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드라마

신데렐라 이야기는 신데렐라가 만든 자작극

이종범 2010. 5. 20. 07:00
오늘 신데렐라 언니를 보고 또 하나의 소설이 샤샤삭 지나갔다. 신데렐라 언니에서 신데렐라인 효선이 영악해져서 복수를 할 것이라는 나의 소설은 이번 드라마에서는 우연히 소설대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 (2010/05/06 - [채널 2 : 드라마] - 신데렐라 언니, 신데렐라는 점차 영악해진다.) 그리고 오늘 신언니를 보고 또 하나의 소설이 생각났으니 바로 신데렐라 동화는 신데렐라가 만든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괴팍한 신데렐라


효선의 변화가 매우 급격하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증오로 바뀌어버린 효선은 하나님, 부처님도 이긴 독한 계모 강숙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강숙이 효선을 보고 귀신이라 말할 정도로 효선의 증오는 한계를 넘었으며 비정상적인 상태로 변하게 된다. 소금을 아무리 넣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효선. 경험적으로 맛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소금을 그렇게 많이 넣으면 짤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마련인데,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발에 피가 철철 날 때까지 뛰고 또 뛰고, 열이 40도가 넘는데도 오기로 버티는 효선은 증오의 화신이 되어버렸다.

신데렐라 효선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래서 착하디 착한 신데렐라는 왕자님의 선택에 의해 춤을 추고 유리구두를 찾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신데렐라가 꾸민 자작극이었다면...

신데렐라 효선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정신병원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년간 쌓아온 자신이 만든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이란 이미지는 이제 깨져버리고 말았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는 계모와 결혼을 했어야 했기에 어머니를 먼저 잃었다는 것이 논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공백을 계모 강숙에게서 매우려고 한다. 강숙은 기꺼이 그런 엄마가 되어주고, 효선은 자신이 생각했던 완벽한 가정의 모습을 찾고 기뻐한다. 강숙이 어떤 여자인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무작정 어머니에 대한 향수,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강숙을 받아들인다.

강숙과 효선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강숙은 수십년간 효선을 속여오며 행복한 가정인 척 했다. 그리고 대성이 죽자 순식간에 강숙은 계모의 모습으로 돌변하고 만다. 이대로라면 신데렐라 동화의 이야기와 동일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동화 속 신데렐라는 그러고도 착한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효선은 그렇지 않다. 예전의 강숙의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남들이 있을 땐 착한 척하지만, 강숙과 단 둘이 있을 때면 강숙을 제압하는 카리스마로 못되고 독한 모습을 보여준다.

신데렐라의 복수


이제부터 신데렐라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 겉으로는 착한 척, 당하는 척, 모르는 척, 어리숙한 척척척하지만, 그 안에는 활활 타오르는 증오심이 있다. 그리고 그 증오심은 신데렐라 동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신데렐라는 계모를 말려죽이기로 작정한다. 그래서 주위에는 착한 척하며 선한 캐릭터를 만들고, 계모를 진정한 계모로 만든다. 자신이 항상 당하고 있다는 듯 말이다.

이런 모습은 은조가 효선의 방에 들어왔을 때 드러난다. 은조가 들어와서 무슨 일이냐고 하자 발에 손도 못대게 하던 효선은 강숙에게 발을 내밀며 "엄마가 아프게 약을 발라서~ 엄마 살살 발라~"라며 능청스런 연기를 한다. 강숙의 딸인 효선을 향해 이런 연기를 펼쳤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신데렐라는 계모의 죄를 심판하며 계모를 동화 속 계모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왕자님과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다는 것도 신데렐라가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왕자님은 기훈이다. 기훈은 신데렐라 언니인 은조를 사랑한다. 은조 역시 기훈을 사랑한다. 사랑은 변한다지만, 기훈이 효선을 사랑할리는 만무하다. 이미 기훈과 은조의 사랑은 너무도 깊어졌기 때문이다.

즉, 기훈은 절대로 효선에게 가지 않을 것이다. 효선이 강제로 잡아가도 기훈의 마음은 언제나 은조에게 있을 것이다. 그렇게 효선은 자작극을 만들어가며 신데렐라 동화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키포인트는 준수

신데렐라 언니의 키포인트는 준수이다. 준수는 신데렐라 언니와 신데렐라를 연결해 주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구대성과 송강숙 사이에서 나온 아들인 준수는 아버지의 따스함을 가지고 있고,어머니의 차가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친구와 잘 놀다가 갑자기 친구를 때린다. 해맑아보이지만 악한 모습이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신데렐라의 증오가 풀리고, 신데렐라 언니의 외로움이 풀리고, 신데렐라 가족이 평생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다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동화 속에는 없는 준수가 필요하다. 효선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핏줄 준수, 그리고 은조와 강숙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한 준수는 극과 극을 달리는 이들의 간극을 매워줄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신데렐라 언니의 교훈



동화 속에는 교훈이 있다. 신데렐라 동화에선 착한 마음을 품고 살면 복이(왕자님) 온다는 것이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도 역시 교훈을 담고 있다. 그건 바로 가족이다. 신데렐라 언니인 은조가 매일 아침 일어나기 싫었던 것은 바로 깨진 가족 때문이다. 효선 역시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둘 다 외로움에 치를 떨며 증오로 버텨온 삶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깨진 가정이 유난히 많다. 더 많은 신데렐라들이 생겨나고 신데렐라 언니들이 생겨난다. 증오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 전에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말한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라고 말이다.

신데렐라 언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질 지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