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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놀라운 스케일의 중국 산서성

 

중국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청해성, 산동성, 하남성, 북경등 중국의 다양한 곳을 여행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2년 동안 중국에서 한국어강사를 하며 아내와 함께 지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첫째 아이를 가졌고, 나의 첫 제자들도 만났다. 마치 제 2의 고향이라도 되는 듯 중국에 대한 애정은 날로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번 그리운 중국을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추억이 남게 될까. 

 

4박 5일간의 중국 산서성 여행. 중국에서도 처음 밟아보는 땅이기에 출발 전부터 설렜다. 예전에 TV에서 우연히 산서성의 면산을 본 적이 있었다. 절벽에 세워진 호텔과 사원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언젠가 저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실제로 산서성 여행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로 돌아간 듯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산서성은 산동성 옆에 있다. 산서와 산동. 산의 서쪽과 동쪽에 있는 성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산은 태항산맥을 말한다. 성을 나눠주는 산맥인 셈이다. 이번 일정에서는 중국 명산으로 손꼽히는 태항산도 함께 찾아가보았다. 태항산 역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Day 1.  인천에서 석가장으로

석가장- 신향

 


 

석가장. 사실 아내와 나는 예전에 석가장에서 한국어강사를 할 뻔 했다. 석가장의 학교에서 한명만 필요하다고 하여 결국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그 이름을 들어보니 더욱 반가웠다. 인천에서 2시간 정도 걸려서 석가장에 도착. 땅을 밟자마자 석가장 음식부터 맛보러 갔다. 

 

 


 

양념에 절여서 찐 삼겹살에 볶은 찻잎과 함께 잎파리 모양의 빵에 쌓아서 먹는 家乡扣肉带饼(jiāxiāng kòuròu dài bǐng)을 먹었다. 잎파리 모양의 빵의 가운데가 갈라져 있어서 그 안에 고기와 양념을 넣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중국의 고속열차인 뚱처(東車)를 타기 위해서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뚱처는 우리나라의 KTX라 보면 된다. 이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더 가서 신향에 도착했다. 

 

 


 

주거니 받거니 칭따오 맥주를 한잔씩 기울이며 앞으로의 여행을 같이 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는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칭따오 맥주. 하지만 역시 현지에서 먹는 칭따오 맥주의 맛은 다른 것 같다. 

 

 

 

Day 2. 우공이산의 태항산

석가장- 태항산(구련산-천계산-왕망령)- 황성상부

 

우공이산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우공이라는 아흔 살 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집 앞에 산들이 가로 막혀 있자 생활하는데 불편하여 가족에게 힘을 합쳐 산을 옮기자고 한다. 우공과 아들과 손자는 지게에 흙을 지고 바다에 갔다 버리고 오는데 꼬박 1년이 걸렸는데 이 모습을 본 이웃이 어찌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하냐고 하자 우공은 내가 죽으면 아들이, 아들이 죽으면 손자가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산이 옮겨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산신(산을 지키는 신)이 산을 구해달라고 옥황상제에게 이야기하여 산을 각각 멀리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 산 중 하나가 바로 태항산이다.

그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로 웃어 넘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태항산은 우공이산의 전설이 생길 만큼 '사람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것들'이 많아 놀라운 산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구련산으로 향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구련산에 있는 160m의 엘리베이터. 유리관으로 되어 있는 이 어마어마한 엘리베이터는 절벽 위에 있는 서련촌이라는 마을에 가기 위한 통로이다. 절벽에 세워놓은 아찔한 엘리베이터. 천호폭포 옆에 있는 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구련담에 오를 수 있다. 

 

 


 

사람이 직접 뚫은 터널도 있었다. 중국의 현지인들이 자비를 털어 13년 가까이 공사하여 뚫은 천계산의 암벽터널도로인 괘벽공로이다. 중간중간에 뚫린 구멍은 깨어낸 돌들을 버리고 어두운 터널 안을 밝히고자 뚫은 것이라고 한다. 

 

 


 

굽이굽이 산길에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왕망령. 광무제가 왕망의 추격을 피해 숨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왕망이 추격하자 광무제가 죽을 각오로 뛰어넘은 곳이 있다. 뒤쫓던 왕망이 뛰어넘은 간격을 보고 떨어져 죽었을 것이라 판단하고 돌아갔지만, 겨우 목숨을 건진 광무제는 훗날 힘을 키워 왕망의 신나라를 멸망시키고 후한을 건국했다고 한다. 

 

 


 

태항산을 구경한 후 바로 황성상부로 넘어왔다. 황성상부의 야경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이다. 사방에 있는 모든 산에 조명을 두어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 듯한 장관을 펼쳐낸다. 호텔방에서 보는 야경은 술이 없어도 야경에 취하게 만들었다. 

 

 

 

Day 3. 절벽에 지은 호텔이 있는 면산

황성상부-해회사 – 면산 (개공사당-운봉사-정과사)

 


 

황성상부를 둘러보는데에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 모든 집이 한 사람의 집이라니 하나의 마을을 이룬 것 같았다. 산서성에는 석탄이 나와서 석탄 재벌이 많다고 하더니 청나라 강희제의 스승의 집인 황성상부는 그 스승의 아버지대에 석탄으로 인해 이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황성상부에서 조금만 더 가면 해회사를 볼 수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보이는 두개의 탑. 앞의 탑은 당나라 때 만들어졌고, 뒤의 탑은 명나라 때 만들어졌다. 앞의 탑이 기울어지자 명나라 때 기울어짐을 막고자 뒤에 더 큰 탑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지반을 눌러주는 효과로 지금까지 잡아주고 있다고 하는데 왠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생각났다. 

 

 


 

4시간을 이동하여 면산에 도착하였다. 면산 역시 옛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바로 춘추시대의 은사(隱士), 개자추 이야기다. 개자추는 진나라 문공이 망명생활을 할 동안 가까이서 그를 모셨는데, 훗날 문공이 왕위에 올랐음에도 자신을 등용하여 대접해주지 않아, 실망한 나머지 어머니를 모시고 산으로 숨어들어갔다. 잘못을 뉘우친 문공이 개자추를 뒤늦게 설득하였지만 이미 문공에게 실망한 개자추는 다시 돌아보지 않았는데, 문공은 궁여지책으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만다. 개자추를 찾기 위해 그가 숨은 산 전체에 불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자추는 결국 불에 타 죽게되고, 이를 안타까이 여긴 문공이 개자추를 기리며 뜨거운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찬밥을 먹는 한식(寒食)의 유래라고 한다. 그리고 문공이 불을 지른 그 산이, 바로 면산이다. 

 

 


 

그런 옛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면산이지만, 여행자인 내 눈에는 그보다 먼저 절벽에 세워진 아찔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속 건물은 절벽에 세워진 호텔인 운봉서원호텔. 면산에서 절벽에 세워진 사원이나 호텔을 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계곡의 바위에 발판을 박아 계단을 만든 다이나믹한 코스도 있다. 계곡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의 개공사당에서 내려오는 이 코스는 롤러코스터보다 더 스릴있다. 얼마나 스릴이 있었는지 손이 떨려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을 정도다. (^^;)

 

 


 

어디 그 뿐이랴. 웬만한 곳은 다 아슬아슬한 절벽에 계단이 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 면산이 개인의 소유라는 점이다. 산서성의 한 석탄 재벌이 면산을 통채로 사서 이 모든 것을 최근에 만들었다고 하니 또 다른 의미에서 면산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Day4. 평온한 고성, 평요고성

면산 대라궁- 평요고성

 


 

거북 모양의 전략적 요새이자 성인 평요고성. 2700년전에 만들어져 예전의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성이라 더욱 가치가 높은 곳이다. 성루에 올라서 보는 명청거리의 모습은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게 만들어주었다. 

 

 


 

누들로드의 시작인 산서성. 주식이 밀인 산서성에서는 도삭면이 대중적이다. 면을 반죽하여 양철조각 같은 것으로 삭삭 깎아서 만드는 면요리다. 빠르게 반죽을 쳐 내리는데도 정확하게 작은 냄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신기했다. 

 

 

 

Day 5.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석가장에서 인천으로…

평요고성- 석가장 조운묘 – 인천

 


 

다시 석가장으로 향했다. 석가장은 알고보니 삼국지의 조자룡이 태어난 곳이었다. 한번도 패배해 본 적이 없고, 유일하게 늙어서 죽은 조운.

 

 


 

유난히 더 짧게 느껴졌던 마지막 날을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북적이는 사람들과 세련된 건물들을 보자 묘한 느낌이 든다. 마치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짙은 구름 사이로 붉은 선을 그려내는 노을을 만났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하늘이었는데, 그 사이로 선명하게 타오르는 노을이 더욱 여행의 여운을 짙게 만들어주었다. 흐린 하늘처럼 잔뜩 바쁘게 살아가던 나날 가운데, 이렇게 붉은 노을처럼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산서성의 추억. 앞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며 다시 그 석양 속으로 빠져들어야겠다.

 

 

※ 취재지원 : 하나투어 겟어바웃 트래블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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