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미녀들의 수다 vs 마녀들의 수다

이종범 2009. 11. 12. 19:08

미녀들의 수다가 루저 발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홍익대의 한 여학생이 180cm 이하의 남자는 모두 루저라는 발언으로 인해 수많은 이슈가 생산되고 있고, 뭇 남성들의 심기를 심히 불편하게 하고 있다. 나 또한 그 루저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별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외모지상주의를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실수로라도 뒷통수를 치면 아픈 것은 매한가지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고 때린 것이 대비할 수 없었기에 더 아프다.

미녀들의 수다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학습 프로그램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 있는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다른 프로그램은 몰라도 미수다는 꼭 챙겨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 학생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통해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을 보았으니 말이다.


미녀들의 수다가 마녀들의 수다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인들의 말들이 외국인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냥 제작진의 목소리를 대언하는 꼭두각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난 이 루저 발언의 책임지를 루저 발언을 한 학생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학생의 말처럼 그 학생은 그냥 시켜서 한 말이다. 미수다에서 나오는 외국인들 또한 제작진이 시켜서 한 말이다.

이는 이미 양심선언을 하고 배척당한 캐서린 사건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캐서린은 막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제작진이 살아남으려면 막창 이야기를 하라고 해서 한 것 뿐이다. 방송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는 하지만, 시청자를 기만하는 프로그램은 영 개운치 않다.

패떴의 대본 사건이 기분 나빴던 이유도 "방송은 원래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몰랐어? 순진하긴 ㅉㅉ"라고 말하느 듯하여서 그랬다. 미수다도 동일한 반응으로 대응하고 있다. "마녀사냥하지마. 방송이 원래 그래. 몰랐어? ㅎㅎ"라고 대답하고 있다.

미수다 사과

미수다 홈페이지의 사과 전문


미수다가 밝힌 입장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잘못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단지 마녀사냥을 하지 말라는 네티즌들에 대한 훈계 뿐. 마치 정치인들처럼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스타킹 사건이 생각난다. 일본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배껴서 행동 하나 하나까지 따라하게 하여 스타킹을 만들어낸 제작진들은 파렴치의 극치였다. 그리고 사과를 한 후 pd가 바뀌는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자극적이고 막장스런 일들만 반복되고 있다. 미수다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대충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모양세다.



미수다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많은 외국인들에 세계 각지에서 지켜보고 있고, 특별히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헌데 이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수다는 프로그램 자체만 먹칠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 말은 과장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미녀들의 수다가 더욱 마녀들의 수다로 느껴지는 것 같다.

왜 미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야기는 한국인이 들었으면 하는 외국인들의 발언이다. 하지만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솔직한 외국인의 발언이다. 그렇게 해서는 방송이 안된다고 한다면, 해 보긴 했냐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