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드라마

짝패, 홍길동? 일지매? 추노?

이종범 2011. 2. 9. 07:10
월화드라마의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바로 짝패이다. 블록버스터급 스릴러 드라마인 아테나와 아이돌의 반란 드림하이가 꽉 잡고 있는 월화드라마에 사극이 등장함으로 이제 월화드라마는 각 시청층이 제대로 나뉘게 되었다. 지금까진 아이들의 채널권이 강한 것 같다. 드림하이가 월화드라마를 꽉 잡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역전의 여왕과 아테나가 너무 별로였다. 역전의 여왕은 내조의 여왕의 뒤를 제대로 잇지 못해서 후속편도 아니고 새로운 드라마도 아니게 되었고, 아테나는 너무 큰 제작비가 부담이 되었는지 이것 저것 다 다루려다 죽도 밥도 안되었다. 결국 볼게 없는 성인 시청층은 아이들에게 시청권을 내주게 되었고, 아이돌이 꽉 잡고 있는 드림하이가 월화드라마의 패권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아이돌 없으면 프로그램이 안 만들어지니 말이다. (설특집 프로그램들 보면서 아이돌 없으면 어떻게 방송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월화드라마에는 성인을 위한 제대로 된 드라마가 절실히 필요했고, 짝패는 적당한 때에 나와주었다. 지금까진 전통적인 사극과 전개가 비슷한데다 스토리도 종잡을 수 없다. 약간 추노의 냄새가 나지만 과연 추노처럼 이어질 지는 성인으로 성장한 후부터 보아야 할 것 같다. 간혹 나오는 영상은 추노의 세련된 기법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짝패의 스토리는 왕자와 거지로 시작한다. 양반집 아들과 천민의 아들이 뒤바뀌는 사태가 난 것이다. 김진사댁에 아들이 태어나지만 어미는 아이를 낳다가 죽게 되자 유모로 거지패에 있던 막순을 데려온다. 막순 또한 한양에서 양반과 정분이 나서 임신을 했다가 도망쳐 나와 거지패 소굴로 들어가 아들을 낳게 되었기에 김진사는 막순을 유모로 들이게 된다. 막순은 유모로 들어오지만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도 보고 싶고 김진사댁에서의 호강도 놓치고 싶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바꿔치기 하게 된 것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긴 하지만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었다. 거지패에서 거지가 된 천둥은 글을 좋아하고 거지인데도 먹는 것보다 책을 더 좋아한다. 또한 심성도 좋아 고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게 된다. 반면 김진사댁 장손이 된 귀동은 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무관에만 관심이 있다. 특히 총에 관심이 많아서 사냥을 하러 다니곤 한다. 이렇게 왕자와 거지, 아니 양반과 거지가 되고 난 후 홍길동이 시작된다. 형을 형이라 부리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호부호형을 못하게 되었지만, 양반집 자녀가 된 귀동이는 별 관심이 없고, 가난한 거지가 된 귀동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게 된다. 귀동이는 거지패들로부터 김진사댁 유모가 어머니라는 말을 듣지만 그것도 사실은 아니다. 

이후의 스토리는 아직 전개가 되지 않았지만, 대충 감이 오는 것은 똑똑한 귀동이는 거지패에서 빠져나와 세력을 만들 것 같다. 또한 천둥이는 과거에 급제하여 무관이 될 것이다. 동이에서 나왔던 검계, 추노에서 나왔던 노비당의 부활인 것이다. 마치 홍길동과 일지매와 추노가 마구 겹친 듯 한 느낌이다. 홍길동부터 로빈후드까지 의적들의 아버지는 모두 양반이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짝패에서 역시 이런 스토리는 이어질 듯 하다. 


결국 클라이막스에 다다라서 최진사와 천둥이는 대립되게 될 것이고, 자신이 죽이려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에 쉽쌓이게 되며 보기 좋게 기존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나간다는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평범한 스토리이지만 홍길동, 일지매, 추노, 로빈후드까지 같은 스토리로 다들 대박을 낸다. 즉, 이 스토리는 검증받은 스토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동이의 경우는 같은 스토리로 실패했기에 짝패는 동이의 전철을 밟지 말고 추노를 적극 탐구해야 할 것이다. 

아테나의 후속인 마이더스는 2월 28일에 시작하고, 드림하이의 후속인 강력반은 3월 7일에 방송한다. 두 드라마 모두 주인공이 장혁과 송일국으로 사극에서 빛을 낸 주인공이라 더 재미있는 한판 승부가 벌어질 듯 하지만, 2월 말까지는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기에 충분히 시간이 있다. 아테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드림하이의 시청률을 어느 정도 가져와야 3월 초 시작될 또 다른 승부에서 승기를 붙잡을 수 있다. 

동이는 아역을 너무 많이 끌어서 결국 타이밍을 놓쳤었다. 추노, 일지매등의 사극을 보면 아역이 길어서 성공한 케이스는 별로 없다. 아역이 잘하면 오히려 성인이 바뀌었을 때 비교가 너무 많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기력이나 스토리가 부족해보여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든 짝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빨리 천정명과 이상윤, 한지혜, 서현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상에 있어서도 세련된 영상기법으로 추노의 그것을 보여준다면 성인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짝패가 드림하이를 겨냥하여 청소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는 언플을 하는 것 같은데 아이돌과 명품 아역 김수현이 있는데 존재감 없는 짝패 아역들로는 연기력도 비주얼도 당해낼 수 없다. 게다가 청소년들은 사극을 안 본다. 나도 부모이지만 자녀에게 사극을 보게 하진 않을 것이다. 너무 역사적 왜곡이 심한데 그것을 판별할만한 시각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청층을 노리면 그마나 짝패에 호평인 스토리마저 흐트러지게 될 것이다. 채널권을 가지고 있는 성인층을 공략했으면 좋겠다. 화려한 액션과 영상,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 추노에서처럼 약간의 섹시미까지 더한다면 떠났던 월화드라마의 성인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추노 이후 제대로 된 사극이 없었던 요즘 정말 제대로 된 사극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