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의 어촌편. 요즘같이 볼 예능 없는 시기에 가뭄의 콩나듯 반가운 소식이다. 이서진과 택연의 캐미도 좋았지만, 만들면 빵빵 터지는 100% 적중률의 연출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차승원과 유해진이 나온다니 감히 상상도 못한 캐스팅이었다. 게다가 장근석도? 처음에 장근석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의아했다. 택연 대신 장근석? 이승기 대신 장근석? 그간 바르고 어수룩하기까지한 캐릭터들을 활용하던 제작진이 장근석을 택한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허세로 캐릭터를 잡은 장근석이 능글 능글한 차승원과 알수 없는 매력의 유해진 사이에서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어낼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캐스팅임은 분명했다. 역시나 댓글이나 반응들은 장근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삼시세끼로서는 젊은 여성층과 해외팬까지 두루 가지고 있는 장근석을 캐스팅한 것이 호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촬영까지 마쳤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장근석의 모습은 나름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어촌으로 간 삼시세끼팀은 장근석이 회를 뜰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는데, 그 모습을 잠깐 보여주기도 했다. 만약 삼시세끼에서 회 뜨는 모습을 보여주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유해진과 차승원에게 당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거품끼가 싹 빠져 허세 캐릭터가 사라지게 된다면 제작진은 장근석의 해외 팬이나 여성 팬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득을 얻게 되고, 장근석은 남성층과 괴리감이 있는 캐릭터를 희석시킬 수 있기에 모두에게 좋은 그림이었다.
그러나 결국 탈세로 인해 자진하차를 하게 되었고, 삼시세끼로서는 악재 중의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장근석의 이미지를 희석시켜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심지어 촬영까지 마치고, 제작발표회도 마치고 이제 방영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하차는 모든 것이 물거품되는 순간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것이다. 허세 캐릭터를 희석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장근석은 탈세 이미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프로그램 촬영까지 마치고도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제작진은 우선 촬영을 다시해야 하고, 차승원과 유해진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했을 것이다. 장근석의 탈세와 삼시세끼가 함께 보도되고 있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퍼지기 전에 장근석의 대타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악재 중의 악재가 분명한데 댓글이나 시청자의 반응은 오히려 잘 되었다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불미스런 일이 난 것이 다행이지 방송이 시작되고 한참을 방영하다가 그랬으면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기에 장근석의 대타를 급하게 찾았다. 그렇게 찾은 사람이 바로 손호준. 꽃보다 청춘도 같이 했었고, 응답하라도 했었고, 믿고 맡길만한 사람, 제작진의 요구대로 따라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손호준이 적격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악재가 찾아왔다. 바로 손호준의 겹치기 출연! 정글의 법칙에서 멤버를 새로 싹 갈아서 야심차게 새출발을 알리는 시즌에 손호준이 출연한다. 정글의 법칙과 삼시세끼는 동시간대 프로그램으로 경쟁 프로그램이다. 안그래도 정글의 법칙이 삼시세끼에 시청률을 많이 빼앗기는 상황에서 삼시세끼가 먼저 촬영한 멤버를 데려가 쓴 셈이니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삼시세끼로서는 몰랐다고 하지만 악재는 악재였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을 캐스팅해서 촬영을 한다니 이유불문하고 삼시세끼 출연진은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다. 만약 정글의 법칙이 새로운 멤버로 차승원과 유해진, 이서진, 택연을 캐스팅했다면 정글의 법칙은 욕을 무지하게 먹었을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으니 삼시세끼에게는 악재가 다시 생긴 셈이다. 아직 방송도 하기 전에 이렇게 악재가 많은 프로그램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악재가 호재로 작용했다. 손호준의 캐스팅은 정말 신의 한수였고, 모두가 원하던 캐스팅이었다. 삼시세끼에 이전에 보여주었던 모습도 있고, 게스트로 나올 사람들도 삼시세끼 출연진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나오다보니 응답하라 배우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있다. 실제로 첫회부터 정우를 만나게 되었으니 쓰레기와 해태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삼시세끼와 정글의 법칙 모두를 보겠다는 반응들이 대다수였다. 오히려 정글의 법칙은 예전 조작 사건 때문에 떨어져나간 시청층들이 꽤 많았을텐데 이번 겹치기 출연의 피해자로 나오게 되면서 마침 새로운 시즌을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떠났던 시청층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보통은 겹치기 출연을 하면 한쪽이 손해보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정법도 떠났던 시청자들이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삼시세끼는 장근석의 공백을 손호준으로 매울 수 있었으니 둘 다 윈윈한 결과가 나오며 오히려 호재가 되었다.
정말 인생사는 모르는 것 같다. 분명 누가봐도 악재 중의 악재인데 그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호재로 생각하던 것이 악재가 되는 그런 상황들이 연달아 일어났으니 말이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생각난다. "될 놈은 뭘해도 된다" 삼시세끼 어촌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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