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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늦둥이 바람을 몰고 왔던 윤종신은 종횡무진 예능계를 돌아다니며 MC로서 성장을 해 왔다. 그의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강호동의 도움이나 유재석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박명수처럼 유라인에 걸쳐있거나, MC몽처럼 강라인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윤종신에 대한 기대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노래 잘 부르는 실력파 가수로 기억하고 있었고, 군 시절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로 노래를 부른 가수로 기억되고 있었다. 옛날 이야기지만 얼굴 없는 가수로 맑고 깨끗한 음색의 그의 노래를 좋아했고, 그런 이미지로 인해 꽃미남을 연상시켰었다. 하지만 가요톱텐에 나왔던 그의 모습을 보고 심한 충격에 빠지고 배신감까지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뿔테를 즐겨쓰던 나는 윤종신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도 했는데 기분은 별로였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윤종신을 괜히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랬던 그가 작년에 갑자기 깐족 캐릭터를 꿰차고 나오더니 예능계의 늦둥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작년에 예능에 나왔을 때만 해도 김종서나 신해철, 신성우 등 그 당시 가수들이 나오자 유행처럼 한번 따라 나온 것인 줄만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유명한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고 황금어장의 이상한 프로그램(무월관)에 나왔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김구라, 신정환, 김국진과 함께 라디오스타의 MC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것을 발판으로 명랑히어로, 예능선수촌, 라라라, 패밀리가 떴다까지 점차 영역을 넓히기 시작하여 이제는 완전한 예능인으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꽃미남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인지도가 큰 것도 아니고, 원래 웃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그가 어떻게 깐족 윤종신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국문과 개그

내 아내는 국문과를 나왔다. 한글을 사랑하는 아내는 나의 틀린 말들을 쪽집게처럼 잘 찾아낸다. 발음이나 철자, 심지어 띄어쓰기를 틀리면 금새 지적 모드로 들어가곤 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뜻만 통하면 되지 저렇게까지 꼬치 꼬치 따져야 하는걸까라며 불평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국문과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서 강의를 들었는데 국문과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내와 똑같이 지적을 하여 매우 놀랐었다.

윤종신 또한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의 발음이 매우 정확하다. 보통 노래는 가사가 문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철자도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윤종신의 노래는 가사와 문법도 정확하고, 노래를 부를 때 발음 또한 정확하다. 그래서 그의 동료들은 그의 정확한 입모양과 발음을 따라하며 개그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윤종신의 그런 국문과적 기질이 깐족 개그를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한다. 말 꼬투리를 잡아 살짝 살짝 바꿔주는 깐족 개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정환의 말장난이 타고난 센스로 깐족거리는 것이라면, 윤종신의 말장난은 국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깐족거리는 것이 다르지 않은가 싶다. 주워 먹기라고도 불리우는 그의 개그는 남이 한 말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 스타일로 윤종신 스스로도 김구라가 앞에다 대고 강펀치를 날린다면 자신은 위로하고 품에 안는 척 하면서 물 잔에 약을 타는 스타일의 개그라 말하고 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동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삼촌같은 이미지의 윤종신이 가수로 그리고 예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잘 활용하는 자세에 있지 않나 싶다. 라라라는 가수인 자신의 정체성과도 잘 매칭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과 한글 사랑,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윤종신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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