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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한다. 보고나면 찜찜하고, 깜짝 깜짝 놀래는게 싫어서이다. 무엇보다 무서워서 싫다. 공포영화 포스터만 보아도 너무 자극적이고, 끔찍한 것들이 기분을 상하게 한다. 가끔 베너로 메인에 나오는 공포영화 광고는 인터넷을 주로 밤에 하기에 혼자 있을 땐 더욱 무섭다. 하지만 스릴러는 또 재미있게 본다. 가장 선호하는 장르가 스릴러이다. 긴장감이 넘치는 가운데 펼쳐지는 수수께끼들이 절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무언가 전략을 배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고괴담 이후 공포영화를 안보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는데 이번에 시사회를 통해 '디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리메이크작이라는데 제시카알바주연의 영화이다. 공포영화의 법칙이 있다면 무엇일까? 곧 개봉할 디아이를 예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제1법칙. 놀래켜라

벽뒤에 숨어있다가 천천히 걸어오는 친구를 향해 갑자기 나타나며 "워!"라고 외치며 놀래키는 장난을 어릴적에 많이 했었다. 친구는 기겁을 하며 놀라고 그 모습에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공포영화의 제 1법칙은 놀라게 하는 것이다. 스토리보다 놀라게 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영화는 놀래키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하는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고, 제한된 시야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방심을 하고 있는 사이에 숨어있던 1인치에서 엄청난 음향과 함께 무서운 이미지가 별안간 나타난다. 마치 "워!" 하듯.

디아이를 보면서 난 눈을 감고 보았다. 도저히 눈 뜨고 보기엔 너무 깜짝 깜짝 놀라는 장면이 많아서 의자를 들썩이는 내가 창피했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대충 어느 부분에서 놀래킬 것인지 감이 온다. 음악이 점점 빨라지고, 커지면서 고조되다가 순간 고요해진다. 3,4초정도? 그리고 나선 어김없이 최고의 사운드로 화면을 가득매우는 섬뜻한 장면이 스쳐간다. 카메라는 클로즈업이 되고 시선은 더욱 고정되게 된다. 이 때 눈을 뜨고 있으면 어김없이 당한다.

놀래키는 것은 상대적 차이이다. 매일 용돈을 100원씩 받다가 어느날 200원을 받으면 충격적이다. 하지만 10000원씩 받다가 10100원을 받으면 기별도 안간다. 공포영화도 놀래키기 위해 상대적 차이를 이용한다. 그래서 대부분 공포영화의 배경은 으슥한 밤이다. 그러다가 놀래키는 순간엔 영화관이 환해질 정도로 밝은 빛을 뿜어낸다. 음향도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가 갑자기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난다. 상대적 낙차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것이 공포영화의 제 1법칙이다.

제2법칙. 눈을 사용하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눈은 사람의 눈이다. 맹수도 사람의 눈은 무서워한다. 마음의 창인 눈이 결국 우리의 공포를 자극한다. 그런면에서 디아이는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포스터에 눈만 덩그라니 있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영화에서 사람이 놀랄 때 카메라가 클로즈업하는 곳은 입이나 코 혹은 귀가 아니라 눈이다. 눈을 클로즈업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손이나 발을 자르거나, 머리를 자르는 것보다 눈을 뽑는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공포감과 자인함으릉 동시에 공략하려면 눈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공포영화의 제 2법칙은 눈의 사용이다. 디아이의 내용도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인 주인공이 각막을 이식받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영적인 세계도 같이 보임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눈의 사용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한 영화가 디아이가 아닌가 싶다.

제3법칙. 여름에 개봉하라.

디아이는 6월 5일에 개봉한다. 날씨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아마도 공포영화로서 첫 테입을 끊는 시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공포물들은 여름에 개봉한다. 겨울에는 왜 하지 않을까? 겨울에 하면 잘 안팔리니까 안보는 것일 거다. 더운 여름에 몸을 오싹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여름에 주로 공포영화를 개봉할 것이다.

시사회를 보게 된 날은 마침 꽤 쌀쌀한 날이었다. 게다가 반팔을 입고가서 더 춥게 느껴졌는데, 영화까지 공포영화다보니 영화를 보는내내 닭살이 되어있었다.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무섭고 놀라는 공포영화는 에어컨이 줄 수 없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기에 사람들은 여름에 공포영화보는 것을 선호하게 되고, 영화사들은 그에 맞춰 여름에 개봉하게 되는 것이다.

공포영화는 어느정도는 재미로 즐길 수 있겠지만, 매니아적으로 빠지기에는 충분히 위험한 장르이다. 디아이 시사회의 드레스코드는 검정이었다. 공포영화는 어두운 색을 대변한다. 우선 공포영화하면 생각나는 것은 검은색과 빨간색일 것이다. 그것이 가끔가다가 한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중독되어 탐독하게 되다면 심적으로나 영적으로 위험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나 영적이고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세대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귀신을 무서워하며, 잔인한 생각이 그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자제해야 한다. 내 주위에도 이런 후배가 하나 있어서 원인을 찾아보니 그것은 공포영화와 공포만화였다.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아가는 이 시대에 공포는 마약과 같이 자극적인 것의 절정을 이룬다. 손이 벌벌 떨리고,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듯한 소름은 어떤 면에서는 강한 쾌락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짧은 감정을 느끼기 위해 어두워지고 잔인해지는 감성을 감수하기에는 너무도 리스크가 크다.
공포영화의 3가지 법칙에서 보다시피 공포영화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 집에서 조그마한 노트북으로, 약한 음향으로 듣는다면 별로 놀랍지도, 재미있지도 않을 것이다. 공포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대형극장에 가서 보아야 한다. 사운드 장비가 확실하게 갖춰져 있는 화면 큰 영화관에 가면 공포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 더위를 확실하게 날려보릴 공포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공포영화를 싫어하지만, 공포영화추천 하나를 한다면 디아이를 추천한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스토리도 있고, 약간은 스릴러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원작에 비하면 할리우드판이 되어 별로라고 하는데, 원작을 안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나같이 공포에 대해 기겁을 떠는 사람이 있다면, 스릴러의 스토리까지 갖춘 디아이도 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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