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렸을 적에 빠삐용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설날이나 명절 때면 한번씩 틀어주곤 하기도 했다. 더스트 호프먼과 스티브 매퀸이 주연했던 빠삐용은 주인공 앙리 샤리엘의 가슴에 나비 문신이 있어서 빠삐용이라 불리웠었다. 간직하고 보고 싶은 명작 영화 중 하나이다.

빠비용은 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이다. 그리고 같은 이름의 영화가 곧 개봉할 예정이다. 하지만 옛날 빠삐용과 헷갈릴까봐 그랬는지 빠삐용이 아닌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된다. 빠비용, 버터플라이는 모두 나비라는 뜻이다.

위드블로그의 협찬으로 시사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중앙시네마로 향했다. 시사회를 보고 난 느낌은 "잔잔한 미소"였다. 아버지와 나는 영화관을 나오면서 기분 좋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고, 매서운 겨울 바람이었지만, 오는 내내 가슴이 훈훈하였다.

할아버지와 꼬마 그리고 철학

버터플라이는 프랑스 영화이다. 프랑스 영화는 자칫하면 무한한 지루함으로 빠져들 수 있지만, 버터플라이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잔잔한 감동 속으로 끌고 들어감으로 편안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빠른 진행과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10분정도 우려먹을 수 있는 장면도 순식간에 넘어가버린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라 생각한다.

버터플라이는 할아버지와 꼬마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만큼 오랜 세월과 경험이 묻어있다. 세상을 관망하고 지나온 세월을 영화처럼 되뇌어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반면 꼬마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가득하다. 순수하고 창의적인 질문으로 하나씩 세상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인생의 끝부분과 첫부분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것을 철학이라 한다. 프랑스 영화에는 이런 철학적 메세지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난해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프랑스 영화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다.

꼬마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에 대해 답변을 해 준다. 때로는 이상한 답변을 해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인생이 담겨져 있다.

버터플라이, 즉 나비는 못생긴 애벌레에서 시작하여 움직이지 못하는 번데기가 되었다가 아름다운 성체인 나비가 된다. 그리고 나비는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가장 아름다운 때는 가장 짧은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버터플라이가 어떤 메세지를 던져주고자 하는지 내가 알 턱이 없지만, 그저 마음이 가는데로 느끼기에는 매 한순간 한순간을 아름답게 살라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할아버지와 꼬마 아이의 노래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귓가에 아직도 울리는 멜로디에 귀 기울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버터플라이는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잔잔한 미소같은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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