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지킬, 나"가 시작했다. 1회를 본 소감은 대박 예감이었다.시청률도 무난하게 8.6%로 시작하였다. 초반에 고릴라 나오는 장면에서 좀 어색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되면서 빠르게 전개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나와주어서 기대가 되었다. 현빈은 구서진역과 로빈역을 하면서 다중인격장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두가지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즉, 현빈의 연기력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가 가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처음에 나왔던 고릴라 CG는 처음엔 너무 어색해서 이건 뭐지 싶었다. 그만큼 신경을 쓴 고릴라 장면을 넣은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도 무리수인 것을 알면서도 넣었을텐데 고릴라가 나온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괴물로 느끼는 고릴라가 서커스 단장인 장하나에게는 고분 고분하고 친구처럼 지낸다. 하이드 지킬 역시 사람들이 괴물로 볼수도 있지만 장하나에게만은 고분 고분한 친구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하고, 고릴라 장면으로 인해 구서진 캐릭터를 확고하게 해 주기도 했다. 자신이 피해를 볼까봐 여자 팔을 물고 밀치고, 혼자만 살겠다고 달아나며 심박수고 높아지면 로빈이 나타난다는 것도 보여주는 긴박한 장면이 바로 고릴라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매우 흥미진진한데, 첫회에서 로빈의 모습이 잠시 나오게 된다. 로빈은 하이드의 모습으로 장하나를 구하는 장면에서 잠시 나타나게 된다. 현빈은 지킬과 하이드를 분명히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데, 우선 구서진역이 매우 현빈과 잘맞는 캐릭터였다. 완벽주의자에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 나아가 약간은 찌질해보이는 모습까지 오버한 듯한 연기로 구서진의 역을 잘 소화하여 초반부터 구서진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이드 지킬, 나의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1886년에 발표한 소설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저자 루이스 스티븐슨은 하이드를 "욕망, 쾌락, 분노, 증오의 화신, 강간, 협박, 폭행, 살인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추악한 욕망과 악의 표상"이라고 캐릭터를 정의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로도 하이드는 나쁜 놈이고, 지킬박사는 착한 놈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드라마는 여기서 "인간 내면의 욕망"이라는 것이 과연 추악하기만 하고 악의 표상일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류는 발전을 하게 되었고, 욕망 중에는 누구를 해치려는 것보다는 누구를 사랑하고 싶은 것이 더 크다는 것이 착안하여 [하이드 지킬, 나]를 기획했다고 한다.
오히려 지킬박사는 욕망이 억제된 사람으로 윤리에 갇힌 착한 남자가 아니라 사랑 따위는 모르는 극한 이기주의자로서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며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팔까지 무는 찌질함을 보여준다. 구서진이 바로 지킬이고, 로빈이 바로 하이드인 것이다. 상식이라 여겼던 것을 완전히 반대로 뒤집은 발상 자체가 매우 재미있고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구서진과 로빈은 한사람이지만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고, 서로의 인격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삼각관계가 형성이 된다. 구서진과 장하나와 로빈 사이의 삼각관계로 로멘틱 코미디가 성립이 되는데, 구서진과 로빈은 한사람이고 장하나를 두고 두 인격이 벌이는 삼각관계이니 참으로 해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하는 것인데, 한 남자 안에 두 인격이 존재함으로 장하나와 삼각관계를 만들어버리니 말이다.
현빈과 한지민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드라마라 볼 수 있는데 첫회에서 보여준 연기로는 매우 기대가 된다. 현빈은 구서진역과 로빈역의 차이점을 1회만에 분명히 보여주었고, 한지민 역시 장하나역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혜리가 로빈을 보좌하는 민대표의 딸로 나오는데 연기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혜리가 과연 얼마나 잘 소화할지가 관건이긴 할 것 같다.
최근 이 정도로 흥미를 끌게 만든 드라마는 "하이드 지킬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오히려 더 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이드가 괴물이 아닌 히어로로 만든 하이드 지킬, 나의 이야기가 또 어떤 신드롬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또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넘어서 해리성 정체 장애(DID :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다중인격장애)라는 새로운 정신 질병을 이슈화 시킬 것인지도 궁금하고, 현빈과 한지민의 달달하고 코믹한 캐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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