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예능

힐링캠프 안철수, 예능과 정치의 미묘한 접점

이종범 2012. 7. 24. 15:11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방송에서도 대선으로 인해 대권 후보들이 나오면서 후끈 정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얼마 전엔 문재인 후보의 블로거간담회도 다녀왔다. 대선 후보들이 여러 방면으로 자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 같다. TV 중에도 드라마와 예능만 좋아하는 내가 정치에 대해 알 턱이 없지만, 요즘들어서 계속 정치인들을 보다보니 조금은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게 정치를 가르쳐준 스승은 "나꼼수"이다. 

이번에 힐링캠프에서 안철수 원장이 나온 후 여기 저기서 민감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정치인도 아닌데 정치인들이 다들 난리다. 다들 힐링캠프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문수 새누리당 경선 후보는 힐링캠프에 자신만 안나온다고 힐링캠프부터 힐링하라며 대변인을 통해 말하기도 했다. 

힐링캠프 CP는 대선까지 더 이상 정치인의 출연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기에 다른 정치인들은 상대적인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달리 말하면 힐링캠프가 정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정치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다 조만간 런닝맨이나 스타킹에 정치인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위즈돔의 스타트업하다에서 만난 안철수 원장. SBS 캡쳐 사진 쓰기 겁나서 대체 사진입니다. ^^;



힐링캠프가 안철수 원장을 출연시킨 것은 영리했다. 시청률만 보더라도 힐링캠프 최고의 시청률인 18.7%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유재석의 놀러와가 2.7%, 신동엽과 컬투의 안녕하세요가 7.4%를 기록한 것을 보면 힐링캠프가 얼마나 선전했는지 알 수 있다. 고소영이 13.2%, 11.9%를 기록한 것을 보면 안철수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당연히 고소영보다 한참 아래일 것이기 때문에 힐링캠프로서는 당연히 안철수 원장을 선택하는 것이 상식선이었던 것이다. 

또한 안철수 원장은 힐링캠프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말들을 했다. 지금까지 대선은 그저 공약이 넌무하고 네거티브만 쏟아내는 이념 전쟁이었으나 안철수 원장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원칙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까지 상식과 비상식 중에 비상식만 있었기에 투표를 해도 비상식 중에서 비상식을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고, 기본 마인드가 잘 서 있는 사람을 먼저 찾고, 상식적인 사람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지, 정의, 평화라는 3대 과제를 제시한 안철수 원장은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주며 힐링캠프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였다. 간단하게 자신의 대선 출마 의지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사 표명도 했다. 

힐링캠프는 민감한 질문을 과감하게 하고, 답변에 대해 재치있게 넘기며 진행함으로 예능과 정치를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또한 이로서 명실상부하게 무릎팍도사를 이어받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릎팍도사 안철수편은 16.6%를 기록했었다. 힐링캠프 안철수편이 18.7%를 기록하며 무릎팍도사의 영향력을 넘어선 것이다. 적어도 무릎팍도사의 영향력 이상을 내고 있다.

무릎팍도사에 우직한 강호동이 있었다면 힐링캠프에는 노련한 이경규가 있다. 이번에 정치와 예능의 줄타기를 한 후 이경규의 주특기인 스포츠로 바로 간다. 다음 편부터는 런던에서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 힐링을 하게 된다. 정치권의 이슈는 시청률로 다 끌어들이고 그 시청률을 런던 올림픽으로 이어가며 힐링캠프는 점점 커나가게 될 것이다.

위즈돔의 스타트업하다에서 만난 안철수 원장. SBS 캡쳐 사진 쓰기 겁나서 대체 사진입니다. ^^;



어떻게 보면 힐링캠프와 안철수는 닮은 점이 있다. 힐링캠프는 순수한 의도와 명분히 확실한 목적 속에 시작되었다. 방송의 목적은 시청률이라고 하지만, 시청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송이 되지 않고, 열심히 더 나은 방송을 위해 노력하는데에 집중했다. 힐링이란 주제는 재미있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따뜻하고 평온하고 밋밋한 느낌이 있을 뿐이다. 스타들을 모셔오고 싶었겠지만 삶의 우여곡절이 있어서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더욱 선호했다. 아이들이나 걸그룹이 나오면 시청률이 반짝 뜰 수 있겠지만 그보단 패티김이나 윤제문, 채시라, 최민식, 최경주 같은 스토리가 있는 연예인등를 위주로 출연시켰다. 열심히 힐링을 했을 뿐인데 현재는 시청률이 저절로 따라왔다. 시청자가 인정했기 때문인 것이다.  

앞으로도 너무 정치적이지도, 가볍기만 하지도 않은 접점을 잘 찾아 각 분야를 연결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힐링캠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