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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이 [꽃보다 남자]가 끝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꽃보다 남자]를 보는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대만판 [유성화원]만 보고 [꽃보다 남자]는 못보게 되어 아쉽긴 하지만, [자명고]와 [내조의 여왕]이 있어서 월,화요일이 즐겁다.

[내조의 여왕]은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코믹한 드라마이다. 김남주와 이혜영의 망가짐과 세련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내조의 여왕]은 어릴 적 퀸카였던 천지애(김남주)와 친구 양봉순(이혜영) 사이에 한 남자 한준혁(최철호)가 등장하며 관계의 골이 깊어지는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한준혁을 차지하기 위해 양봉순은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천지애에게 심한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천지애는 온달수(오지호)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며 4각관계로 발전한다.

퀸카와 서울대생이었던 천지애와 온달수 부부는 외모와 지식을 모두 갖추었지만, 백수 가정으로 살아간다. 반면, 못생겼던 양봉순은 성형수술을 하여 예뻐지고, 한준혁은 대기업의 부장이 된다. 그리고 온달수가 그 대기업에 취직을 하기 위해 부인인 천지애가 부인회에 들어가는 등의 내조를 그린 드라마이다.

그러다 양봉순과 천지애의 대립이 시작되고, 한준혁은 다시 천지애를 그리워하며 오달수를 괴롭히게 되며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기업의 사장 내외가 사장은 천지애에게, 사장 부인은 오달수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

극적인 표현을 위해 과도한 동작과 비약들이 일어나긴 하지만, 코믹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웃으며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편안히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이지만, 웃음 뒤에는 약간의 씁쓸함과 슬픔이 있는 것 같다.

부인회

부인회가 과연 존재할지는 모르겠으나 내조를 위해 여자들끼리의 정치적 관계는 매우 탄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기업의 부인회 모습이 실제로 그러한 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의 대소사까지 정치적 유대로 인해 서로의 라인에 따라 아부하기 바쁜 모습을 보니 참 씁쓸했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하나,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나타나고 있는 부인회의 모습은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의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학교에만 가 보아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엄마가 가장 파워가 쎄다. 그리고 나머지는 어떻해서든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 옆에서 정보를 하나라도 더 들으려 자연스레 권력이 형성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대기업 부인회 같이 상위권 학생들에게서만 일어나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양봉순이 천지애에게 구박을 받고 수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외모 때문이다. 한준혁이 자신을 좋아하는 양봉순 앞에서 천지애만 찾았던 이유도 외모 때문이다. 결국 양봉순은 성형외과 의사(최양락)에게 부탁하여 예쁜 외모로 변신하게 된다.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모든 특혜와 권력을 갖게 되는 외모지상주의나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물질만능주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앗아가고, 일부 사람들에게 모든 가능성을 부여해준다. 무적 아이템을 득템이라도 한 마냥 모든 것을 외모와 돈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려 한다.

물론 외모를 단정히 하고, 돈을 능력있게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도를 넘어 신상녀나 된장녀가 판을 치고 있는 이 시대에, 더군다나 경제도 안 좋은 요즘은 더욱 씁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가장의 실업

인턴직의 서러움이나 계약직의 서러움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청년 실업이 아무리 높다고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가장의 실업이 아닐까 싶다. 최근 경제의 회복세가 보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2의 IMF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체감으로 경제가 회복되기에는 아직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하루가 급급한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나날이일 것임이 분명하다.

인턴직에서 짤리게 된 온달수는 아내 천지애와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자 부리나케 출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내 곧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고 막막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온달수가 다시 복직이 되지만, 실제로 실업자가 된 가장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먹여 살려야 하는 처자식도 있고, 사회는 그렇게 녹록치 않고, 세월은 점점 흘러 청년들이 치고 올라오고, 그런 청년들 또한 대기수요가 많으니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내 자신이 한 가정의 가장이 되다보니 아무래도 가장의 실업이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하루 빨리 경제가 좋아져서 모든 가정의 가장들이 안정된 직장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조의 여왕]은 코믹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풍자와 해학이 담겨져 있어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내조의 여왕]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면서 잠시 후 슬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 슬픔은 웃음과 재미로 승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온달수의 성공과 천지애와 양봉순의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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