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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을 보았다. 저번에 베이비파우더의 석면 검출로 인해 업계를 뒤집어놓았던 소비자고발은 소비자의 권리를 대변해준다는 프로그램 취지를 매우 잘 실천하고 있다. 불만제로나 소비자고발을 즐겨보는 편인데,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알아야 당하지 않기 때문에 즐겨보고 있다. 특히 석면 베이비파우더는 조만간 아빠가 될 예정이라 더욱 관심이 있게 보았다. 소비자고발이 아니었다면 태어나자마자 석면가루를 뒤집어 씌울 뻔했다.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민다.

소비자고발의 묘미는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꼼꼼히 파해치고 분석하는 능력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성분 분석은 기본이고, 논문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논문의 헛점은 무엇인지, 공신력은 있는 지를 철저히 파해치고 분석한다. 해당 기업에는 여러 번 문의함으로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든다. 장기로 치면 외통수를 만드는 소비자고발은 기업에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찾겠다는 것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언론의 역할인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시켜주는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석면편에 이어서 이번에 나온 것은 해양심층수이다. 해양심층수는 해저 200m 이하의 표층수와 섞이지 않는 바다층에 있는 물을 말하는데, 보통은 탈염처리 등을 거쳐서 생수 형태로 많이 시판되고 있다. 최근에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으며 생수 제품뿐만 아니라, 두부, 소주에서도 이를 활용한 제품이 등장하고 심지어 설렁탕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고발은 과연 이러한 해양심층수의 어떤 점을 문제삼은 것일까?

방송에서는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각종 식품들과 해양심층수에 대해 끈질기게 파해치고 있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두부 제품이었다. 해양심층수 두부에는 미네랄 단백질 영양소가 가장 많다며 판촉중인 판매원들. 과연 해양심층수 두부는 몸에 더 좋은 것일까?

소비자고발은 두부에 해양심층수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기 위해 두부 업체 2곳에 공장 취재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았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뒤가 구린 듯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비자고발에서는 대기업과 같은 방법으로 두부를 만드는 공장을 방문하여 자세히 그 공정을 살펴보았다.(역시 치밀하다)

공장 관계자에 의하면, 해양심층수 두부에서는 응고제로 해양심층수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 응고제라는 것이 두부의 단백질 응고에만 관여할 뿐 나머지는 모두 씻겨나가기 때문에 실제로 두부에 함유되는 함량은 천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응고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없다고 봐야하고, 해양심층수 두부에 해양심층수가 함유되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한다.

즉, 해양심층수 두부는 “해양심층수”라는 말만 붙어있을 뿐이지, 일반 두부와 차이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해양심층수도 거의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양심층수는 담지 않은 해양심층수 두부>

 해양심층수 두부라고 보기도 힘든, 일반 두부와 큰 차이가 없는 두부를 가지고 높은 가격표를 붙여 판매하며 소비자를 속이고 있는 두부 업체들의 행태에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

해양심층수 소주도 두부와 다소 비슷한 모습이다. 숙취 해소 등에 좋다며 홍보하고 있지만, 해양심층수의 함량 공개도 거부하고 있고 업체 해명서에서도 기능성이 아니라 소주의 맛 때문에 해양심층수를 넣은 것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은 후반부에서는 해양심층수가 당뇨, 비만, 암 전이 방지 등의 효능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주장하는 논문의 작성 경위까지 조사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한 교수를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들은 소비자고발은 교수들에게서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해양심층수가 당뇨나 비만, 암 전이에 효과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실험에 사용한 해양심층수는 시판 해양심층수보다 포함 미네랄이 10배나 높은 경도 1000의 심층수를 사용하였고, 총 9편 중 1편만을 사람에게 실험했고, 모두 동물에게 실험했기에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하였다.


그마나 사람에게 실험한 아토피에 관한 1개의 논문은 헛점 투성이에 실험의 기본인 대조군조차 없이 적은 인원으로 실험했을 뿐 아니라 조건도 개방됨으로 연고를 바르는 것에 대해서도 제한이 없이 실행된 논문이다. 이 논문들은 NIH(미국 국립보건원)에 있었던 전 한양대 석좌교수인 이영작 박사가 분석을 해 주었다.

예전에 실험실에서 유방암 전이에 관련된 유전자에 대해 실제 사람 유방암 조직을 가지고 논문을 작성했었는데, 당시 녹색 야채나 레드 와인, 초콜렛 등에 전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해양심층수 또한 유방암의 전이에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매우 다량을 투여하여야 효과가 있을 뿐이었고 실험 대상도 사람이 아닌, 쥐의 암세포였다.

몇년 전 장모님께서 큰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었다. 지금도 요양을 하시면서 치료를 병행하고 계신데, 장모님께서 얼마 전에 해양심층수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비싼 해양심층수를 드시는 것을 보았다. 건강에 좋다고 나에게도 권하셨지만, 비싼 물이라 선뜻 마실 수는 없었다. 해양심층수...심층이니 더 깨끗하고 신비로운 물질이 들어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결국 소비자고발에서 말한 해양심층수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 같다. 봉이 김선달도 이렇게까지 속이진 않았을텐데 해양심층수를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라 속여 판 기업들이 괘씸하기만 하다. 맹물과 다를 바 없는 해양심층수가 더 이상 소비자의 지갑을 축내고 마음까지 축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장모님처럼 정말 몸이 아픈 사람들은 건강에 대해 매우 절실하다. 그러다보니 장삿꾼들이 그런 심리를 이용하여 약이나 물, 혹은 잡신까지 들먹이며 돈을 벌라고 한다. 효능이 있다면야 얼마든지 사겠지만, 효능이 없는 것을 가지고 몇 배나 뻥튀기 해서 팔아보려는 심산은 정말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해양심층수가 몸에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해양심층수"라는 단어만 앞에 붙이면 모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요즘 TV광고에 보면 콩과 해양심층수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는 둥, 박태환과 아기가 물 속을 들어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해양심층수와 건강이 관련이 있는 것 마냥 광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웰빙 이미지를 준 후 "해양심층수"라는 말만 붙이면 몇 배를 붙여먹을 수 있으니 너도 나도 "해양심층수"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로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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