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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맨에 대한 혹평이 너무도 많아 기대를 가지지 않고 보았다. 하지만 낮은 기대치 때문인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카인과 아벨 못지 않은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권상우의 발음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크게 해치지는 않았다. 단지 이준희역을 할 때 너무 조용히 입을 벌리지 않고 빨리 말해 자막이 필요할 정도로 들리지 않았기에 좀 크고 또.박.또.박 말을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권상우의 발음에 귀를 기울이느라 마음이 졸여 극에 몰입하기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이준희는 곧 파리로 수술을 받으러 가서 잘 나오지 않을 예정이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오대산이 이준희의 대역을 할 때 이준희처럼 말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요즘 소녀시대가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나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일밤의 MC까지 맡았다니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신데렐라맨에까지 윤아가 나오니 별로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보았다. 하지만, 윤아의 연기력은 별로 흠잡을만한 곳이 없었다. 오히려 여느 가수 출신 배우들보다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보였다. 배우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가수 겸 배우로서는 그 정도면 괜찮은 연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SM에서 많은 준비를 시킨 모양이다.


스토리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오대산과 이준희의 차이는 고수머리와 발음의 차이이지만, 1인 2역으로 왕자와 거지 스토리는 오랜만에 보아 신선했다. 돌아온 일지매에서 월희와 달이가 1인 2역을 했긴 했지만, 조연급인데다가 달이가 죽고 난 후 월희가 나왔기에 이번 신데렐라맨의 1인 2역이 더 흥미로웠다. 한국 드라마답게 아예 처음부터 출생의 비밀로부터 시작한 신데렐라맨은 보통 신데렐라가 여자라는 통념을 깨고 남자의 인생 역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래 왕자와 거지에서처럼 이런 1인 2역 스토리를 짜내려면 극과 극의 캐릭터를 내세워야 극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이준희는 곱게 자란 럭셔리 부잣집 아들로, 오대산은 산전수전 다 겪은 터프가이로 나온다. 그리고 오대산이 이준희의 자리에 가게 됨으로 극의 몰입도는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드라마가 권상우에게 딱 맞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상우의 캐릭터는 왕자님은 절대로 아니다. 물론 잘생기고 몸도 좋고, 꽃미남 배우이긴 하지만, 완벽한 백마 탄 왕자님 캐릭터는 아니다. 또한 지금 같은 이미지에서는 오히려 반감만 살 뿐이다. 오히려 좀 어벙하면서 모자란 듯 하면서, 우연히 횡재하는 그런 오대산같은 캐릭터가 권상우에게 딱 맞는 캐릭터인 것 같다.


적당히 액션신도 있어서 그의 화려한 액션 연기도 보여줄 수 있고, 사투리나 소리 지르거나 거친 표현등으로 소리를 크게 내고 입을 크게 벌리게 되므로 발음에 대한 논란도 없앨 수 있다. (반대로 이준희 역할을 할 때 발음이 안 좋은 것은 그에게 맞지 않는 왕자 캐릭터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가끔 싸우다 다치기라도 하면 지금의 권상우를 있게 해준 조각같은 몸매도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권상우에게 눈물 연기는 별로 안 어울린다. 밝고 쾌활한 모습이 더욱 잘 어울리는 권상우에게 신데렐라맨의 오대산은 딱 맞는 배역인 것 같다. 내조의 여왕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권상우는 역시 왕자 캐릭터보다는 왕자병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린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윤아가 신인이어서 연기력에 대한 부족함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송창의가 채워줄 것 같다. 아직 신데렐라맨이 시작하는 시점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가 된다. 신데렐라맨의 제목처럼 처음은 거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왕자 시청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릎팍도사에서 나와 본전도 못 찾은 권상우이지만, 모처럼 좋은 배역을 준 신데렐라맨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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