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예능

남자의 자격과 슈퍼스타K의 차이점

이종범 2010. 9. 14. 08:26
남자의 자격의 넬라 판타지아를 듣는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차 올랐다. 또한 피구왕 통키의 마지막 부분을 부를 때는 천진난만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박칼린 지휘하에 단원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었고, 처음 오디션 때의 모습과 합창일 전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차이가 나게 변해 있었다.

케이블의 반란. 2%면 최고의 시청률이라 불리던 케이블 채널에 12%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쟁쟁한 공중파 수목드라마의 장난스런 KISS를 우습게 만들어버린 프로그램이 있다. 그건 바로 슈퍼스타K. 아메리칸 아이돌로 이미 검증받은 아이템으로 시즌1에서는 서인국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 내었다. 그리고 이제 시즌2가 시작되면서 공중파로 따면 10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 바야흐로 다채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하나는 좀 떨떠름하고, 또 하나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상쾌하다. 왜 끝맛이 서로 다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1. 경쟁 VS 하모니


사진출처: Mnet 슈퍼스타K,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슈퍼스타K는 경쟁을 기반으로 한다. 경쟁심을 유발하고 1등이 되기 위해 자신의 있는 기량을 다 보여주려 한다. 게다가 시즌2는 이미 시즌1에서 온갖 지원을 받으며 금세 연예인으로 만든 서인국이라는 모티브가 존재하고, 상금 금액도 2억원으로 늘면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철저하게 경쟁한다. 영광의 자리는 딱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협동하기도 하고, 팀을 이루기도 하지만 결국 최후의 자리에선 경쟁을 해야 한다. 남을 끌어내리거나 내가 올라가지 못하면 결국 탈락하여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박칼린의 굳은 신념과 원칙이 묻어나온다. 그건 바로 하모니. 남자의 자격의 이번 주제이기도 하지만 박칼린의 원칙이기도 하다. 처음 오디션에 왔을 때 너무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것만 같았다. 격투기 선수와 아나운서, 뮤지컬 배우와 개그맨, 트로트 가수와 발라드 가수등 도저히 불협화음을 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달이 지난 후 박칼린의 지휘 아래 그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 목소리가 되어 파워풀한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하모니를 이루었다. 그 목소리는 수만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희망찬 목소리였다.

비단 노래에서만 하모니를 이룬 것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서로 편을 가르고 당을 만드는 습성이 있어서 왕따를 시키거나 팀별로 분열되는 사례가 발생하여 와해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같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시청자까지 빨아들여 가족으로 만들어버리는 강한 매력은 바로 하모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 독설 VS 사랑과 감사



사진출처: Mnet 슈퍼스타K,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슈퍼스타K에서는 유독 독설이 많다. 이 독설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항상 기삿거리가 된다. 무대에 오른 일반인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깎아내린다. 그래서 냉철하게 그 실력만 보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 모든 독설을 창피하게 만들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도 환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실력이 안되는 사람의 노래를 듣는 시간 낭비에 대한 복수까지 대신 해 주니 이보다 더 통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력에 대한 독설이 없다면 가정사까지 들춰가며 독설을 내 뿜는다. 그것은 기사화되고, 이슈를  끌어내기도 한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연습이 끝나면 박칼린이 항상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I love you" 박칼린 또한 날카롭게 문제를 지적하고 철저하게 가르친다. 구석 다해를 만들어버릴 정도로 날카롭고 매섭다. 하지만 그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끝에는 항상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말한다. 어떤 이는 마음이 상해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너무 들 떠서 거만해져 있을지라도 박칼린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는 마음이 상한 자는 위로가, 거만해질 뻔한 사람에겐 발란스를 맞출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남자의 자격 안에 있는 서먹한 관계들이 그 말로 인해 거짓말처럼 녹아내려 서로 사랑하고 고마운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친해지고 서로를 위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단지 노래만 합창인 것이 아니라 하모니 그 자체였다.


3. 외로움 VS 풍성함


사진출처: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슈퍼스타K의 승자가 되면 주위엔 아무도 없다. 그동안 밟고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치열하게 살면서 경쟁을 이기고 올라가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똑같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1등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1등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직장에 들어가면 수만명의 동기생 중 딱 1명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1명의 주위엔 아무도 없게 된다. 슈퍼스타K에서 승자가 되어 연예인이 되면 더욱 외로워진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어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해야 하며 이미 철저히 준비된 연예인들과 경쟁을 통해 1위의 자리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슈퍼스타K 시즌1의 우승자인 서인국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슈퍼스타가 아닌 합창단원으로서 하모니를 이루며 행복해한다. 자신의 곡보다 합창곡을 더 연습한다며 걱정하는 매니저의 말처럼 서인국은 합창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서인국에겐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처절하게 외로웠던 가운데 모처럼 갈증을 채워주었던 무대였던 것이다.

기자가 박칼린에게 물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당연히 1등이겠죠?" 박칼린은 어이없어 하며 기자에게 대답한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보시기는 하셨나요? 우리의 목표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1등을 하든, 꼴등을 하든 자신과 약속한 것을 이루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처음에 오디션을 보았을 땐 서로 자신이 합창단을 위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며 경쟁적인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연습이 거듭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서는 경쟁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가장 치열한 솔로의 자리를 두고 있는 배다해와 선우마저 나중엔 서로를 챙겨주며 너무도 친해 보였다. 각 파트가 하나가 되고, 서로의 파트가 또 다시 하나가 된다. 자신만 잘 된다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명이라도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처음부터 모두 같이 다시 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것. 그것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매력이었다.

이번 주는 그저 연습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웃음과 즐거움, 그리고 감동이 모두 있었다.


협동의 힘


사진출처: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바로 협동이다. 우리 사회는 무한이기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듯 하다. 시험을 볼 때도 컨닝을 하면 안되기에 자신의 것에 충실해야 한다. 답을 도출해내는데에 자신만의 노력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과를 측정하고 순위를 매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 협동해서 답을 도출해 내야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일을 하다보면 순전한 계약관계에 의해서 혼자서 기획하고 답을 내어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기존 교육 제도에서 수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줄곧 실패하기만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에서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문제에 대해서 서로의 힘과 도움을 얻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여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이다. 바로 박칼린같은 사람들이 성공하게 되어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주위에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풍성한 삶을 살아간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은 아주 어릴적에 배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교육은 잊혀지고 자꾸 백지장을 혼자 들려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함께 사는 사회, 그것은 바로 하모니에서 시작된다.

슈퍼스타K를 보고 난 후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고,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보고 나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넬라 판타지아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상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