 의리를 지켜라

이종범 2009. 12. 19. 12:09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강호동이 먼저 예능의 정석 이야기를 꺼냈다. 강호동만의 서브노트가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예능의 정석은 팬들의 선물로 진짜 예능의 정석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재석 또한 무한도전에서 예능의 정석 이야기를 꺼냈다.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MC이기에 그들만의 예능 노하우가 궁금하듯, 요즘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예능의 정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제일 잘 나간다고 하면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의 케이스는 패떴과 일밤의 우결이 될 것이다. 과연 무한도전과 1박 2일에는 어떤 노하우가 숨겨져 있을까? 패떴이 1월에 폐지를 한다고하는데, 이후 프로그램은 예능의 정석 1독을 권한다.

예능의 정석: 의리를 지켜라.


1박 2일에 김종민이 투입된다. 약속된 것이었기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패떴의 김종국 투입과 비견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패떴에는 김종국이 원멤버가 아니었기에 1박 2일의 김종민과는 차이가 나지만, 같은 연예인 공익이라 안좋은 여론을 안고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연예인 공익은 연예인 현역과 대비되며 이후 활동에도 큰 차이를 보여주게 된다. 일반 공익은 몸 상태가 안좋아 가는 경우이기에 현역에 비해 별 다른 차별을 받지 않지만, 연예인 공익은 하도 많은 연예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공익을 가다보니 돈 많고, 빽 있는 사람들은 공익으로 빠진다는 안좋은 여론이 형성되었다. 게다가 공익에 가기 전에는 펄펄 날아다니다가 군대가기 바로 전 비실한 모습이나 입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공익을 가고, 다시 소집해제 후에는 펄펄 날아다니니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예비역 남자들의 솔직한 심정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의 멤버가 3명이 있다. 바로 김종국, 김종민, 하하이다. 김종국은 패떴에 투입이 되었고, 김종민은 1박 2일에 투입이 되었으며, 하하는 무한도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결과는 김종국은 패떴의 상승곡선을 추락곡선으로 꺾어놓았다. 그리고 이제 김종민의 투입 후 1박 2일 행보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김종민의 1박 2일 투입은 1박 2일의 상승세에 별 지장을 주지 않을 것 같다.


1박 2일에서는 김종민의 소집해제에 맞춰서 아예 법원으로 출동한다. 그리고 바로 혹한기 유니폼을 입고 김종민을 납치해 유니폼을 입혀 1박 2일에 바로 투입을 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1박 2일에 굉장히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는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큰 반발력 없이 1박 2일에 다시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1박 2일은 "의리"라는 컨셉을 적극 이용했다. 전 멤버가 김종민의 소집해제를 기다렸다는 듯 모두 달려가 기자들이 인터뷰하고 있는 도중 납치해가는 쇼를 보여준 것은 김종민의 1박 2일 컴백을 유쾌하고 가장 빠르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전 멤버가 갔다는 것도 "의리"라는 컨셉을 살려주는데 유효했다.

이제 본방송에서 김종민 특집으로 "의리"라는 컨셉을 최대한 살리며 퍼포먼스 기획 단계부터 김종민과의 약속까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면 김종민은 1박 2일에 완벽히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도 이런 작업을 계속해 왔다. 바로 하하를 위해서인데 하하가 공익에 간 이후 무한도전의 제일 처음 장면은 하하의 카툰으로 시작된다. 또한 달력이나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하하의 모습이 들어간다. 이번 뉴욕편에서는 아예 하하의 롤링페이퍼로 장시간의 분량을 내보냄으로 하하 복귀가 다가왔음을 알려주었다.

무한도전도 1박 2일과 마찬가지로 하하가 소집해제를 하면 비슷한 퍼포먼스를 통해 순식간에 복귀시켜 여론을 잠재우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의리"라는 컨셉을 주로 하하의 컴백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지 않을까 싶다.

무한도전의 의리는 정말 대단하다. 비호감 캐릭터를 끝까지 이끌고 가는 모습은 "의리"라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정준하는 최근까지 꾸준히 비호감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고, 정형돈은 우결 때 백만안티를 양성했고, 노홍철은 장윤정과 골미다에 출연하는 것 때문에 비호감을 쌓았으며, 길은 투입 자체에 많은 반발이 있었다. 박명수도 최근을 제외하고는 항상 비호감 꼬리표를 달고 다녔지만, 무한도전은 이들을 계속 감싸주며 이끌고 갔다.

이런 모습은 그들만의 리그같은 배타감을 심어주지만, 방송 자체에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냄으로 반발력을 약화시키고, 여론을 무마시킬 수 있을 뿐더러 멤버들에게는 충심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나 싶다.
 
반면 패떴과 일밤 우결의 실패는 이런 의리를 잘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패떴은 끝까지 김종국을 떨쳐내지 않는 의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박예진과 이천희가 하차하고 그 이후 다시는 그들을 부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 씁쓸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이천희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패떴에서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다며 하소연하기도 하여 패떴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물론 박예진과 이천희가 나간 것이긴 하지만, 이들을 한두번 쯤은 게스트로 불러서 (혹은 시도라도) 진행했더라면 그 어떤 호화 게스트들보다 더 큰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내며 "의리"라는 컨셉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패떴의 경우는 "패밀리"라는 컨셉을 그리도 강조하면서 정작에 집 나간 패밀리에게는 연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어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다.

우결 또한 지금은 시간대 전략으로 다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밤의 우결에서 안좋은 이미지를 너무 많이 쌓았었다. "의리"라는 부분만 떼어놓고 보자면 1기, 2기로 나아가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면서 추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인데 1기의 멤버들을 이혼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2기에 있어서 찬조출연 정도로 꾸준히 남겨두었다면 오히려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을 수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무슨 "의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의리를 지키는 프로그램은 성공하고, 지키지 않는 프로그램은 실패하는 것을 보면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요즘같이 개인화되고 소외되는 사회에서 "의리"라는 것은 "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의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돈 없고 빽 없으면 외롭고, 서글픈 세상에서 "친구"는 모든 것을 이겨내게 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마라톤 때 사람들의 많은 호응과 관심을 얻어낸 것도 이윤석과 이경규가 완주하는 동안 서로의 의리와 우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밤의 단비도 소외된 사람들에게 "의리"와 "정"을 나눠주었기에 시청자의 마음과 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예능을 하려면 그냥 막무가내로 때리고 웃기고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통해 "의리"를 느끼고 "정"을 느끼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