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정준하와 길, 무한도전에 누가 더 나을까?

이종범 2009. 4. 27. 08:58
김연아 효과로 인해 무한도전은 폭발적인(?) 시청률 상승을 하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지만, 김연아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던 특집이었다. 김연아 외에 한가지 더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길이었다. 놀러와에 출연하고 있는 리쌍의 길이 정준하를 대신하여 김연아 특집에 나오게 된 것이다.

정준하는 참 운도 지지리 없다. 하필 시청률이 이렇게 빵빵 터질 때 다른 스케줄이 잡히다니 말이다. 정말 억울했던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짧은 광고로 출연 분량을 채우긴 했지만, 길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넣어둔 것은 좀 걱정이 되었을 것 같다.

정준하가 가면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답답하고 눈치 없는 캐릭터를 가진 동생을 내보내겠다고 해서 누굴까 궁금했는데, 길을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나오고 말았다. 정말 정준하의 캐릭터를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놀러와에서 이하늘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예능 늦둥이 길은 정준하와 같은 비호감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에 딱히 반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길이 무한도전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을 때는 정준하가 후회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안 내보내었으면 자리라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정준하가 없으니 길이 있음에도 무한도전이 더 가볍고 신선해 보였다. 또한 무한도전에 길처럼 약간 빈정대면서 깐죽거리는 캐릭터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준하의 캐릭터는 무한도전에서 눈치 없는 바보 캐릭터인데, 솔직히 바보 캐릭터는 이제 식상할 대로 식상한 캐릭터이다. 차라리 요즘 대세는 깐족이 아닌가 싶다. 요즘 예능에는 깐족 캐릭터가 하나씩 다 있는데, 패떴에는 윤종신이, 1박 2일에는 MC몽이, 남자의 자격에는 김국진이 그런 캐릭터를 가지고 활약하고 있다. 무한도전에는 간혹 노홍철이 하긴 하지만, 딱히 깐족거리는 캐릭터는 없기에 길 같은 캐릭터도 신선하고 괜찮았었다.



길의 비호감 캐릭터만 좀 없다면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길은 임창정, 이하늘, 김창렬 등과 같이 술집이나 나이트에서 너무 막나가게 놀던 이야기들을 많이 꺼내고, 여자를 꼬시는 작업성 맨트 때문에 스스로 거북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아직 예능 초기이니 자극적인 소재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리쌍의 노래로 그런 비호감 이미지를 좀 줄이고, 깐족거리는 캐릭터를 잘 다듬는다면 충분히 예능에서 먹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외모도 정준하에게 절대로 밀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 아닌가 싶다.

길이 처음이라 좀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 보여서 정준하의 빈자리가 약간 느껴지기도 했지만, 원래 방송분량이 많이 없는 편이라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정준하의 경우는 정말 비호감을 넘어선 밉상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항상 남을 탓하고, 짜증내고, 귀여운 척하고, 오만상으로 억지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은 과연 저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것들이 많다.


아무튼 평소에 그렇게 조금이라도 나오려고 방송 분량에 신경 쓰더니 진작에 시청률 빵 터진 김연아 특집에는 나오지도 못하고 길에게 기회를 준 정준하는 참으로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억울해하기 전에 자신의 캐릭터에 좀 더 냉정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길처럼 깐족거리는 이미지나 박명수처럼 아예 나쁜 남자 캐릭터로 밀고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짜증 내다가 귀여운 척하다가, 바보 흉내 내고, 착한 척하고......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는 비호감만 더욱 키울 뿐이다.

정준하와 길, 꼭 둘 중에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길에 한 표를 던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